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9-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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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까오량 가족 - 모옌
    <책> 홍까오량 가족 - 모옌 읽는 내내 고통스러운 작품이었다. 내용도 그렇고, 그 내용을 표현한 문장도 읽는 이의 심장과 영혼을 뜯어내는 듯한 충격과 격렬함 때문에, 페이지를 쉽게 넘기지 못했고, 한 번에 오래 읽기도 어려웠다. 모옌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충분히 그럴 만 하고, 자격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모옌의 작품은 중국 대륙의 현대사를 자신의 고향 산둥성 까오미 둥베이 향에서 일어난 사건을 통해 일반화, 보편화하고 있다. 그것은 중국 민중의 고통과 끈질긴 생명력에 관한 기록이며, 작게는 자신의 개인사적 사건이자 중국 현대사와 맞물린 거대한 물줄기를 관통하는 중국민중사이기도 하다. 이 소설집은 모두 다섯 편의 중편을 묶은 것으로, 중편 연작이지만 하나의 장편소설로도 충분히 읽힌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화 '붉은 수수밭'은 이 책의 첫번째 중편 '붉은 수수'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붉은 수수'도 매우 강렬한 피빛이지만, 뒤에 나오는 '고량주', '개들의 길', '수수장례식', '이상한 죽음'은 더욱 강렬하고 뜨겁고, 끈적끈적한 피빛이다. 이 작품을 읽고 머리에 남는 것은 '끈적끈적한 피'의 이미지다. 그것은 중국 민중의 피이며, 중국 대륙을 적시는 고통받는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자들의 피이며, 인간이 흘린 피이기도 하고 중국 역사가 흘린 '고통의 시간'이라는 피이기도 하다. 그 핏물을 먹고 자란 수수는 붉은 빛으로, 저녁 놀에 더욱 새빨갛게 피빛으로 빛난다. 광활한 붉은 수수밭은 마치 뜨거운 피가 일렁거리듯, 강렬한 색채로 번쩍거리며, 그 속에 살아가는 중국 민중은 압제와 어리석음 속에서 잔혹하게 죽어간다. 같은 시기-중국 근현대사의 초기인 1980년대에서 1930년대에 이르는 시기-에 루쉰은 중국 민중을 '아Q'에 빗대었다. '인간의 고기를 먹는 미치광이'들로도 표현했다. 중국 민중은 어리석고, 멍청하며, 자신들의 힘으로 역사를 바꿀 의지도, 지혜도 없는 인간들이라고 강렬하게 비판했다. 반면, 모옌은 루쉰의 '아Q'적 인간관을 수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피빛으로 물든 중국 민중의 삶을 잔혹하지만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침략자 일본에 대항하는 중국 민중은, 당시 정부나 정권과는 아무런 관련 없이, 그들 스스로 일본군과 싸운다. 우리도 일본 제국주의의 군화발에 짓밟힌 경험이 있지만, 중국 민중이 당한 고통과 아픔과 슬픔은 우리와 결코 다르지 않다. 그것을 모옌은 매우 강렬하고 직설적이며,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중국은 결코 일본의 악행을 잊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의지와 경고가 이 작품에 담겨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근현대사를 다룬 작품에서 이 정도의 강렬함과 잔혹함을 묘사한 작품이 있을까. 내가 아는 한 없다. 모옌은 자기의 조국, 중국의 민중이 당한 피비린내 나는 고통과 슬픔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 장면은 충격과 공포이며, 잔혹함과 슬픔이고, 짙은 피비린내와 격렬한 분노를 동반하고 있지만,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되는 최근의 현실이었음을 자각하도록 만든다. 모옌의 작품은 한국의 어떤 작품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선 굵은 묘사와 강력한 힘이 느껴진다. 그는 중국의 신화, 역사, 민간신앙을 총동원해서 중국 인민이 처한 상황을 직설적이면서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한국에 모옌과 같은 작가가 없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끄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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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7-30
  • 듀마 키 - 스티븐 킹
