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9-26(일)
 
집짓기를 말하다_들어가는 말



시골로 이사와 땅을 구입하고,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한 지 올해로 꼭 십년이 되었다.
강산이 바뀐다는 말을 절감하고 있고, 세월이 흐른 만큼, 내 생각과 생활도 바뀌었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 시골에 관해 아무 것도 아는 것 없이 무작정 귀촌을 했고, 그만큼 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제 겨우 시골생활에 관해 조금 알 것 같다.

집짓는 이야기를 하면서,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집짓는 것은 곧 우리의 삶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집짓기가 단지 건물을 어떻게 올리고, 평당 가격이 어떻고, 인테리어가 어떻고 하는 물질적 수준에 머문다면, 그것은 여전히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을 했다.

살다 보니, 집을 짓고, 집을 관리하는 일은 곧 하루하루 내가 살아가는 과정이었고, 집을 통해 공간이 확장되면서 이웃들과의 관계가 다양하게 이어지고, 연결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좁게 보면 집짓기는 시골에서 집 한 채를 짓고 사는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조금 넓게 바라보면 집짓기는 우리 가족과 이웃, 마을로 확장하는 공동체의 한 연결고리로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이제 집짓는 이야기는 시골로 이주해 느리게 뿌리를 내리는 한 가족의 이야기일 수 있고, 도시의 삶을 포기하고 시골에 정착한 중년 남자의 환골탈태일 수 있으며, 시골에서 새로운 삶을 발견하는 평범한 소시민의 뜻밖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일 수 있다.

가족을 이룬 사람이라면,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부모님을 모시는 가장이라면, 시골에서 집짓고 살아가는 이야기가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나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기도 하고, 내가 보아 온 많은 이웃들의 모습에서 느낀 것이기도 하다.

혹시라도 도시에 살면서 시골로 이주하고 싶거나, 시골에 집을 짓고 싶거나, 나중에 나이들어 시골로 내려오고 싶은 사람이라면, 집짓는 이야기를 통해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진> 집을 짓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06년 3월에 찍은 사진. 건물이 보송보송해 보인다.
시골로 내려와서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당연한 질문이다.

도시에서의 삶이 행복한 사람은 굳이 시골로 이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또한 도시의 삶을 좋아하고, 체질에도 맞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시골의 한적함, 느림, 고요함, 여러 형태의 불편함이 견디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니, 무조건 도시가 좋다거나, 시골이 좋다는 주장은 하지 말자. 시골로 내려오려는 사람은 나름의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 가족은 시골로 이주하는 것을 선택했고, 우리 선택에 만족하고 있으며, 심지어 '매우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밝고 따뜻한 어느 날, 마당 테이블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하는 즐거움이 있다.
 
 
우리 가족이 시골로 이주한 이유는 특별한 것이 없다. 다만, 도시에서의 아파트 생활이 불편했고, 나와 아내 모두 도시의 삶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으며, 마침 우리가 시골로 이주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시골에 살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도시의 삶을 가끔 반추할 때가 있다. 그러면 도시에서 살았던 우리의 삶이 얼마나 끔찍했나를 떠올리며 몸서리를 치곤 한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퍽 미안한 말이지만-그래서 너 잘났다,고 비난받을 수도 있겠지만-우리(아내와 나)는 적어도 도시에 어울리는 사람들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아내는 시골에서 태어나 자랐고, 나는 도시에서 태어나 자랐는데도 둘 다 도시의 소음, 빛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아파트 단지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았고, 소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지금은 존경하는 마음까지 생긴다. 특히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한국의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밀집주택을 스스로 선택해 살고 있지 않은가. 그들이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나같은 사람이 시골에서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비꼬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도시의 아파트에서 사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시골에서 살 수 있는 선택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말에 마당 테이블에서 차를 마시며 느긋한 시간을 갖는 여유가 있다.
 
