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1-08(수)
 

매실액은 설탕물, 매실씨는 독극물?


아침에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보다, 어떤 페친이 링크한 글을 봤다. 그 페친은 그 글을 근거로, 자신이 평소 생각했던 '매실액은 설탕물'이라는 주장을 펼쳤는데, 뭔가 석연치 않은 듯 해서 찾아보았다.

페친이 링크한 글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의 한기호라는 사람이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이었는데, 그 글의 시작은 '어느 분이 다음의 사실을 알려주셨다'로 시작한다. 
즉, 자기의 의견이나 생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누군가에게서 들었다는 것이며, 그것이 사실인지, 과학적 근거와 증거가 있는 글인지에 대해서는 한기호 역시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누군가에게 들었다'라고 말을 하면서 본문에서는 '이계호 교수'라는 이름이 계속 나왔다. 구글 검색을 해보니 이계호 교수는 충남대 화학과 교수이고, 그가 운영하는 '태초먹거리 학교'라는 건강과 관련한 사업을 하고 있었으며, 한기호가 쓴 글의 내용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거의 그대로 가져온 것이었다. (아래 링크 참조)

http://www.kunkang.co.kr/q/home/sub1.php…

이 내용에서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분이 바로 매실액이 설탕물이며, 매실씨에서 독이 나온다는 주장이었다. 대학교수, 그것도 화학과 교수가 하는 말이니 그 말이 옳다고 믿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무조건(!)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무지한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 아닐까.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왜 그럴까? 저 말이 과연 사실일까? 반대 되는 이론은 없을까? 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선, 다른 내용은 차치하고 매실액과 관련한 내용만 살펴보자. 이계호 교수는 매실액이 50%의 설탕과 50%의 매실로 담그기 때문에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설탕물'이라고 말한다. 또한 매실씨에서는 청산가리와 같은 독이 나온다고 말한다. 일정부분은 사실이다.

그러나, 매실과 설탕이 50%씩 만나서 발효를 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있다. 이계호 교수가 무식해서일까? 아니면 의도적인 것일까? 매실씨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매실과 설탕이 만나 발효를 하는 화학반응은 단순하게 말하자면 다당에서 단당으로 이행하는 과정이다. 이계호 교수도 '다당'의 문제점에 관해 말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가 다당을 모를 리 없다. 화학과 교수아닌가.
설탕이 건강에 나쁘다고 하는 것은, 설탕이 다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탕과 매실이 섞여 발효를 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이때 시간은 3년 이상을 말한다-다당 성분이 단당화되면서 처음 투입했던 '설탕'은 화학적으로 사라지게 된다.
매실씨에 있다는 독 역시, 매실과 설탕의 화학적 변화와 함께 삼투압 현상으로 인해 매실액이 초기에는 내부에 있던 매실액이 밖으로 나오고(매실이 쪼그라드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역시 3년 이상이다-밖으로 나와 화학적 변화를 일으킨 매실액은 다시 매실의 내부로 들어가게 된다. 이것이 역삼투압이다.
이 과정에서 매실씨에 있다는 독은 자연스럽게 중화된다. 게다가 매실씨에 있는 독으로 죽으려면, 먼저 매실을 배가 터지게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리하자면, 매실발효액을 담을 때, 통상 100일이 아니라, 3년 이상을 발효, 숙성해야 한다고 내가 늘 주장한 것처럼, 일정한 시간 이상이 필요하다.     

내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 출판마케팅이나 하는 한기호 같은 사람이 '누군가에게서 들은' 별로 근거도 없고, 자신 조차도 모르는 주장을 일방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퍼나른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는 지식인이 아니었나? 그런 글만 보면 상당히 무식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의 주장을 그대로 옮기는 사람, 자기의 주관적 판단과 비판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 함부로 떠는 것을 보면, 누구나 쉽게 말할 수 있는 인터넷이 때로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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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액, 효소, 청, 액기스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오류들 때문에 더는 견디지 못하고 이렇게 용어정리를 자청하고 나섰다.
사람들은, 별 다른 생각없이 남들이 쓰는 단어를 따라 쓰는 경향이 있다.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그것을 강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오늘은 발효와 관련된 용어 가운데, 우리가 가장 많이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들을 골라서 알아보겠다.

요즘 매실 발효액을 많이 담는 시절이다. 매실 뿐 아니라 어떤 것이든 발효액으로 담글 수 있는데,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식품이 매실이니, 매실을 예로 들어 잘못된 용어를 정리한다.

매실청 : 이 단어는 어디에도 없는, 이상한 조합의 단어이다. 국립국어원의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다. 정확하게 이 용어를 쓰려면 '매실조청'으로 써야 한다. '조청'이란, <엿 따위를 고는 과정에서 묽게 고아서 굳지 않은 엿.
¶ 떡을 조청에 찍어 먹다/조청을 묻혀 강정을 만들다/초여는 목이 타는지 행랑채로 이어진 설렁줄을 당겨 조청에 미숫가루를 타 내오게 하여 놋대접이 넘치게 들이켜기도 했다.≪이문구, 오자룡≫> 처럼, 꿀과 비슷한 점액질의 액체와 고체 중간 정도를 말한다.
사람들은 '매실청'을 '매실액' 또는 '매실발효액'과 같은 용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조청'은 한문으로 '造淸'으로 쓴다. 따라서 '매실청'이라고 할 때의 '청'은 조청의 '청'에서 온 것이다.

매실액기스 : '액기스'는 '진액'으로 바꿔 말하거나 표기하는 것이 좋다. 즉 '매실진액'으로 말하면 알아듣기도 쉽고, 어느 정도 올바른 표현이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적확한' 표현은 아니다.

매실효소 : 이 단어도 많이 쓰고 있는데, 가장 잘못 쓰는 단어이기도 하다. '효소'의 본디 뜻을 모르는 사람이 일본에서 건너온 '효소'라는 단어를 '발효액'에다 붙여 쓰는 바람에 오히려 혼동이 심해졌다. '효소'는 모든 생물의 세포 안에 들어 있는 촉매제를 말한다. 외부에서 효소를 마시거나 주입한다고 해서, 그 효소가 우리몸에 작용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효소'는 매우 한정된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는 용어이므로, 만일 누가 '매실효소' 어쩌구 하면서 아는 척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100% 사기꾼이거나 거짓말장이거나 무식한 자라고 할 수 있다.

매실발효액 : 지금으로는, 이 단어가 가장 정확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매실 뿐 아니라, 미생물이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은 발효를 통해 살아간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생명체는 그 개체 하나하나가 거대한 발효공장이며, 발효는 미생물이 유기화합물을 분해하여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매실의 경우, 매실과 설탕이 섞이면서 매실 속에 있는 미생물이 설탕을 먹이로 삼아 유기화학적 반응을 일으키고, 설탕물이 매실 속으로 들어갔다 다시 나오는 삼투압 현상을 통해 매실이 갖고 있던 진액을 끌어내어 매실의 효능이 담긴 물을 마시게 되는 것이다.

매실 뿐 아니라, 흔히 '산야초효소'라고 하는 것도 완전히 잘못된 표현인데, '효소'는 모두 '발효액'으로 바꿔 부르고, 표기해야 한다. 인터넷이 정보를 빠르고 널리 알리는 도구지만, 잘못된 정보까지도 빠르게 확산시키는 부작용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 대부분은 엉터리 이론으로 혹세무민하는 경우가 많고, 올바른 이론을 모르는 대중들은 이런 자칭 전문가에게 미혹되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있다.
우선, 용어부터 정확하게 알고, 모든 발효의 근본 원리를 되묻는 것에서 발효의 올바른 공부는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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