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08-26(토)
 

냄새 - 코가 뇌에게 전하는 말


흥미로운 주제를 만났다. '후각'은 일상에서 익숙한 '냄새'를 맡는 감각을 말한다. 우리는 늘, 언제, 어디서나 냄새를 맡으며, 냄새를 구분하고, 좋은 냄새, 나쁜 냄새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험을 통해 익숙한 냄새는 기억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냄새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오래 기억으로 보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학에서 '후각'은 매력적인 주제가 아니었다. 1991년 린다 벅과 리처드 액설이 '후각 수용체 유전자'를 발견하면서 후각은 주류 분자생물학과 신경과학의 한 분야로 떠올랐다. 이 책에서 '후각'은 역사, 철학, 신경과학, 심리학을 통해 접근하고 있다. 이 책이 생물학 또는 신경과학 정도로 언급될 거라고 생각했던 예상을 깨고, 역사, 철학, 심리학이 동원되고 있다는 걸 알고는 의아하면서 뜻밖이었다.

이 책을 쓴 저자의 이력도 특이한데, '냄새 감각의 형성: 후각 이론에서의 분류와 모델적 사고' 논문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인디애나 대학교 블루밍턴 과학사 및 과학철학과 인지과학 연구소 조교수이며, 자신을 '인지과학자 그리고 과학, 기술 및 감각을 연구하는 경험 철학자이자 역사가'로 소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조합의 학문 융합인데, 이렇게 자유롭고 폭넓은 학문 영역을 오가며 연구한 결과물이 이 책이다.

후각은 시각, 청각과 함께 감각기관의 하나이며, 감각기관은 서로 다른 매질을 통해 뇌에 신호를 전달한다. 이 책에서도 앞부분에 간략하게 도식화되어 있지만, 감각기관을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이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알고 있었던 후각 또는 냄새와 관련한 정보가 이렇게 풍부하고 복잡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이 책에서도 설명하고 있지만, '후각'과 '냄새'는 서로 깊은 관련이 있으면서도 분명하게 구분해서 살펴보아야 하는 개념이다. 후각은 후각 수용체가 존재하는 감각 기관이다. 즉, 동물을 물리적으로 구성하는 무수한 세포들 가운데 냄새를 맡고, 냄새의 정보를 분석해 뇌로 보내는 기관이다. '냄새'는 화학적으로 접근하면 분자의 활동이다. 냄새를 발산하는 물질의 종류에 따라 냄새가 달라지며, 거의 모든 냄새는 적게는 수십 가지, 많게는 수백 가지의 서로 다른 분자의 결합(유기화합)물로 이루어져 있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후각 또는 냄새는 과학 영역에서 단지 생물학에 국한하지 않고, 발생학, 인지과학, 심리학, 철학 등의 영역으로 확대되었으며, 후각과 냄새, 뇌의 상호 작용이 완전히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고대부터 지금까지 철학, 문학, 과학에서 다루고 있는 후각과 냄새에 관한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의미 있다.


1장. 코의 역사 42

냄새를 과학적으로 접근한 역사는 서양(유럽)의 경우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냄새에 관한 최초의 가설은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에 바탕한다. 흙, 물, 공기, 불의 네 원소는 우주를 이루는 기본 물질로 인식했다. 플라톤은 [티마이오스]에서 냄새가 구체적 실체를 벗어나 중간적이고 혼성적인 특징을 지녔다고 분석했다. 즉, 기본 원소인 흙, 물, 공기, 불 그 자체는 냄새가 아니며, 이들 원소가 물리적 운동을 하고, 물질적 전환을 치른 다음에 나타나는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고정되어 있지 않다고 본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감각과 감각 능력에 대해]에서 냄새가 이동하는 데 필요한 매질이 있다고 추론하고, 냄새는 파동으로 전달된다고 주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인 테오프라스토스는 냄새의 치료 효과를 연구했는데, 그의 저서 [식물 연구 및 냄새와 기후 징후에 관한 소론]에서 액체의 풍미를 달고, 기름지고, 시고, 아리고, 톡 쏘고, 짜고, 쓰고, 시큼한 맛으로 분류했으나 이는 정확히 말하면, 냄새와 맛 즉 후각과 미각이 혼합된 표현이고, 냄새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했다.

유럽에서 중세에는 냄새도 종교적 가치관을 부여해 선악으로 구분했다. 유쾌한 냄새와 도덕적 미덕을 나쁜 냄새 및 악덕과 대비시켰다. 냄새는 영적 질서의 명백한 신호로서 자연의 법칙을 드러낸다고 믿었다.

