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9-26(일)
 

제목 : 저 하늘에도 슬픔이
작가 : 이희재
출판 : 청년사


이윤복은 대략 1951에서 1953년 사이에 태어났다. 한창 한국전쟁이던 시기에 태어났는데, 그의 부모 역시 몹시 가난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윤복의 동생은 모두 세 명으로, 순나, 윤식, 태순이가 있다. 윤복이 어려서 엄마가 집을 나갔는데, 이유는 뚜렷하지 않다. 가난이 너무 힘에 겨워서였거나, 남편이 폭력적이었거나 두 가지 모두가 원인이었거나 하겠지만, 시간이 흘러 윤복이 쓴 일기가 세상에 알려지고, 윤복이 신문에 등장하고, 그의 일기가 책으로, 영화로 유명해지면서 집을 나갔던 엄마와도 연락이 되는 걸로 알려졌다. 윤복의 바로 아래 동생인 순나도 돈을 벌겠다고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스스로 집을 나갔는데, 윤복의 일기가 책으로 나오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윤복이 국민학교 4학년이던 당시는 1960년대 중반이다. 95%의 사람들이 빈민이어서 가난은 당연하고, 하루 세끼를 다 먹는 집도 드물었다. 설령 끼니를 해결한다 해도 쌀밥이 아닌, 잡곡, 밀가루, 죽 같은 음식들로 끼니를 해결하고, 김치를 많이 넣고 끓인 쌀죽이나 수제비, 양이 많은 국수 등을 먹었다.
모두 가난하게 살았지만 이윤복의 집은 특히 더 가난했다. 그의 가족은 하루에 한 끼를 겨우 먹거나 이틀, 사흘씩 끼니를 굶을 때도 있었으니 아이들의 배고픔이 어떠했을까 생각하면 매우 안쓰럽다.
윤복은 집안의 장남으로 소년가장의 역할을 해야만 했는데, 그의 아버지가 목수였으나 몸이 아파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고, 엄마가 집을 나가 사라진 상황이라 정상적인 가정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윤복은 거리에서 껌을 팔아 푼돈을 벌어 끼니를 해결하거나, 돈이 없을 때는 동생 윤식과 함께 집집을 다니며 밥과 쌀을 구걸해 먹었다.
다행히 그는 여전히 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학교 선생님이나 급우들은 윤복의 처지를 알고 도와주었다. 특히 김동식 선생님이 윤복의 처지를 알고는 경제적 도움은 물론, 친구 기자에게 윤복이의 삶을 보도하도록 소재를 제공하고, 윤복이 쓴 일기를 보고 책으로 내는 일에 도움을 주는 등 윤복의 삶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윤복이의 일기가 세상에 알려지고, 그의 일기가 책으로 출판되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덕분에 윤복의 가정은 경제적인 도움을 받고, 윤복 자신에게도 학업을 지속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만 동생들을 돌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한다. 
윤복은 39세에 병을 얻어 사망하는데, 그가 성인이 된 이후에는 어려서 헤어졌던 어머니와 여동생을 만나 함께 살았다. 짧고도 기구한 삶이었지만, 이윤복의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가 힘든 나날을 보내면서도 일기를 썼다는 사실이다. 글을 쓴다는 건 의식적인 의지와 노력이 있어야 하는 행위다. 더구나 윤복의 처지는 당장 끼니를 해결할 수없는 고통스러운 나날이었음에도 그가 글을 꾸준히 썼다는 것이 다른 어린이들과 달랐고, 그 일기의 내용이 솔직하고 절절한 자기 감정과 생각을 드러냈다는 것 역시 남다른 점이었다. 누가 윤복에게 일기를 쓰라고 권유한 사람이 있을까도 생각할 수 있지만, 아마도 일기는 윤복의 자발적 의지에 따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윤복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어린 시절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그건 가난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나는 60년대 초반에 태어나서 이윤복과는 약 10년 정도의 터울이 지는데, 윤복의 경험과 많은 부분이 겹친다. 우리집도 매우 가난했고, 가끔 밥을 굶었으며,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벌을 받거나 집으로 돌려와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도 친구와 신문을 떼다 거리에서, 버스에서 신문을 팔아본 적도 있고, 점심 도시락을 가져가지 못해 운동장에 있는 수돗가에서 믈로 배를 채운 적도 많았다. 아버지가 무능한 것도 같았지만 다행히 나에게는 엄마가 있었고, 엄마가 일을 해 우리 가족을 먹여살렸다.
윤복의 삶을 들여다보면, 나는 고생했다는 말을 하는 것이 낯간지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는 모두들 사는 것이 고생이었고, 힘들고 괴로워도 그것을 고생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윤복의 가족은 빈민의 삶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사실 빈곤 때문에 가족이 해체되는 경우도 많았으니 그런 이야기를 하자면 끝도 없으리라.
이 만화를 그린 이희재 작가는 작품의 주인공인 이윤복과 동년배다. 작가가 어린시절에 우연히 이윤복의 일기를 읽게 되었고, 자기와 같은 나이의 윤복이 겪은 가난의 설움을 읽으면서 많이 울었다고 회고했다. 이희재 작가는 퍽 좋아하는 작가인데, 우선 그의 그림이 아름답다. 그의 작품은 아름다운 그림에서 먼저 빛이 난다. 주인공들의 생생한 모습이 살아 있고, 따뜻하고 다정한 그의 선은 슬프고 괴로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주는 느낌이다.
이제는 절대 빈곤에서 벗어났다고 말하는 한국이지만, 우리의 이웃들 가운데 극소수는 여전히 윤복이의 가족처럼 힘겹고 가난하게 살아가고 있다. 가끔 언론에도 보도되는 것처럼, 굶어죽는 사람이 있고, 가난해서 자살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제는 다수가 굶주림에서 벗어나 먹고 사는 문제가 절대절명의 상황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주위를 둘러보고, 그늘에서 힘겨운 삶을 사는 사람이 없는가 돌아봐야 할 때다. 그런 일을 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이고,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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