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1-08(수)
 

한국 민주주의 100년, 가치와 문화



한국에서 자본주의의 맹아는 조선 영조, 정조 시기에 시작되었다는 학자들의 주장이 있다. 자본주의와는 다르게 '민주주의'는 외부에서 이식된 시기가 명백하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은 일본의 패전으로 끝났고,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이 해방되면서 한국(남한)을 점령한 미군에 의해 서양의 민주주의 형식이 도입되었다.


이 책은 '한국 민주주의 100년' 시리즈의 2편으로, 한국에 민주주의가 도입되고, 뿌리 내리는 과정에서 우리(한국인)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였으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를 여러 분야의 활동을 통해 알아보고 있다.


이 책은 아래 제목에서 볼 수 있듯, 민주주의의 핵심에 관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민주주의 학습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역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올바른 역사를 배우고, 관점을 바르게 갖추는 데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민주주의에서 '자유', '평등'은 빼놓을 수 없는 가치인데, 한국에서 '자유'의 개념이 처음 들어온 것은 근대였으며, '자유'는 민주주의가 확립되기 이전부터 이미 '개인의 자유'를 중요하게 여길 만큼의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민주주의에서 '평등' 개념은 '자유'만큼이나 중요하지만, 한국에서 '평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개념과 실천으로는 존재했으나 헌법을 비롯한 법률로는 늦게 등장했다. '평등'이라는 단어 대신 '균등', '공정' 같은 단어들이 대신했으나 이제는 '불평등'한 사회의 모순과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민주주의적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세계 어느 나라의 헌법보다 민주주의를 강조한 문장이라는 점에서, 한국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일찍부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민주국'이자 '공화국'이라는 점을 강조했는데, 학자에 따라서는 이 개념이 중복이라고 보는 경향도 있지만, 헌법 제1조에 담긴 가치는 군사정권에서 시민들의 투쟁과 대통령을 탄핵한 촛불시민의 민주주의 행동을 통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토지는 '지주주의'와 '지공주의'로 크게 나뉘는데, 토지는 공동체 전체의 재산이어서 특정한 개인의 소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지공주의'이고, 토지도 다른 재산처럼 개인이 완벽하게 소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지주주의'다. 


과거 고려와 조선에서는 개인의 토지 소유의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가, 점차 왕족, 양반, 관료를 중심으로 토지 소유를 인정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대한제국에서 일본 식민지로 전락하자, 일본은 '지주주의'를 전면적으로 확대했고, 이것이 현재 한국의 '지주주의'의 토대가 되었다.


일본은 한국을 영구히 지배하려는 야욕을 갖고 한국의 땅을 미세하게 분할해 일본인에게 판매할 목적을 갖고 토지조사사업을 벌였으며, 이 시기에 많은 한국인이 자기 땅을 빼앗겼다. 해방이 되고 일시적으로 농지개혁을 통해 농민에게 땅을 돌려주는 일이 있었으나, 박정희 정권 이후 부동산 개발을 통해 토지는 철저히 사유화된다.


토지 공개념을 도입하려는 정부 - 노무현, 문재인 정부 - 는 기득권과 부동산 욕망으로 가득한 개인들의 저항을 받게 되고, 보편적 토지공개념의 도입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은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모범이 되는 나라다. 그것은 한국의 근현대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한국의 국민은 지배계급, 지배권력에 맞서 자기의 권리와 민주주의의 확보를 위해 피와 눈물, 땀을 흘리며 싸워야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민주주의 국가로 널리 알려진 것도 17세기에 있었던 '프랑스 혁명'의 영향이 매우 컸다. 하지만 프랑스는 제국으로 수많은 나라를 식민지로 만들어 착취한 범죄를 저지른 나라다. 반면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으나 3.1만세운동을 비롯해 무장 독립투쟁을 끈질기게 이어왔으며, 해방 이후 친일파, 매국노들이 권력을 잡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도 민주주의를 위해 죽음을 마다하지 않고 싸웠다. 4.19혁명, 박정희 군사정권에서 민주화 투쟁, 전두환의 군부쿠데타에 맞선 광주민주항쟁, 1987년, 1988년 노동자와 국민 대투쟁, 대통령 박근혜를 탄핵시킨 1600만 명의 촛불시위 등 한국 현대사는 민주주의 투쟁의 역사였다.


