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을 어떻게 먹을까
매실을 발효액으로 담가 먹는 것은 퍽 좋은 방법입니다. 다른 방법으로 매실을 먹기도 하지만, 발효액으로 만든다는 것은 '발효'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매실 액기스'라고 하는 건, 매실과 설탕을 1대1로 섞어 약 100일을 발효하면 액기스가 생기고, 그 액기스를 물에 타 마시거나, 원액을 천연양념으로 쓰기도 합니다. 또한 매실은 과육을 벗겨 장아찌로 먹기도 하고, 매실 씨는 베개 속에 넣기도 합니다.
이렇게 두루 쓰임이 많은 매실을 담그는 방법은 거의 천편일률인데, 아마 아래와 같은 방식이 보편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1. 매실을 깨끗이 씻어 말린다.
2. 꼭지를 뗀다-이쑤시개를 쓰거나 바늘을 쓴다.
3. 잘 마른 매실에 소주를 스프레이 한다. 스프레이 건에 소주를 넣고 매실 위에 뿌린다.(이 단계는 하지 않는 분도 있을 겁니다.)
4. 매실과 설탕을 1대1로 넣고 버무린다. 이때, 버무리지 않고 그냥 매실을 넣고 그 위에 설탕을 붓는 방식을 쓰기도 합니다.
5. 매실을 담는 용기는 플라스틱통, 유리병, 항아리 등을 이용한다.
6. 매실 한 켜, 설탕 한 켜, 매실 한 켜, 설탕 한 켜로 올리고, 마지막에 설탕으로 덮는다.
이렇게 해서 뚜껑을 봉하고 약 100일 정도를 그냥 두는 경우도 있겠지만, 가끔 통을 휘저어 가라앉은 설탕과 매실을 잘 섞어주기도 합니다. 저는 잘 섞어주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이제, 약 100일이 지나고 매실 알맹이를 꺼내는 사람이 있겠습니다. 꺼낸 매실 알맹이는 과육과 씨를 분리해서 과육은 장아찌로 만들어 먹고, 씨는 잘 말려서 베개 속으로 쓰면 되겠죠?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지금까지, 거의 모든 사람들은 '매실 발효액 담그기'라고 하면 통상 위에 적은 내용에 따라 만들었을 것입니다. 저도 물론 그랬구요. 하지만 올해부터는 다르게 담을 생각입니다. 어떻게 할 작정이냐구요?
1번부터 3번까지를 하지 않습니다. 즉, 매실을 물로 씻지 않고, 꼭지도 떼지 않고, 소주로 스프레이도 하지 않습니다.
또한, 100일이 지나서도 매실과 액기스를 분리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3개월이 지나 꼭 마셔야 한다면 위와 같은 방법으로 '매실 발효액'을 담가 드시면 되겠습니다만, 그렇지 않다면 좀 더 오래 놔두는 방법을 선택해도 됩니다.
어떤 설탕을 넣을 것인가?
매실 발효액은 물론이고, 설탕을 넣는 모든 발효액은 설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유통되는 설탕은 메이저인 제일제당과 삼양의 설탕이 있고, 국내 업체에서 유통하는 유기농 설탕이 일부 있으며, 최근 쿠바와 브라질 등에서 수입하는 유기농 설탕이 있습니다.
또한, 설탕보다는 덜 달지만 몸에는 더 좋다는 '원당'이 태국에서 수입되고 있기도 합니다.
어떤 설탕을 넣는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담가 먹는 경우에 따라 들어가는 설탕의 종류도 달라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일반적으로 100일 동안 발효를 해서 먹는 매실 발효액의 경우, 즉, 발효 시간이 짧을수록 좋은 설탕을 써야 합니다. 발효가 100일 정도 진행되었다면 '충분한 발효'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즉, 매실 액기스 안에는 여전히 설탕이 녹아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매실 액기스를 먹는다는 것은, 그 안에 있는 설탕을 함께 먹는 것이기 때문에 그 설탕의 성분이 중요한 것입니다.
짧은 기간-약 100일-에 먹는 매실액이라면 유기농 설탕이나 원당을 쓰는 것을 권하고, 장기간 발효를 한다면, 일반 백설탕을 써도 전혀 상관 없습니다.
설탕은 발효를 일으키는 미생물의 먹이이기 때문에 설탕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만, 당이 분해되면서 단당으로 바뀌게 되면, 처음 넣은 설탕은 화학적 반응을 통해 우리 몸에 해로운 성분은 모두 사라지게 됩니다.
그럼, 어떻게 만드는 것이 '진짜 매실 발효액'일까
설탕이 완전히 분해되어 포도당으로 변하려면 적어도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효소학'에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즉, 다당->이당->단당으로 바뀌는 과정이 '발효'인데, 이 과정에서 '당'은 완전히 분해되어 몸에 이로운 '포도당'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러면 매실은 어떻게 될까요? 담가서 100일 정도된 매실은 좀 쪼그라들긴 하지만 그래도 과육은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실 과육을 먹을 게 아니라면 오래 그냥 놔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발효의 초기 단계에서 매실과 설탕은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매실 과육의 수분이 빠져나오게 됩니다. 100일이 되면 매실의 과육에서 수분이 충분히 빠져나왔다고 보는 건데, 많은 사람들이 매실 씨에는 독 성분이 있어서 너무 오래두면 안된다고 하는데, 이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입니다.
100일이 지나고, 1년이 지나면 '역삼투압 현상'이 나타납니다. 즉, 매실에 있던 수분이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시기가 끝나면, 반대로 밖에 있던 매실 액기스들이 매실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즉, 좋은 성분이 다시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죠. 흠...이거 고급 정본데...
따라서 빨리 먹고 싶어서 안달이 나지 않았다면, 매실을 오래 묵힐수록 좋은 발효 액기스가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오래 묵힐 매실 발효액이라면 설탕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사용해도 됩니다. 물론, 유기농 설탕을 쓰면 더 좋겠지만, 굳이 유기농 설탕이 아니어도, 모든 설탕은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분해되어 '단당'으로 바뀌기 때문에 우리 몸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검증된 이론입니다.
설탕의 역할은 '효소의 먹이'입니다. 발효 과정에서 효소들이 먹을 먹이가 필요한데, 설탕이 그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발효 기간이 짧을수록 좋은 설탕이 필요한 것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고, 기간이 길어지면 설탕의 종류는 관계없게 됩니다.
매실과 설탕의 비율은 계절, 날씨, 온도, 습도, 빛의 농담 정도에 따라 상당히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설명하면, 봄, 가을에는 1대1로 맞추고, 여름에는 매실1에 설탕 1.2가 적당하고, 겨울에는 매실1에 설탕0.7이 맞다고 합니다. 물론, 이것도 절대적인 이론은 아닙니다.
또한, 여름처럼 온도가 높을 때는 설탕을 한꺼번에 많이 넣는 것보다는 처음에는 절반을, 그리고 발효되는 상황을 보면서 설탕을 몇 번에 나눠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렇게 하려면 발효에 관한 지식이 좀 있어야 하니까, 이런 방법이 어려운 사람은 그냥 한꺼번에 넣어도 됩니다.
작년에 담근 매실 원액을 가져간 가족이 맛있다고 해서 올해도 좀 많이 담가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매실 맛있게 담가드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