• 최종편집 2023-11-08(수)
 

환각 - 올리버 색스




올리버 색스의 책은 그의 자서전 '온 더 무브'를 가장 먼저 읽었다. 그의 삶 자체가 상당히 드라마틱하고 흥미롭다. 그의 생애에 관해서는 다큐멘터리 '올리버 색스, 그의 생애'를 통해 큰 줄기는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여러 권의 책을 집필했는데, 이 책 '환각'은 그가 마지막으로 쓴 책이기도 하다.


수많은 환자들의 병력을 기록하면서, 올리버는 환자들의 증세와 실제 병명이 다르다는 걸 자주 발견하게 된다. 비슷한 증상처럼 보이는 병에도 원인이 사뭇 다르고, 질병의 부위, 정도에 따라 발현하는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며, 환자 자신은 병리학적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의사가 환자를 깊이 관찰하고, 면담하고, 병증을 검사하면서 근본 원인을 찾아내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뇌 기능에 이상 증상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병증을 기록한 것으로, 보통 사람에게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환각'을 다루고 있다. '환각'은 어떤 경우든 뇌의 특정 지점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작용의 결과물이다. 


뇌과학의 발달은 지금까지 인류가 믿었던 모든 불가사의, 초자연 현상, 귀신, 유령, 신의 존재, 임사체험, 천국과 지옥, 악마 등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올리버는 이 책에서 열 다섯 종류의 환각 체험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인간의 뇌는 매우 섬세하게 발달해서, 뇌의 특정 부위가 조금만 비정상적 자극을 받으면 곧바로 반응한다.


'샤를보네 증후군'의 경우, 시각을 잃은 환자들이 보게 되는 환각으로, 실재 사람과 사물을 보는 것과 똑같은 환각이라고 한다. 시각을 잃어도 뇌는 이미지를 처리하려는 관성이 남아 있어서, 뇌에서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 이때 이미지는 환자의 경험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즉 무작위로 이미지가 생성되며, 환자는 태어나 처음 보는 사람과 풍경 이미지를 보게 된다.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감각을 차단하면 환각, 환청, 환시를 보게 되는데, 이런 실험을 통해 실제 실험자들은 다양한 경험을 기록했다. 이때, 실명을 하지 않고도 단지 눈을 오래 감고만 있어도 '샤를보네 증후군' 현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망망대해를 오래 항해하는 선원, 사막을 건너는 모험가 등은 주위의 단조로움 때문에 환각을 볼 수 있다.


없는 냄새를 맡는 '후각 환각'도 있는데, 후각을 상실하거나 시각을 상실한 경우에도 후각 환각을 느끼게 된다. 환청은 정신질환을 앓지 않는, 정상인에게도 드물지 않게 나타난다. 환청은 사람의 목소리, 음악 소리, 각종 기계음-초인종, 벨소리 등-처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다양한 원인으로 기인한다.


여러 종류의 마약, 간질 발작, 어릴 때 만나는 환영 등 무수히 많은 경우에 따라 사람은 실재하지 않는 이미지를 보게 된다. 뇌의학은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면 어떤 반응이 나타나는지를 알아가는 단계에 있고, 상당히 진전한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이 이런 면이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동물도 꿈을 꾼다는 건 알려졌다. 하지만 인간처럼 다양한 자극에 반응하면서 환각, 환영, 환청, 환후각 등을 경험할까 하는 것인데, 동물에게 마약 실험을 하면 어떤 반응을 일으킬까 궁금하다. 동물은 지각이 없기 때문에 기억(인간처럼 저장된 기억)도 없으며, 시간의 순서를 기억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동물에게는 환각 반응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인간에게 이런 다양한 뇌 반응이 나타나는건, 인간이 그만큼 복잡하면서 불완전하게 진화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진화 단계에서 동물과 똑같은 감각 반응만 있었다. 진화 단계에서 직립 보행, 도구 사용, 불의 사용과 익힌 음식의 섭취 등 일련의 과정을 통해 인류는 빠르게 변화했고, 외부의 위협과 자극에서 살아남는 과정에서도 운동 반응과 개념 같은 고차원 작용이 발생했다.


기억과 시간의 개념이 만들어지고도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인류는 '말'을 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뇌는 다른 신체부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뇌가 커지면서 저장하는 정보의 양도 많아지고,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인류의 감각 기관은 초기에 청각(소리)에 가장 크게 의존했으나 점차 시각(이미지)으로 옮겨가면서 청각과 후각 기능은 발달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시각이 발달했다. 이때 시각이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아서, 뇌는 시각 정보(이미지)를 분류해 비슷한 것들끼리 묶어서 범주화한 다음, 한꺼번에 인지하게 된다. 이런 범주화는 뇌의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려는 것과 정보 처리 속도를 빠르게 하려는 목적을 갖는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인 알츠하이머, 파킨슨증, 뇌졸증, 치매 같은 병은 모두 뇌의 이상에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인류는 이제 암을 거의 극복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암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 많은 데이터를 축적했고, 암세포만 죽이는 표적 약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뇌과학은 현대 의학과 과학에서 놀라운 성과를 이루고 있는데, 뇌는 의학은 물론 심리학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게 밝혀졌다. 뇌의 발달은 진화 과정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인 분야이며, 정신분석학, 심리학과 더불어 인류 과학의 미래 영역이다. 


올리버 색스는 이런 뇌과학 분야에서 가장 알려진 저자이며, 그 자신 환자들과 직접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관찰한 결과를 정리해 대중에게 알리는 일을 했다. 뇌과학이 널리 알려지면 불필요한 미신이나 우상, 신, 귀신, 망령, 유령 같은 비합리적 존재의 발생 원인을 알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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