토마스 아퀴나스를 포함한 다수의 학자들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한 냄새의 파동 이론을 믿었다. 하지만 파동이 어떻게 매개물로 작용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18세기 유럽에서 생물분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카를 폰 린네는 동식물 분류의 체계를 세웠고, 냄새도 일곱 가지로 나누었다. 스위스의 해부학자이자 현대 생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알브레히트 폰 할러는 냄새 경험은 시간이 지나면 바뀔 수 있다는 데 흥미를 느꼈고, 세 가지 냄새 범주와 하위 범주를 구분했다.

네덜란드의 생리학자 헨드릭 즈바르데마케르는 [냄새의 생리학]에서 순수한 냄새, 혼합 냄새(들숨 냄새), 향미를 돋우는 냄새(날숨 냄새)로 구분하고, 냄새와 색채를 비교했다.

냄새의 근대 이론 시작은 18세기 유럽에서 말 오줌을 관찰하면서였다. 프랑스 화학자 앙투안 프랑수아 푸르크루아와 클로드 루이 베르톨레가 말 오줌을 분석해 원인 물질이 '요소'임을 밝혔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독일 과학자 프리드리히 뵐러는 무기물에서 유기물을 합성했다. 

19세기 들어서면서 합성화학의 발전은 산업화와 결합해 놀라운 성과를 보인다. 합성 화합물은 향수 제조, 식품산업에 폭넓게 쓰이기 시작했다. 20세기 이전 냄새의 과학은 냄새를 발산하는 물질에 집중되었고, 20세기 들어서면서 '후각'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적 관심이 다양한 분야에서 독립적으로 나타났다.


2장. 현대적 의미의 후각, 갈림길에서 92

1991년 린다 벅과 리처드 액설이 '후각 수용체'를 발견한 것은 후각 연구의 새로운 역사를 연 사건이었다. 후각 수용체는 집단의 크기, 발견 방식, 실험적 역할이라는 이유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수용체 유전자가 알려지면서 과학자들은 비로소 후각을 담당하는 뇌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후각계의 유전자 발현 패턴을 확인하고, 후각계의 신경 조직에 직접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3장. 코를 사유하다 128

냄새와 후각을 연구하면 여섯 가지 답이 나온다. 화학자는 분자의 냄새를 결정하는 세부 구조를, 생물학자는 유기체의 신호 기능을, 신경과학자는 냄새의 행동기능이 뇌에서 발화하는 신경 활동으로 귀결된다고, 인지심리학자는 냄새 경험에서 기억과 언어, 학습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보자고, 철학자는 냄새가 종종 의식을 무의식적인 지각과 구분하는 미묘한 경계를 이룬다고 주장한다.

인간에게는 후각으로 맛을 느낄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들숨 냄새와 날숨 냄새가 그것이다. 들숨 냄새는 다른 동물들이 느끼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냄새를 맡고 숨을 들이쉴 때 느끼는 감각이며, 이는 후각을 가진 포유류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다. 반면 날숨 냄새는 인간만 가지고 있는 특이한 감각이며, 이 두 가지 방식으로 느끼는 냄새와 맛의 차이는 인류가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여러 음식에서 맛과 냄새가 다른 경우가 있는데, 좋은 점은, 냄새와 맛을 각각 다르게 구분함으로써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종류를 늘릴 수 있으며, 부패한 음식을 더 정확하게 구분해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유전학은 냄새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간 유전체에 후각 유전자가 무척 많고 돌연변이도 흔히 발견된다. 후각의 유전적 변이가 냄새 지각의 개인차를 반영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일상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거의 모든 냄새는 혼합물이다. 적게는 수십 개, 많게는 수백 개의 분자들이 섞여 우리가 맡는 냄새가 된다. 커피 향에는 약 655개, 차에는 467개의 휘발성 성분이 있고, 딸기에는 약 360개, 토마토에는 약 400개의 방향족 화합물이 존재한다. 


4장. 냄새, 기억, 행동 178

냄새는 기억 속 경험과 연결된 모든 종류의 표상에 대한 통로 역할을 한다. 다른 감각에 비해 냄새는 기억을 불러내는 힘이 크다. 냄새는 즉각적이고 물리적인 현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기억은 획일적이지 않아서 다층적인 인지와 신경 매커니즘이 작동하며 냄새 기억은 둘로 나뉜다. 하나는 냄새 자체의 기억이고 다른 하나는 냄새와 관련된 기억이다.

후각은 학습을 통해 인지되며, 태아일 때부터 후각은 학습과 경험을 통해 냄새의 기억을 저장한다.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특정한 냄새는 특정한 질병과 관련이 있음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사례가 있듯, 냄새는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사회적 단서를 전달한다.