한국현대사에서 정당 정치는 민주주의 발전의 변화를 확인하는 아이콘이다. 한국에서는 정부를 수립한 이후 다당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박정희, 전두환의 군사독재정권에서 정당은 권력의 직접 조종을 받는 괴뢰집단인 경우가 많았고, 권력자의 의지와 의도를 실현하는 도구에 불과한 집단이었다. 특히 박정희가 만든 공화당은 박정희 정권의 지속, 독재 권력의 유지를 위한 도구였으며, 공화당 이후 전두환이 이름을 바꾼 민정당 이래 공화당의 정치 이념을 이어받은 정당은 수구 기득권 집단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작동하고 있다.


이런 수구 집단의 정당이 주류였던 사회에서 다양한 정당이 등장하는 사회로 발전한 것이 곧 민주주의의 확대가 이루어지는 과정임을 알 수 있다. 한국은 미국의 영향을 받아 '양당제'를 기본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2000년 이후 거대 양당 이외에도 소수 정당이 다양한 형태로 출현하기 시작했다. 현재 녹색당, 노동당, 민중당, 사회당 등 자본주의 질서에 반대하는 정당이 나타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증명하는 것이며, 이는 시민의 민주주의 활동이 그만큼 활발하다는 것을 뜻한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 성착취가 지난 100년 동안 어떤 변화를 보였는지 개략하는 내용은 민주주의 학습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서도 성차별, 성불평등은 마치 터부처럼 여겨졌다. 우리는 일본이 저지른 전쟁 성노예(위안부) 범죄를 강력하게 규탄하면서도 지난 100년 한국 남성이 여성에게 저지른 구조적, 제도적 성범죄, 성착취에 관해서는 짐짓 모른 체하며 살아왔다. 


여성의 인권과 권리가 확장된 것은 민주주의가 확대되어가면서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여성의 피눈물과 여성의 권리는 물론 보편적 인권의 확장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성폭력, 성착취가 문제되는 것은 한국사회가 가부장제, 남성우월주의 체제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남성들은 태생적 우월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권리는 그들 스스로 지킬 만큼의 힘(사회적 권력)이 부족했고, 권력을 가진 남성들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의 권리를 제한하는 각종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여성을 억압했다. '미투' 운동은 미국에서 시작했지만, 여성의 성폭력 피해를 스스로 밝힘으로써, 피해자가 비난당하는 이중의 차별과 폭력에서 벗어나 성범죄를 저지른 남성의 법적, 윤리적, 도덕적 책임을 묻는 능동적 행동을 시작했다. 


학생운동은 1919년 3.1만세운동과 함께 시작되었으며, 이후 한국 민주주의 운동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특히 박정희 군사정권 시기부터 반독재 민주주의 투쟁의 산실로, 민주주의 투쟁과 함께 노동운동,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새로운 이념의 도입과 전개의 마당으로 학생운동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학교에서 민주주의 운동의 역사를 배우지 못한 학생이나, 30대 이하의 청년들은 이 책에서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꽤 많이 발견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은 사회과학 서적이나 정치경제학 같은 책을 즐겨 읽지 않는 시대여서 이런 주제가 버겁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책의 내용은 상당히 쉽게 씌여졌고, 교양으로 읽기에 적당한 수준이라 특히 청년이 읽기를 권한다.




서문: 한국 민주주의 100년, 가치와 문화의 변화_김동춘


1부한국민주주의의 가치와 지향


1장 자유 대 자유, 저항과 반동의 역사를 넘어서 _문지영


2장 평등과 균등의 길항, 또는 연대 _이나미


3장 헌법 제1조의 기원과 변화로 본 ‘민주공화국’으로서 대한민국 _정상호


4장 한국의 토지소유 이데올로기는 어떻게 변천해 왔을까?: 지주주의와 지공주의의 갈등과 대립을 중심으로 _전강수



2부 민주주의 문화에 대한 성찰


5장 한국 저항문화의 전통과 변화: 3·1운동에서 촛불집회까지, 1919~2019 _신진욱


6장 한국 정치 100년, 정당조직문화의 변화 _서복경


7장 미투 100년, 성폭력을 넘어 민주주의로 가는 길 _김아람


8장 이념서클을 통해서 본 학생운동 조직문화의 변화 _김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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