    <책> 듀마 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스티븐 킹이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스티븐 킹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스티븐 킹이 죽음 직전까지 간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 후유증이 매우 심했던 것을 잘 알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역시 그렇다.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사고의 후유증에 따르는 고통-육체적, 정신적 고통-의 묘사는 실제 당했던 사람이 아니고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매우 세밀하고, 감정적이며, 깊이 있는 내용이어서, 읽는 사람마저 그 고통을 느낄 정도로 치열하다. 무려 1000페이지에 달하는 장편이지만, 거의 대부분의 내용은 주인공 에드거의 독백으로 이어진다. 그가 살았던 과거의 삶과, 죽음에서 겨우 빠져나와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 아내와의 이혼, 삶의 터전을 완전히 다른 곳으로 옮겨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 그러다가, 이야기는 점차 새로운 영역, 미지의 세계로 진입한다. 주인공에게 생긴 초능력과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발생한 오래 된 실종 사건, 그리고 그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무시무시한 사건. 호러 장르에서 '리얼리티'를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호러' 자체가 '안티 리얼리티'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킹의 작품에서(뿐 아니라 모든 호러 작가들의 작품에서) 우리가 공감하는 것은, 유령이나 귀신의 존재가 아니라, 그로 인해 변화하는 인간(개인과 가족, 친구, 친지, 이웃)들의 삶이다. 즉, 초자연적인 존재를 내세워 현재의 우리를 돌아보는 것이 호러 작품의 진짜 목적인 것이다. 그렇기에, 스티븐 킹이 돋보이는 것은, 뒷부분의 크라이막스가 아니라, 그가 풀어나가는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가 바로 우리들의 삶에서 깊이 공감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삶에서 상처 입고 고통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누구나 공감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여기에 초현실, 비현실적인 상황을 끌어들여 그들이 겪는 아픔이 현실을 초월하는, 현실에서는 이해하거나 공감하기 어려울 정도의 큰 상처와 아픔이라는 것을 두드러지게 한다. 스티븐 킹의 작품에 등장하는 비현실적 존재들-유령, 귀신, 외계의 존재 등-은 스티븐 킹의 개인적 경험에서 우러나온 상상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가 작가이기 때문에 만들어 내는 그런 '당연한' 존재들이 아니라, 스티븐 킹의 삶을 통해 만들어진, 그의 경험의 산물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호러 작가 스티븐 킹은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우여곡절을 겪었고, 그 현실적 충격이 정신적, 감정적 충격으로 그의 뇌리에 남았을 것이다. 누구나 어렸을 때, 크고 작은 우여곡절을 겪지만, 스티븐 킹의 경험은 평범한 개인이 겪었던 것보다는 훨씬 심각하고 다양했다. 그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것들'은 그의 잠재의식과 불안에서 발생한 것들이고,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스티븐 킹은 호러소설을 선택한 것이 어쩌면 필연일 수 있다. (그가 지금도 가끔 악몽을 꾸고나면 아내를 향해 돌아눕는다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이 소설은 특히 스티븐 킹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받은 물리적,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글쓰기라고 생각한다. 그는 매우 심각한 고통에 시달렸으며, 그것이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기 어려운(적어도 이런 정도의 고통을 당한 사람이 작가일 확률은 매우 낮으므로) 고통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했을 것이다. 결국, 스티븐 킹의 시도는 성공했고, 그는 자신의 경험과 고통을 소설로 기록했다. 우리는 스티븐 킹의 묘사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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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7-30
  • 클린트 이스트우드