5장. 공기를 타고, 코에서 뇌로 214

인간 및 포유류의 휴각계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양쪽 콧구멍의 호흡 속도가 달라지는, 무의식적 메커니즘인 '비주기'가 있다. 우리가 그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해도, 우리의 두 콧구멍은 다른 속도로 숨쉬고 있는 것이다. 코의 한쪽은 늘 조금씩 막혀 있다. 그래서 한쪽 콧구멍은 다른 쪽 콧구멍보다 공기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조금 느리다. 공기 흐름을 변화시킴으로써 코는 무척 다양한 냄새를 감지할 수 있다.

냄새를 맡으려고 코를 킁킁거리는 행위는 뇌 영역에서 진동 리듬이 어떻게 연동되는가에 영향을 미친다. 숨을 쉴 때마다 후각계에서 재설정된 진동이 있는데, 이는 신경 활성의 시간적 조정을 일컫는다.


6장. 분자를 넘어 지각으로 242

우리는 후각계가 물리적 특성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또는 뇌가 냄새에서 어떻게 의미소를 뽑아내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 예일대학의 신경과학자 찰리 그리어는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는 후각계의 화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아직도 냄새와 연관된 리간드가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후각 수용체와 상호작용하는지 모르고 있다. 

다른 체성감각계, 즉 뜨거움, 차가움, 압력, 시각, 청각 등의 수용체는 잘 알고 있으며 이들은 후각 수용체보다 비교적 단순하다. 

냄새 혼합물에서, 코는 골라내고 뇌는 측정한다. 측정이라는 이 개념은 말초신경계에서 이미 두 가지 방식으로 작동되고 있다. 첫째는 후각계 보정이다. 뇌가 환경 속에서 냄새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변화량을 평가하고, 새로운 것을 감지하며, 두드러진 점을 인식할 기준이 필요하다.

둘째는, 후각계는 냄새 이미지를 재구성하기 전에, 받아들인 표본 정보를 여러 조각으로 쪼갠다. 후각계는 냄새 화합물들의 비율을 패턴 인식의 형태로 받아들인다. 


7장. 후각 망울의 정체 288

1996년 컬럼비아 대학 연구원이던 페터르 몸바르츠는 후각계가 수용체에서 무작위로 입력되는 정보를 다루기 위해 독특한 기술을 사용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나의 냄새 물질은 망울 활성의 특정한 패턴과 짝을 이루어 냄새가 다르면 패턴도 다른 양상을 보였다. 

후각 감각 신경세포의 축삭도 유전적으로 미리 결정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후각 감각 신경세포는 유전적으로 미리 만들어진 지도가 없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신경세포의 후각 수용체를 전부 없애면, 신경세포는 다른 수용체를 이용해 후각 수용체를 만든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발생학적 규명이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후각 망울과 토리가 상황에 따라 가변적으로 생성되고 있다는 것만 알아낸 셈이다.


8장. 냄새를 측정하다 332

후각 자극은 환경 속에서 발생하고 구조적으로 다양하다는 면에서 예측하기 어렵다. 따라서 후각은 매우 불규칙한 자극에 노출된 채 작업 중심적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다. 후각의 자극 정보는 처음엔 여러 조각으로 분해되고, 그 다음에는 각자의 비중에 따라 서로 결합되어 전체적인 감각 인상을 형성한다. 중추신경계는 이런 후각 신호의 광범위한 분포와 통합을 다중 병렬 프로세스로 구조화하고 지배한다.

후각에서 신경 표상은 개별적이다. 냄새의 정체를 드러내는 전형적인 위상 지도는 없다. 후각의 신경 표현은 고정된 표상이기보다, 개별적인 표상으로 작동한다. 후각에서 지각 공간은 경험 공간으로 연산된다. 냄새 감각은 변화하는 혼합물이라는 정황 속에서 정보를 평가하는 역동적 척도로 작용한다.


9장. 지각의 기술 366

다른 감각과 비교할 때 후각은 지각 편차가 큰 편이다. 후각 지각의 편차는 냄새 암호화(수용체 수준) 원리와 신호 통합(중추신경계 처리 과정)의 연산 방식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후각에서의 지각 편차는 주관적 왜곡이라고 얼렁뚱당 넘어갈 그런 종류의 일탈이 아니다. 그것은 후각계 기능의 독특한 특징일 뿐이다. 

냄새가 다의적인 것은 의도된 것이다. 후각 자극은 다양한 냄새 물질과 여러 가지 느낌을 의미하는 신호로 작용한다. 후각에서의 개념적 군집화는 본질적으로 비선형적이다. 그것은 물질 분류와 지각 범주가 근저에서부터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런 측면에서, 후각 기준은 서로 교차되기도 하며 모호하다. 다시 말해, 선형적이지 않다.


이 리뷰는 세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으로 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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