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1-08(수)
 

무신론자의 시대




제목이 '무신론자의 시대'인데, 원문 제목은 The Age of Nothing: How We Have Sought To Live Since The Death of God 이다. '무의 시대 : 신의 죽음 이후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왔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작가는 '신의 죽음'을 니체의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기준으로 삼는다.


즉,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 19세기 이후의 세계는 신이 없는 사회, 신의 존재가 무의미한 사회를 어떻게 살아왔을까 살펴본다. 니체가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발표한 이후, 그가 제시한 '초인'의 개념은 서양에서 수천 년 이어져 온 '신', '하나님'의 개념을 대체할만한 놀라운 개념이었다. 과거 종교가 지배하던 사회와 달리, 자본주의 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종교는 자본의 힘에 밀려나 절대적 권위를 잃게 된다. 종교는 자본에 기생하거나, 자본의 비위를 맞추며 생존하는 방법을 찾는데, 이는 '종교의 세속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오늘날 종교를 믿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교에서 영혼의 구원을 받고자 교회나 성당에 가는 것이 아니라, 빈곤과 생존의 불안을 벗어나기 위해 종교를 갖는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나타난다. 다만, 미국의 상황과 다른 나라는 사뭇 다른 형태를 보이는데, 미국에서는 종교(기독교, 개신교)를 갖고, 종교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반해, 다른 나라에서는 종교(기독교, 개신교)를 믿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삶이 조금 더 나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 니체의 주장은 당시(19세기)의 사회 상황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이 시기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필두로 수많은 과학적 발견, 발명이 나타나고 있었으며, 우주론, 천문학, 물리학 등 정교한 과학 이론의 등장으로 인간의 사고 영역과 지적 확장이 다른 어느 시기보다 빠르게 넓어지던 때였다.


따라서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선언한 것은 그동안 인류가 살아오면서 가졌던 관념과 무지를 벗어나 이성의 시대로 진입하는 선언이었으며, 종교(와 종교지도자)가 억압하고 있었던 종교 이외의 다양한 삶 - 쾌락, 예술, 문화, 오락, 과학 등 - 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또한 이 시기는 프로이트와 융이 정신분석학을 하나의 학문 체계로 세우면서 인간의 정신과 심리가 과학적으로 분석되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류의 무지와 몽매에서 탄생한 종교는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되지만, 새로운 개념으로 바뀌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서양에서 두 번의 전쟁 - 1차, 2차 세계전쟁 - 은 서양(유럽)의 기존 관념과 질서를 완전히 해체하고 새로운 세계를 재조직, 재구축하는 시기에 해당한다. 전쟁을 겪은 유럽인은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신이 없는 사회에서 인간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전후 '실존주의 철학'이 등장하고, 기존의 '신'은 부정된다.




이 책은 '종교' 또는 '신'이 하나의 절대적 믿음으로의 신앙 체계이자 사회를 유지하는 근본이었던 과거와 달리 근현대의 유럽과 미국에서 '신'이 사라지게 된 원인과 계기를 밝히고, '신'이 없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신'과 '종교'를 이해하고 새롭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지성사의 흐름을 말하고 있다.


여기 기록된 담론은 '거대 서사'를 이루며, 근현대에서 일어난 거의 모든 이론과 현상을 근거로 한다. 역사, 철학, 문학, 과학, 예술(미술, 음악, 건축), 경제학, 심리학, 사회학, 정치학, 인류학, 마약 등 다루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로 방대한 지식과 자료가 언급되고 있어서 유럽과 미국의 지성사의 흐름이나 담론을 이해하기에 꼭 필요한 책이기도 하다.


이렇게 방대한 서사는 '종교'와 '신'의 존재가 무의미해진 사회에서 그것을 대체하거나 새롭게 해석하거나, 무의미하지만 여전히 살아남은 '종교'와 '신'이라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무신론'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다만 '종교' 또는 '신'의 존재가 과거와는 다르게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근현대사의 유럽에서 그것(종교, 신)을 대체하는 이론과 다양한 분야의 활동이 곧 '현대'를 구성하는 것이다.


과학은 진화론 이후 우주의 탄생(빅뱅)과 지구의 생성, 생명의 탄생, 초기 박테리아에서 진화를 거듭해 현생 인류의 등장까지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 만큼 탄탄한 논리를 갖추게 되고, 자본주의 이후 그것을 극복하려는 새로운 사상인 공산주의의 등장은 '무신론'을 더욱 강화화고 확장했다. 


과거의 '종교' 또는 '신'이 인간의 개성과 인권을 억누르고 통제했다면, 종교가 권위와 힘을 잃은 근현대에서 개인의 성장과 '개인성'의 등장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근대 이전까지 '개인'은 물리적으로 존재했으나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의식되지 않는' 존재였다. 


'개인'이 역사적 존재로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종교' 또는 '신'의 존재는 더욱 초라해지기 시작했다. 종교(신)를 믿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예전에는 아무런 혼동 없이 뒤섞여 있었다면, 세계 전쟁 이후 마치 원심분리가 되는 것처럼 뚜렷하게 사회 속에서 구분되기 시작했다. 종교나 신의 존재 없이 스스로의 존재만으로 살아가는 '개인'이 대부분이지만, 종교 또는 신을 믿는 사람들은 다시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종교와 신을 내걸로 사업을 하는 사람들 - 종교사업자 - 과 빈곤 또는 무지에서 오는 불안으로 종교를 찾거나 신을 믿는 사람들이다. 빈곤과 무지, 불안으로 종교를 찾거나 신을 믿는 사람들은 종교사업자의 그늘 아래로 들어가 그들의 숙주가 된다. 종교사업자들은 고대에 탄생한 종교와 신을 내걸고 그들의 대리자로 자처한다. 이들은 신도들의 헌금을 모아 큰 규모의 집회장 - 교회, 성당, 사찰, 사원 등 -을 짓고, 더 많은 숙주를 끌어모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종교는 '자본'의 논리와 똑같이 작동한다. 자본가는 생산수단(토지, 공장, 원료)을 갖고 노동자를 고용해 '상품'을 만든다. 이때 노동자의 잉여노동(자신의 임금만큼 노동한 것 이외의 노동시간)으로 생산한 상품을 판매해 이윤을 가져간다.


종교사업자는 생산수단(교회, 성당, 사찰, 사원 등)을 보유하고 신도를 끌어모은다. 종교사업자 - 목사, 신부, 중, 랍비 등 -는 신도들에게 신의 대리자로 '신의 말씀'을 들려주는 서비스(상품)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헌금을 받는다.


근대 이후 200년은 자본주의 시대였다. 따라서 이 책에서 논의하는 기본 전제는 신의 존재가 과학에 의해 합리적으로 배제되는 상황에서도 자본의 논리가 적용되고 있다는 걸 바탕에 두고 생각해야 한다. 




중세 뿐아니라 근현대에도 종교로 인한 전쟁과 학살은 하루도 끊이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 종교 원리주의자, 근본주의자들이 벌이는 살육이 인류 전쟁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죽였고, 차별과 분쟁의 원인이 되었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종교(신)가 힘을 잃으면 윤리적, 도덕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거라는 종교주의자들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을 뿐아니라 악의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오히려 진화론을 비롯한 생물학, 우주학 등 실험, 관측 과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인간의 이성이 발달하면 무지에서 벗어나 합리성을 획득하고, 합리적 이성은 합리적 도덕과 윤리관을 갖추게 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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