    <책> 클린트 이스트우드 지은이 : 마크 엘리엇 출판사 : 민음사 출간일 : 2013년 2월 25일 분량 : 616쪽 개요 이 책은 마초 이미지를 대표하는 스타 배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 감독,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역할 모델로 추앙받는 세계적인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평전이다. 50여 년간 출연하고 만들어 온 영화와 뒷이야기는 물론, 순탄치 않았던 결혼 생활과 불륜, 각종 소송에 대한 비화, 그리고 아이스크림콘을 거리에서 먹지 못하게 하는 시 당국의 조례 제정에 분노하여 카멜의 시장에 선출되는 의외의 사건에 이르기까지, 일용직을 전전하던 목표 없는 청년에서 세계적인 거장으로 거듭난 80년간의 일대기이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영화사(史) 학자인 마크 엘리엇이 수많은 자료와 다양한 취재원들을 동원하여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듯이 생생하고 상세하게 그 드라마틱한 삶을 전달한다. 1930년대 대공황기에 가난한 떠돌이 부부에게서 태어난 5.15kg의 우량아, 군 복무 시절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살아남은 행운아, 혼외정사로 네 명의 아이를 낳은 바람둥이 할리우드 스타. 이 모두가 대스타라는 이미지에 가려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다양한 모습이다. 이 책은 잘 알려지지 않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사생활과 그가 찍어 온 영화들로 대표되는 공적 생활이 어떻게 조응해 가는지 추적한다. 기존의 평전들이 놓친 최근 10년간의 황금기를 상세히 밝힐 뿐만 아니라, 찬양과 비판 사이에서 시종일관 객관적 거리를 견지하며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거대한 스타의 명과 암을 조명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연기 철학, 연출 스타일, 배우와 감독으로서 다다른 성숙함, 공인으로서의 자기 관리 능력, 인생을 바라보는 철학에 이르기까지, 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알고 싶다면, 이 책 한 권으로 충분할 것이다.-<출판사 책소개> 독후감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가 미국총기협회를 대표해 영화배우 찰튼 헤스턴을 인터뷰했을 때,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만일 마이클 무어가 내 앞에 나타나면 죽여버리겠다'고 공개적으로 위협했고,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는지, 마이클 무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인터뷰를하지 않았다.내가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알게 된 건 초등학교 시절부터였으니, 40년 세월이다. 당시 우리 꼬마들은 이소룡 흉내를 내며 골목을 뛰어다녔고, 동네에 있는 두 개의 극장에서는 수많은 영화 간판들이 바뀌어 걸렸다.이소룡 다음으로 인기 있었던 영화는 당연히 서부극이었고, 우리는 보난자의 보안관이 되어 머플러를 휘날리며 적과 등을 맞대고 열 걸음을 걸은 다음, 재빠르게 쌍권총을 뽑아 적을 쓰러뜨렸다.가난했지만, 우리에게는 꿈이 있고, 우상이 있었다. 콧물을 흘리며 뛰어다닐 동무가 있었고, 골목길이 있었으며, 공부하라고 머리를 쥐어박는 어른도 없었다.우리는 지칠 때까지 놀았고, 땅거미가 지고도 한참 지나 어두워질 때까지, 아니면 엄마가 밥 먹으라고 소리칠 때까지 줄기차게 놀았다.영화 뿐 아니라 당시로는 귀했던 흑백 TV에서도 서부극은 단골 프로그램이었다. 우리는 시가를 씹으며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장화 끝에 박차를 매단 총잡이와 보안관을 사랑했다.그들은 마초였으며, 외톨이였지만 결코 고독하지도, 연민에 사로잡히지도 않는 영웅이었다. 그리고 그 영웅은 바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였다. 존 웨인도 있었지만, 우리는 마카로니 웨스턴에 더 가까운 꼬마들이었고, 도대체 웃지 않고 늘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고독한 총잡이가 모든 적들을 쓰러뜨리고 황혼의 사막 위로 사라지는 모습은 경이로움, 바로 그것이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보수니 진보니 하는 진영 논리를 펴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경우, 사람들은 진영 논리에 의해 움직이지도 않는다. 보수, 진보라는 이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양심’이고, 잘 훈련된 개인주의이기 때문이다.실제로, 아무리 진보주의자라 해도 ‘개인주의’ 훈련이 덜 된 사람은 어느 순간 자신이 믿는 이념의 정반대편으로 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극과 극은 통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배웠던 양심, 도덕, 염치, 인내, 배려, 사랑, 존중 등과 같은 덕목은 이념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이념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발생한 감정들이고, 가치 기준인 것이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이런 기본적인 사회성이 발달하지 않은 사람은 언제든 인간 이하의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보수적 태도를 견지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보수성’은 한국 사회에서는 상당히 진보적인 태도에 가깝다. 