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1-08(수)
 

 런던의 조선사람 엿보기


세계적인 작가 잭 런던이 한국에 왔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사건이다. 잭 런던은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 신문사의 의뢰를 받고 종군기자 자격으로 미국에서 일본에 도착한다. 잭 런던이 시모노세키에서 인천(제물포)에 도착한 시기는 1904년 2월 초. 러일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이었다.

이 시기는 한국의 역사에게 가장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시기였다.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1894년 동학혁명이 발발하고, 조선정부는 일본과 청나라에 군대를 요청한다. 자기 나라의 백성을 죽여달라고 외국의 군대를 끌어들인 것이다. 

전봉준을 우두머리로 한 동학혁명군이 전주 백산에서 봉기해 한양을 향해 진격하다 공주 우금치에서 결정적으로 일본군에 패배하고, 혁명의 흐름이 끊기면서 조선은 급격하게 일본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된다.

일본(군)은 청나라 군대를 공격해 패퇴시키고, 현실적으로 조선을 지배하는 상황이 되었으며, 곧바로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기로 결정하고 일본 본토에 있는 군대를 조선으로 이동한다.

일본 군대는 일본에서 배를 통해 인천(제물포)에 도착한 다음, 기차를 타고 한양으로 들어왔다. 한양에 집결한 일본 군대는 걸어서 북쪽을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는데, 잭 런던도 일본군이 진행하는 경로를 그대로 따라갔다.


잭 런던은 조선에서 활동하기 위해 통역할 사람을 구했는데, 조선인 통역, 일본인 통역을 각각 구하고, 필요한 물품과 돈을 실어야 하는 말도 몇 필 구입한다. 잭 런던이 한양에서 출발해 평양을 거쳐 의주와 만주까지 다녀오는 동안 겪었던 과정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는데, 미국인 잭 런던의 눈에 비친 조선의 모습을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잭 런던의 눈에 비친 조선과 조선사람은 그리 훌륭하지도 않고, 멋진 모습으로 그려지지도 않는다. 과장 없이 담담하게 기술한 그의 표현을 보면, 조선인은 거의 모두 흰옷을 입고 있으며, '왜놈'들보다 체구가 크고 근육이 발달한 건장한 민족이었다. 하지만 진취성이 부족하고 비능률적인 민족이라고 봤는데, 나라가 망해가고 있는 상황에, 외국의 군대가 침략한 분위기에서 가난하고 선량한 백성들이 겁에 질리고,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이 그렇게 비쳤을 거라고 보인다.

잭 런던은 일본군이 행군하는 모습, 일본군이 마을에 들어가 숙박하는 장면을 보면서 일본군대가 조용하고, 말썽을 일으키지 않는 군인들이라고 묘사했다. 일본군대가 명령에 절대 복종하고,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 시기의 일본군대는 체계가 잘 잡혔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군인들도 장기간 행군을 통해 발에 부상이 많이 발생하자 고생하는 군인들을 치료하는 일본 군의관이 '그 정도는 참고 견뎌야 한다'는 말을 하면서, 병사들의 부상을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런 장면은 뒤에서도 잭 런던이 일본인의 정체성과 본질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잭 런던은 일본인의 속성을 두고 '집단주의', '전체주의'라고 단정했다. 일본인은 '개인'으로 존재하지 않고 집단 속에서만 자기들이 존재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일본이 '천황'이라는 존재를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며, '천황'의 명령에 따라 죽음까지도 당연히 받아들이며, 이것이 결국 나중에 일본이 '군국주의', '전체주의'로 나아가게 되는 원인이라는 것을 이때 이미 알아본 것이다.


잭 런던이 본 조선은 가난하고, 사람들은 어리석으며, 비능률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잭 런던이 당시 조선과 조선인에 대해 의도적 편견이 있던 것은 아니고, 눈에 보이는대로 묘사한 것이기에 당시 우리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선은 흥선대원군이 '쇄국정책'을 고집하면서 외국과의 교류와 개방을 늦게 하는 바람에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시기가 늦어졌다. 결국 새로운 문물을 일찍 받아들인 일본보다 조선의 개혁, 개발이 늦어지면서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것인데, 이는 일본의 침략 야욕과 함께 당시 조선의 정책과 정치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잭 런던은 조선의 역사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기에 방문했고, 조선 사람들의 괴로운 모습을 보았다. 결국 1910년, 조선은 일본에게 나라를 뺐겼고, 식민지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으며 해방이 될 때까지 36년을 노예로 전락했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불과 50년만에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었고,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잭 런던이 이 모습을 보았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 한국인의 저력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보면서 크게 놀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스스로도 놀랄 만큼, 우리는 커다란 희생을 치르고 일어섰다. 잭 런던이 1904년의 몇 달을 기록한 이 책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과거의 아픔을 잊지 말고, 자만하지 않도록 하는 기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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