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02-26(토)
 

층간 소음


한국은 독특한 주거문화를 보여주는 나라다. 집단 주거시설인 아파트와 공동주택이 전체 주택의 77%에 이를 정도로 공동주택의 비율이 높다. 아파트 비중이 높은 이유는 1) 인구의 도시 집중화, 2) 주거 공간의 협소화로 인한 필연적 결과라고 보는데, 여기에 한국에서 유독 특별하게 나타나는 현상이 '자산 증식 가치'로써의 기능을 한다는 점이다.

부동산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하고 심각한 현상이며, 부동산 가격의 폭등, 폭락은 집권 여당에게 강력한 타격을 입힐 정도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한국에서 산업화가 본격 시작된 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부동산은 단 한 번도 가치가 하락한 적 없는 유일한 자산 가치여서 '부동산 신화'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정부는 물가 인상을 매우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지만, 부동산 가격은 통제하는데 실패했다. 물가 인상과 임금 인상율보다 훨씬 높은 상승율로 부동산 가격이 급증하면서, 주택 특히 '아파트'는 재산 증식 수단 가운데 가장 독보적 존재로 자리잡았다.


주택 공급 공약은 모든 정부에서 핵심 공약으로 자리잡았고, 1990년 이후 해마다 10만 가구 이상 아파트를 공급했지만, 여전히 주거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아파트 가격은 폭등하고 있다. 서울에서 신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기만 해도 몇억 원은 쉽게 벌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는 건, 그동안 정부가 부동산(아파트) 정책에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다.

더욱 심각한 건, 이렇게 지은 아파트에 입주하려고 높은 경쟁을 통해 겨우 입주한 사람들의 주거 만족도가 입주 전보다 높지 않다는 데 있다. 처음 '내 집'을 마련한 가족이라면 당연히 성취감과 만족도가 높겠지만, 아파트의 여러 편리하고 효율적이며, 부가 서비스 등의 기능은 삶의 질과 만족도를 높여주지만, 그런 모든 장점을 한번에 상쇄하는 것이 바로 '층간 소음'이다.


층간 소음은 두 가지 심각한 사회 현상을 드러낸다. 실제 층간 소음으로 인해 아파트 주민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발생하는 것과, 층간 소음을 해결하지 못한 부실 시공이 그것이다.

결론부터 보면, 층간 소음은 부실 시공의 결과다. 그 결과로 인해 입주민 사이에 갈등이 발생한 것이고, 갈등이 심각해지면 물리적 폭력을 휘두르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전국에 있는 수백만 채의 아파트가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층간 소음 문제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하고, 적어도 한번 이상은 겪어 본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문제점이다.

평당 1천만 원부터 5천만 원이 넘는 고가의 아파트에 살면서 층간 소음으로 전전긍긍하고, 늘 신경을 날카롭게 세우고 다녀야 하며, 어린 자녀가 마음 놓고 걷지도 못하게 막아야 하는 불안함으로 생활하는 걸 참고만 있다는 것도 매우 이상하다.

그러다 아래, 위층에서 층간 소음 문제로 시비가 붙기라도 하면 사소한 다툼이 점차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하고, 오해와 보복 심리가 발동하면서, 단지 아파트 분양을 받거나 매입하거나, 전월세로 들어와 사는 사람들일 뿐이 이웃이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고 만다.


층간 소음이 발생하도록 시공한 건설업체의 부실 시공도 문제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한 정부의 방임도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아파트를 짓는 업체의 시공 과정을 꼼꼼히 감리, 감시하고, 층간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 건축 규격을 엄격하게 만들어, 건설회사가 그 규격을 지키도록 했다면 수많은 아파트 입주민이 고통당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층간 소음은 정부의 무능과 기업의 이윤 추구의 극대화가 만들어 낸 합작품이다. 따라서 층간 소음 문제는 아파트 입주민이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아파트 사는 이웃끼리 얼굴 붉히고,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층간 소음의 본질적 문제에 관한 이해가 없기 때문이고, 이 문제를 다루는 기관, 단체가 거의 없는 것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원인이다.


층간 소음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해결 방안을 제시한 경우도 있고, 신축 아파트들은 과거 아파트보다는 층간 소음을 없애려는 정부의 규제와 과학적 방법을 도입해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기도 하다.

층간 소음을 확실하게 없애려면 기존의 아파트 구조부터 바뀌어야 하는데, 이것은 곧바로 건축 원가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건설회사의 이윤이 줄어들게 되므로 건설회사에서 비용이 높아지는 신공법을 빠르게 도입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한 각 층의 바닥(천정) 두께를 2005년부터 210mm로 의무화하고 있지만, 층간 소음을 보다 확실히 잡으려면 두께가 300mm는 되어야 하며, 여기에 별도로 완충재를 설치해야 한다. 완충재 위에 다시 기포 콘크리트 40mm가 깔리고, 그 위에 온수 파이프 배관과 몰탈 마감, 원목 바닥 마감재로 마무리한다.

오래 된 아파트는 바닥(천정) 콘크리트 두께도 얇고, 완충재도 설치하지 않아 층간 소음이 더 심한데, 이때 천정에서 흡음재를 설치해 층간 소음을 줄이는 기술도 있다. 이렇게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층간 소음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아파트 입주민들이 힘을 모아 정부와 건설회사를 압박할 때, 층간 소음 문제는 보다 빨리 해결될 것이다.


층간 소음은 구조적 문제지만, 당장 아래, 위층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날마다 부닥치는 심각한 일상이다. 정부의 해당 부처에서는 층간 소음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위원회를 설치하고, 건설회사와 함께 층간 소음을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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