즉, 미국의 보수집단 가운데서도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진보적 보수라고 자리매김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그가 인간(사회)의 중요한 덕목들-양심, 도덕, 존중, 배려, 자유 등-을 누구보다 충실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생활에 있어서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사회의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것이 한편으로는 진보적 태도일 수도 있지만, 그가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태도와는 사뭇 다른, 그래서 혼란스러운 모습이다.결혼을 한 이후에도-결혼 전은 말할 것도 없고-단 한 순간도 아내 외에 다른 여자가 없었던 적이 없는, 말하자면 바람둥이, 플레이보이, 난봉꾼으로 불릴 만한 인물이었음에도 스스로는 도덕적 결함을 인정하지 않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다.그는 자신의 삶과 영화배우나 감독으로서의 삶을 분리하려 했지만, 어찌보면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개인은 평생 영화에 종속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배우로서도 성공했지만, 특히 감독으로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인물로 자리매김했고, 그를 인간적으로는 싫어할 수 있겠지만, 그의 작품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걸작들을 만들어 왔다.이 책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배우, 감독과 그의 작품들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그의 사생활에 관한 내용도 다른 책에서는 다루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일부러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객관적으로 수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일대기를 쓴 것이다. 본인의 이야기를 듣지 않은 것이 단점일 수 있지만, 객관성을 유지한다는 점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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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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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까오량 가족 - 모옌
    <책> 홍까오량 가족 - 모옌 읽는 내내 고통스러운 작품이었다. 내용도 그렇고, 그 내용을 표현한 문장도 읽는 이의 심장과 영혼을 뜯어내는 듯한 충격과 격렬함 때문에, 페이지를 쉽게 넘기지 못했고, 한 번에 오래 읽기도 어려웠다. 모옌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충분히 그럴 만 하고, 자격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모옌의 작품은 중국 대륙의 현대사를 자신의 고향 산둥성 까오미 둥베이 향에서 일어난 사건을 통해 일반화, 보편화하고 있다. 그것은 중국 민중의 고통과 끈질긴 생명력에 관한 기록이며, 작게는 자신의 개인사적 사건이자 중국 현대사와 맞물린 거대한 물줄기를 관통하는 중국민중사이기도 하다. 이 소설집은 모두 다섯 편의 중편을 묶은 것으로, 중편 연작이지만 하나의 장편소설로도 충분히 읽힌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화 '붉은 수수밭'은 이 책의 첫번째 중편 '붉은 수수'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붉은 수수'도 매우 강렬한 피빛이지만, 뒤에 나오는 '고량주', '개들의 길', '수수장례식', '이상한 죽음'은 더욱 강렬하고 뜨겁고, 끈적끈적한 피빛이다. 이 작품을 읽고 머리에 남는 것은 '끈적끈적한 피'의 이미지다. 그것은 중국 민중의 피이며, 중국 대륙을 적시는 고통받는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자들의 피이며, 인간이 흘린 피이기도 하고 중국 역사가 흘린 '고통의 시간'이라는 피이기도 하다. 그 핏물을 먹고 자란 수수는 붉은 빛으로, 저녁 놀에 더욱 새빨갛게 피빛으로 빛난다. 광활한 붉은 수수밭은 마치 뜨거운 피가 일렁거리듯, 강렬한 색채로 번쩍거리며, 그 속에 살아가는 중국 민중은 압제와 어리석음 속에서 잔혹하게 죽어간다. 같은 시기-중국 근현대사의 초기인 1980년대에서 1930년대에 이르는 시기-에 루쉰은 중국 민중을 '아Q'에 빗대었다. '인간의 고기를 먹는 미치광이'들로도 표현했다. 중국 민중은 어리석고, 멍청하며, 자신들의 힘으로 역사를 바꿀 의지도, 지혜도 없는 인간들이라고 강렬하게 비판했다. 반면, 모옌은 루쉰의 '아Q'적 인간관을 수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피빛으로 물든 중국 민중의 삶을 잔혹하지만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침략자 일본에 대항하는 중국 민중은, 당시 정부나 정권과는 아무런 관련 없이, 그들 스스로 일본군과 싸운다. 