 
도시에서 시골로 이주할 때, 미리 준비를 했거나, 많은 정보를 가지고 내려온 것이 아니었다. 어떤 면에서는 조금 서둘렀고, 아무 준비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이주를 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섣부른 시골살이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되었고, 실수와 무지 등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시골에 대해 조금씩 배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시골에 사는 즐거움, 낭만, 아름다움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래도 반쪽짜리 이야기거나 거짓말을 하게 될 확률이 높다. 시골에 살면서 좋은 점도 많지만, 불편하거나 나쁜 점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위 '전원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늘 좋은 점만을 말한다는 것이다. 귀농, 귀촌, 전원, 별장 등의 이야기가 대개는 부풀려졌거나 한쪽만 확대해서 보여주거나, 아름답게 치장해서 보여주는 이야기들이 많다.

진짜 좋은 이야기, 즐거운 이야기, 삶의 만족도가 높은 이야기는 한 가족만의 이야기일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즉, 하나의 좋은 집, 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는 시골살이에서 매우 단편적이며 특수한 경우의 이야기다.

이웃과 함께 나눌 때 가장 행복하다.
 
 
이제 십 년째 시골에 살면서 느낀 것은, 좋은 이웃이 없는 시골 생활이란 행복하지도 않을 뿐더러, 시골에 사는 의미도 없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시골에 조용하게 은둔하기 위해 내려온 경우도 있겠지만, 우리처럼 평범한 소시민이라면 자기 가족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고 느끼기는 어렵다. 물론 가족은 그 자체로 행복한 단위이기는 하지만, 삶의 만족과 나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느끼게 하는 것은 가족은 물론 이웃과 공동체가 있음으로써, 더욱 확장하고 증폭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집짓기'에 관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나와 우리 가족 나아가 이웃과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도시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들이 시골에서는 일어나고 있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 새로운 세계의 발견이며 기회이기도 하다.

소박하면서 화려한 마당의 식탁.
 
 
나 자신, 직장인으로 살다 시골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일을 배우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예전과는 사뭇 다른 삶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자각하고 있다. 그것은 도시에서의 삶에 비해 훨씬 다양하며 풍부한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고, 내가 가지고 있는 알량한 능력이라도 주위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진정 서로 돕고 사는 것이 무언인가를 알게 되었다.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는 말은 사실이다. 특히 시골로 이주한 평범한 사람이라면, 아주 작은 일이라도 배우고, 경험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커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도시의 삶이 보통 월급을 받으며 살아가는 노동자의 삶-그것이 전문직이든 생산직이든 관계없이-은 노동을 통해 번 돈을 다시 도시생활에서 소비를 하며 다람쥐 체바퀴 같은 생활을 하게 된다. 그것은 분명 제도가 강요하는 삶이다.

농촌이라고 해서 자본주의 체제가 작동하는 방식이 다를 리는 없다. 돈이 없으면 고통스럽고,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도시가 '소비 위주의 삶'이라면 시골은 그나마 소비를 적게 하고, 자신의 노동력으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의 소득이 높고, 도시의 문명에 좋은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보기에 도시에서 시골로 이주하려는 사람은 예전보다 늘어나고 있다. 왜 그럴까.

집을 짓고 난 다음 해의 봄. 마당에 작은 나무들이 보인다.
 
 
도시에서의 삶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고, 생활하고 생을 마칠 때까지 평안하고 안락하게 살 수 있다면 일부러 시골로 내려오지 않을 것이다. 도시의 삶이 예전보다 불안해지고, 미래가 불투명하고, 도시의 삶이 각박해지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시골로 이주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시골에 내려와서도 혼자(가족 단위)서 먹고 살아야 한다고 여긴다면, 도시에서의 삶과 다를 게 무엇일까. 도시가 익명성과 단절된 삶의 상징이었다면, 시골은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 열려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불편함도 없지 않지만, 기회도 많고, 그 자체로 삶의 다양성과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도 하다.

이 글을 연재하면서, 강산의 변화 뿐 아니라 나 자신의 심리적인 변화와 삶의 변화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일어나고 있는가를 돌아보고자 한다. 그것이 교훈이 될 수도 있고, 정보가 될 수도 있으며, 시골에 먼저 내려 온 사람의 발자국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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