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실수, 샤오미 제품을 구입하다
인터넷에 샤오미 제품을 두고 '대륙의 실수'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극찬을 하는 글을 자주 보았다. 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는 뜻일텐데, 정말 얼마나 훌륭한지 직접 써보고 싶어서 '직구'로 샤오미 제품을 구입하기로 하고, 샤오미 제품을 파는 곳을 알아보았다.
정작 샤오미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팔지 않는 물건들이 많았다. 샤오미 제품은 국내에서도 구매대행으로 구입할 수 있으니 딱히 '직구'를 할 이유는 없지만, 직구가 조금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은 틀림 없다.
인터넷 검색으로 가장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는 곳을 찾았는데, geekbuying이 그곳이었다. 이미 '페이팔'에 가입을 한 터라 구입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주문까지는 쉽게 했는데, 배송이 문제였다.
직구라고 해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줄 알고 기다렸지만, 감감 무소식이었다. 주문할 때 일부러 EMS를 선택했는데, 택배의 움직임을 인터넷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주문하고 며칠이 지나 EMS 홈페이지로 배송 조회를 했지만 물건이 다시 처음 발송한 곳으로 돌아갔다는 내용만 있을 뿐,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이메일로 판매 사이트에 메일을 보내, 주문한 물건이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더니, 며칠 뒤에 내가 주문한 물건이 반송되었다는 답장이 왔다.
결국 이 과정에서 무려 한 달 가까이 시간이 지났고, 담당자는 구매를 취소하고 돈을 돌려주겠다는 말을 했다. 짜증이 났다. 다시는 geekbuying에서 구입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한 번 더 오기로라도 주문을 더 해보기로 했다.
똑같은 주문 과정을 거쳐 택배 회사를 선택할 때, 이번에는 EMS가 아니라 TNT를 선택했다. 택배 비용도 EMS보다 훨씬 저렴했다.
이번에는 중국에서 한국까지 오는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한국에 도착해서 다시 문제가 생겼다. 며칠이 지나도 배송 상황이 바뀌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하다가,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국제 택배인 TNT가 한국에 물건을 보내면, 한국에서는 TNT에서 지정한 택배회사가 물건을 받아 배송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택배의 국내 상황을 알기 위해서는 TNT 쪽에 전화를 걸어 배송 번호를 알려주면 어떤 택배회사에서 배송을 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사실을 모르면, 국내 배송이 잘못될 경우, 마냥 기다리게 될 수밖에 없어서 황당한 일이 발생하게 된다. 나도 TNT에 전화를 걸어 국내 배송사와 국내 배송 번호를 확인하고, 국내 택배사에 전화를 했더니, 내가 사는 집주소와 전화가 확인이 되지 않아 배송 보류인 상태라고 했다. 전화로 주소와 전화번호를 다시 확인한 다음 배송을 부탁했다.
결국 물건은 잘 받았고, 무려 두 달 가까이 걸린 주문의 과정으로 알아 낸 것은 다음과 같다.
- 해외 직구일 경우 EMS보다는 TNT가 낫다.(물론, 이건 경우에 따라 다를 것이겠지만)
- 국내까지 물건이 도착하면 해외배송 회사에 전화를 걸어 국내 배송회사와 국내배송 번호를 확인한다.
물건을 받아 보니, 소박하고 단순한 갈색 박스가 인상적이었다. 샤오미 회장이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열렬한 추종자라고 하더니, 제품의 디자인과 포장까지 애플을 판박이처럼 따라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어설픈 포장보다는 차라리 잘 하는 기업을 따라하는 것이 오히려 좋은 방법 같았다.
위의 제품, 샤오미 블루투스 스피커는 26.69달러로, 3만원 정도다. 가격이 싼 듯 하지만, 성능과 비교할 때 적당한 가격이고 '대륙의 실수'라고 할 만큼 대단한 성능은 아니었다.
피스톤 3 이어폰은 2015년 형으로 17.99달러인데, 이 제품은 가격 대비 성능이 꽤 괜찮은 물건이다.
진짜 '대륙의 실수'라고 할만한 물건은 바로 이 체중계인데, 블루투스와 스마트폰 앱을 연동해 체중을 잴 때마다 그래프로 저장되어 체중 관리를 쉽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격도 18.99 달러로 매우 낮은 가격이어서 가격 대비 성능과 품질이 매우 훌륭한 제품이었다.
샤오미 제품처럼 성능이 좋고 가격이 싼 제품들이 중국에서 나오기 시작하면 한국의 IT기업들이나 전자제품기업들이 상당한 위협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제조 단가는 한국과 중국이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라서, 원가를 얼마나 낮게 하는가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달렸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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