우리도 일본 제국주의의 군화발에 짓밟힌 경험이 있지만, 중국 민중이 당한 고통과 아픔과 슬픔은 우리와 결코 다르지 않다. 그것을 모옌은 매우 강렬하고 직설적이며, 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중국은 결코 일본의 악행을 잊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의지와 경고가 이 작품에 담겨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근현대사를 다룬 작품에서 이 정도의 강렬함과 잔혹함을 묘사한 작품이 있을까. 내가 아는 한 없다. 모옌은 자기의 조국, 중국의 민중이 당한 피비린내 나는 고통과 슬픔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 장면은 충격과 공포이며, 잔혹함과 슬픔이고, 짙은 피비린내와 격렬한 분노를 동반하고 있지만,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되는 최근의 현실이었음을 자각하도록 만든다. 모옌의 작품은 한국의 어떤 작품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선 굵은 묘사와 강력한 힘이 느껴진다. 그는 중국의 신화, 역사, 민간신앙을 총동원해서 중국 인민이 처한 상황을 직설적이면서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한국에 모옌과 같은 작가가 없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끄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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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7-30
  • 듀마 키 - 스티븐 킹
    <책> 듀마 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스티븐 킹이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스티븐 킹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스티븐 킹이 죽음 직전까지 간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 후유증이 매우 심했던 것을 잘 알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역시 그렇다.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사고의 후유증에 따르는 고통-육체적, 정신적 고통-의 묘사는 실제 당했던 사람이 아니고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매우 세밀하고, 감정적이며, 깊이 있는 내용이어서, 읽는 사람마저 그 고통을 느낄 정도로 치열하다. 무려 1000페이지에 달하는 장편이지만, 거의 대부분의 내용은 주인공 에드거의 독백으로 이어진다. 그가 살았던 과거의 삶과, 죽음에서 겨우 빠져나와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 아내와의 이혼, 삶의 터전을 완전히 다른 곳으로 옮겨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 그러다가, 이야기는 점차 새로운 영역, 미지의 세계로 진입한다. 주인공에게 생긴 초능력과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발생한 오래 된 실종 사건, 그리고 그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무시무시한 사건. 호러 장르에서 '리얼리티'를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호러' 자체가 '안티 리얼리티'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킹의 작품에서(뿐 아니라 모든 호러 작가들의 작품에서) 우리가 공감하는 것은, 유령이나 귀신의 존재가 아니라, 그로 인해 변화하는 인간(개인과 가족, 친구, 친지, 이웃)들의 삶이다. 즉, 초자연적인 존재를 내세워 현재의 우리를 돌아보는 것이 호러 작품의 진짜 목적인 것이다. 그렇기에, 스티븐 킹이 돋보이는 것은, 뒷부분의 크라이막스가 아니라, 그가 풀어나가는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가 바로 우리들의 삶에서 깊이 공감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삶에서 상처 입고 고통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누구나 공감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여기에 초현실, 비현실적인 상황을 끌어들여 그들이 겪는 아픔이 현실을 초월하는, 현실에서는 이해하거나 공감하기 어려울 정도의 큰 상처와 아픔이라는 것을 두드러지게 한다. 스티븐 킹의 작품에 등장하는 비현실적 존재들-유령, 귀신, 외계의 존재 등-은 스티븐 킹의 개인적 경험에서 우러나온 상상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가 작가이기 때문에 만들어 내는 그런 '당연한' 존재들이 아니라, 스티븐 킹의 삶을 통해 만들어진, 그의 경험의 산물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호러 작가 스티븐 킹은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우여곡절을 겪었고, 그 현실적 충격이 정신적, 감정적 충격으로 그의 뇌리에 남았을 것이다. 