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1-08(수)
 

조국의 법고전 산책




법을 다룬 책, 그것도 100년, 200년 전의 법철학 책이 과연 재미있을까? 이런 생각으로 책을 펼친 나는 시작부터 깜짝 놀랐다. 우리가 가진 상식, 법을 다룬 책은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단숨에 깨뜨리는 내용이었다.


조국 교수는 친절하다.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도 말했지만, 조국 교수는 친절한 저자이면서, 알고보면 '츤데레'일지 모른다. 겉으로 보기에는 엄격하고 조금은 냉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말이다.


이 책은 조국 교수가 예전에 강의한 내용을 수정, 보완한 책으로, 거의 새로 쓴 내용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한국 정치 현실에 관한 내용과 민주주의의 기본을 다룬 내용이 많아서 전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진진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민주주의와 인권, 사법의 기틀을 만들어 온 근대 법철학은 어지간한 지식의 기초가 쌓이지 않으면 혼자 책을 읽고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 책의 장점은 근대 법철학의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저자가 재조직하면서, 그 시대의 배경, 역사적 의미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법철학자의 이름은 다 알고 있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사상의 근원과 내용의 의미, 역사적 배경에 관해서는 어렴풋했는데, 이 책을 읽고는 모두 이해하게 되었다. 저자인 조국 교수도 말했지만, 이 책은 중학생, 고등학생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고 재미있게 썼다.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도록 권하면 좋겠다.




'프랑스 혁명'을 촉발한 장 자끄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시작으로,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존 로크의 '통치론', 체사레 베카리아의 '범죄와 형벌', 토머스 페인의 '상식, '인권', 알렉산더 해밀턴, 제임스 메디슨, 존 제이의 '페러랄리스트 페이퍼',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루돌프 폰 예링의 '권리를 위한 투쟁', 플라톤의 '소크라테스를 위한 변명', '크리톤',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시민불복종', '존 브라운을 위한 청원', 임마누엘 칸트의 '영구 평화론'까지 이름을 들어서 알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저서는 다 읽지 못한 나같은 불량한 독자를 위해 조국 교수는 중요한 문장까지 인용하며 법고전이 근대와 현대를 어떻게 열었는가를 말하고 있다.


인간의 역사에서 개인의 권리, 민주주의의 확대, 인권의 탄생, 인간을 도구가 아닌 '목적' 그 자체로 보기 시작한 근대적 '휴머니즘'의 발전에는 이런 법고전을 통한 강력한 계몽과 사상의 실천이 함께 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미셸 푸코가 쓴 '광기의 역사', '감시와 처벌', '성의 역사' 등이 떠올랐다. 


법고전의 저자들이 큰틀에서 인간의 권리, 자유, 민주주의, 인권에 관해 디딤돌을 놓았다면, 미셸 푸코는 그 시대의 인간들 사이에서 벌어진 권력과 계급 갈등의 구체적인 움직임을 포착했고, 서로 연관이 없을 것 같은 현상을 관찰하면서 본질에서 동일한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걸 밝힌다.


푸코는 병원과 감옥(수용소), 학교, 군대가 모두 동일한 시스템으로 작동한다는 걸 역사적 과정을 통해 확인한다. 루소가 '사회계약론'을 설파하고 있을 때, 거리를 배회하는 정신병자들과 부랑자들은 교회(성당)의 비어 있는 공간에 갇히게 되고, 교회(성당)는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아내 이들 정신병자들과 부랑자를 수용해 관리한다.


이렇게 시작된 '수용'과 '감금'의 역사는 '병원'을 탄생하는 계기가 되고, '감옥'의 원형이 된다. 중세에는 거리를 떠도는 사람은 죄를 짓지 않았어도 '수용'당하거나 '감금'되어도 그걸 항변할 인권이 없었고, '인권', '민주주의'의 개념이 없던 시대에는 '마녀사냥'이라는 명목으로 수십만 명의 여성을 교회가 학살하고 그들의 재산을 탈취하는 악행을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했다.




이 책 '조국의 법고전 산책'은 유럽 중세의 극악한 사회 현상 이후 나타난 계몽의 결과물이 무언가를 알려준다. 즉 무소불위의 왕권, '마녀사냥'을 통해 돈벌이에 눈이 먼 교회(성당) 권력의 부패함, 광장에서 죄인 또는 죄인이라는 누명을 쓴 사람들을 한꺼번에 교수형을 하면서, 그들의 죽음을 구경거리로 전락시키는 참혹함, 갓난 고아들에게 럼주를 먹여 수십, 수백 명의 고아를 살해하던 극악한 범죄 등을 본 지성인들이 미개한 사회를 계몽하고, 인간의 이성이 작동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애쓴 결과물로 나온 책들이 바로 이 책에 등장하는 법고전 책들이다.


여기 등장하는 책들은 모두 당대에 진보적 테제를 내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들이 온전히 독자적이고, 독립적으로 앞서 나간 것은 아니다. 모든 사회 현상이 그렇듯, 이들 법고전이 등장하는 배경에는 이미 누적된 민중(인민)의 투쟁이 있었고, 이 책의 저자들은 그런 사회 현상을 날카롭게 발견하고 정리했다. 그들의 높은 안목과 철학이 한 권의 책으로 집약되고, 이 책은 다시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면서 민중의 삶을 위한 투쟁과 지성인의 저서가 변증적으로 상호 작용해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좋은 책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이 책은 조국 교수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쓴 책이다. 수많은 책이 있지만, 읽어서 살이 되고, 뼈가 되는 책이 있는 반면, 종이만 낭비하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은 살이 되고, 뼈가 되는 책이다. 조국 교수의 진심이 담긴 책이니 가능한 많은 사람이 읽고, 이 책에서 말하는 개인의 권리, 인권, 민주주의에 관해 자기 생각을 올곧게 세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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