누구나 어렸을 때, 크고 작은 우여곡절을 겪지만, 스티븐 킹의 경험은 평범한 개인이 겪었던 것보다는 훨씬 심각하고 다양했다. 그의 작품들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것들'은 그의 잠재의식과 불안에서 발생한 것들이고,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스티븐 킹은 호러소설을 선택한 것이 어쩌면 필연일 수 있다. (그가 지금도 가끔 악몽을 꾸고나면 아내를 향해 돌아눕는다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이 소설은 특히 스티븐 킹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받은 물리적,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글쓰기라고 생각한다. 그는 매우 심각한 고통에 시달렸으며, 그것이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기 어려운(적어도 이런 정도의 고통을 당한 사람이 작가일 확률은 매우 낮으므로) 고통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했을 것이다. 결국, 스티븐 킹의 시도는 성공했고, 그는 자신의 경험과 고통을 소설로 기록했다. 우리는 스티븐 킹의 묘사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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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7-30
  • 클린트 이스트우드
    <책> 클린트 이스트우드 지은이 : 마크 엘리엇 출판사 : 민음사 출간일 : 2013년 2월 25일 분량 : 616쪽 개요 이 책은 마초 이미지를 대표하는 스타 배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 감독,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역할 모델로 추앙받는 세계적인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평전이다. 50여 년간 출연하고 만들어 온 영화와 뒷이야기는 물론, 순탄치 않았던 결혼 생활과 불륜, 각종 소송에 대한 비화, 그리고 아이스크림콘을 거리에서 먹지 못하게 하는 시 당국의 조례 제정에 분노하여 카멜의 시장에 선출되는 의외의 사건에 이르기까지, 일용직을 전전하던 목표 없는 청년에서 세계적인 거장으로 거듭난 80년간의 일대기이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영화사(史) 학자인 마크 엘리엇이 수많은 자료와 다양한 취재원들을 동원하여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듯이 생생하고 상세하게 그 드라마틱한 삶을 전달한다. 1930년대 대공황기에 가난한 떠돌이 부부에게서 태어난 5.15kg의 우량아, 군 복무 시절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살아남은 행운아, 혼외정사로 네 명의 아이를 낳은 바람둥이 할리우드 스타. 이 모두가 대스타라는 이미지에 가려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다양한 모습이다. 이 책은 잘 알려지지 않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사생활과 그가 찍어 온 영화들로 대표되는 공적 생활이 어떻게 조응해 가는지 추적한다. 기존의 평전들이 놓친 최근 10년간의 황금기를 상세히 밝힐 뿐만 아니라, 찬양과 비판 사이에서 시종일관 객관적 거리를 견지하며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거대한 스타의 명과 암을 조명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연기 철학, 연출 스타일, 배우와 감독으로서 다다른 성숙함, 공인으로서의 자기 관리 능력, 인생을 바라보는 철학에 이르기까지, 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알고 싶다면, 이 책 한 권으로 충분할 것이다.-<출판사 책소개> 독후감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유명한 마이클 무어가 미국총기협회를 대표해 영화배우 찰튼 헤스턴을 인터뷰했을 때,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만일 마이클 무어가 내 앞에 나타나면 죽여버리겠다'고 공개적으로 위협했고, 아마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는지, 마이클 무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인터뷰를하지 않았다.내가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알게 된 건 초등학교 시절부터였으니, 40년 세월이다. 당시 우리 꼬마들은 이소룡 흉내를 내며 골목을 뛰어다녔고, 동네에 있는 두 개의 극장에서는 수많은 영화 간판들이 바뀌어 걸렸다.이소룡 다음으로 인기 있었던 영화는 당연히 서부극이었고, 우리는 보난자의 보안관이 되어 머플러를 휘날리며 적과 등을 맞대고 열 걸음을 걸은 다음, 재빠르게 쌍권총을 뽑아 적을 쓰러뜨렸다.가난했지만, 우리에게는 꿈이 있고, 우상이 있었다. 콧물을 흘리며 뛰어다닐 동무가 있었고, 골목길이 있었으며, 공부하라고 머리를 쥐어박는 어른도 없었다.우리는 지칠 때까지 놀았고, 땅거미가 지고도 한참 지나 어두워질 때까지, 아니면 엄마가 밥 먹으라고 소리칠 때까지 줄기차게 놀았다.영화 뿐 아니라 당시로는 귀했던 흑백 TV에서도 서부극은 단골 프로그램이었다. 우리는 시가를 씹으며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장화 끝에 박차를 매단 총잡이와 보안관을 사랑했다.그들은 마초였으며, 외톨이였지만 결코 고독하지도, 연민에 사로잡히지도 않는 영웅이었다. 그리고 그 영웅은 바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였다. 존 웨인도 있었지만, 우리는 마카로니 웨스턴에 더 가까운 꼬마들이었고, 도대체 웃지 않고 늘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고독한 총잡이가 모든 적들을 쓰러뜨리고 황혼의 사막 위로 사라지는 모습은 경이로움, 바로 그것이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보수니 진보니 하는 진영 논리를 펴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경우, 사람들은 진영 논리에 의해 움직이지도 않는다. 보수, 진보라는 이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양심’이고, 잘 훈련된 개인주의이기 때문이다.실제로, 아무리 진보주의자라 해도 ‘개인주의’ 훈련이 덜 된 사람은 어느 순간 자신이 믿는 이념의 정반대편으로 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극과 극은 통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배웠던 양심, 도덕, 염치, 인내, 배려, 사랑, 존중 등과 같은 덕목은 이념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이념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존재했던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발생한 감정들이고, 가치 기준인 것이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이런 기본적인 사회성이 발달하지 않은 사람은 언제든 인간 이하의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보수적 태도를 견지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보수성’은 한국 사회에서는 상당히 진보적인 태도에 가깝다. 즉, 미국의 보수집단 가운데서도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진보적 보수라고 자리매김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그가 인간(사회)의 중요한 덕목들-양심, 도덕, 존중, 배려, 자유 등-을 누구보다 충실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생활에 있어서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사회의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것이 한편으로는 진보적 태도일 수도 있지만, 그가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태도와는 사뭇 다른, 그래서 혼란스러운 모습이다.결혼을 한 이후에도-결혼 전은 말할 것도 없고-단 한 순간도 아내 외에 다른 여자가 없었던 적이 없는, 말하자면 바람둥이, 플레이보이, 난봉꾼으로 불릴 만한 인물이었음에도 스스로는 도덕적 결함을 인정하지 않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다.그는 자신의 삶과 영화배우나 감독으로서의 삶을 분리하려 했지만, 어찌보면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개인은 평생 영화에 종속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배우로서도 성공했지만, 특히 감독으로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인물로 자리매김했고, 그를 인간적으로는 싫어할 수 있겠지만, 그의 작품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걸작들을 만들어 왔다.이 책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배우, 감독과 그의 작품들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그의 사생활에 관한 내용도 다른 책에서는 다루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일부러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만나지 않았다고 했다.객관적으로 수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일대기를 쓴 것이다. 본인의 이야기를 듣지 않은 것이 단점일 수 있지만, 객관성을 유지한다는 점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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