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1-08(수)
 
애플은 삼성과 다를까?



지난 10월 말, 경향신문에 삼성과 애플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있었다. 삼성은 매출액이 52조 1800억원, 영업이익이 8조 1200억원이었고, 애플은 매출액이 39조 4500억원, 영업이익이 12조원이라고 했다.

영업이익에서 온갖 경비를 빼야 순이익이 나오므로, 이 돈이 다 삼성이나 애플의 주머니로 들어가지는 않겠지만, 한 분기(3개월)에 저 정도의 돈을 벌었다는 건 어떻든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듯이 삼성은 여전히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반노동자’ 기업이다.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노동자의 권리, 노동자의 인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 삼성반도체 공장에서는 노동자들이 직업병으로 죽어나가고 있어도 삼성은 물론, 이 사회도 무신경하기만 하다.

그리고 애플도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세계 곳곳에 있는데, 얼마 전, 애플 제품을 생산하는 중국의 ‘폭스콘’이라는 회사에서 어린이 노동과 장시간 노동이 문제가 되었다.

삼성은 우리나라 기업이고, 삼성의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의 경제는 물론, 정치까지 흔들릴 정도다. 심지어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우리들 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재벌 기업인 것이다.

반면 애플은 미국 기업이다. 얼마 전, 스티브 잡스가 병으로 사망하자, 세계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를 추모했다. 나 역시 스티브 잡스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만일 삼성 이건희 회장이 사망했다면, 내가 스티브 잡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듯, 그렇게 추모했을까?

여기서, 많은 사람은 이율배반의 태도를 갖게 된다. 애플은 기업이고, 기업은 ‘이윤’을 발생시키기 위해 노동자를 착취한다. ‘착취’라는 말이 잔인한 단어 같지만, ‘착취’라는 말 외에는 어떤 단어로도 기업의 생존을 설명할 수 없다.

스티브 잡스는 자본가였을까? 이건희 회장이 자본가라는 말에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고 동의하겠지만, 스티브 잡스는 자본가? 경영자(CEO)? 과연 정체가 뭘까? 왜 우리는 자본가는 비난하고, 한 회사를 이끌며, 회사의 이윤을 극대화 한 스티브 잡스는 비난하지 않는 걸까?



한 가지 질문. 선량한 자본가는 정말 존재할까?

‘선량한 자본가’라는 문장은 ‘선량한 살인자’와 같은 뜻으로, ‘말이 되지 않는 문장(비문)’이다. 자본가 개인의 성향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자본가의 속성 때문이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지 않으면 존재할 의미도, 이유도 없다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이고 본질이다.

기업들끼리 경쟁을 하는 것도,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적당히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 ‘경쟁의 논리’ 즉, 자본의 논리가 학교 교육은 물론, 사회 곳곳에 모두 적용되고 있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 사회’인 것이다. 학교에서 성적으로 경쟁하고, 개인은 개인끼리, 조직은 조직끼리, 기업은 기업끼리 치열하게 경쟁해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논리로 노동자들은 피땀을 흘리며 쥐어 짜이고 있다.

노동시간은 길어지고, 컨베이어 벨트는 더 빨리 돌아가고, 노동자 숫자는 줄이고, 임금은 줄어드는 현상이 왜 생길까? 그것도 경쟁 때문이다. 노동자는 인간이기 때문에 하루라도 먹고 살지 않으면 살 수 없다. 결국 노동자들도 생존을 위해 경쟁해야 하고, 노동시장에는 비슷한 처지의 노동자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자본가가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요구해도 거부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스티브 잡스가 ‘자본가’가 아닌 ‘혁신적 리더’라고도 한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는 연봉도 1달러 밖에 받지 않고, 대단한 부를 누리는 다른 자본가와는 다르다고 한다.

자신이 청렴하고, 부자가 아니라고 해서,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이 ‘자본가’라는 말을 피해갈 수는 없다. 이미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애플의 제품을 생산하는 세계 여러 나라의 기업들에게 원가를 줄이라는 요구를 하면서 ‘이윤’을 극대화하고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원가 절감’이라는 말은, 제품을 생산하는 비용을 줄이라는 뜻인데, 원료비와 기계에 들어가는 비용 외에는 노동자의 임금 뿐이다. 그리고 원료비와 기계에서 ‘이윤’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노동자의 ‘노동’에서 이윤이 발생한다는 것을 우리는 마르크스의 ‘자본’에서 배웠다.

물론, 혁신적인 기술 개발로 재료와 공장 설비에서 원가를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하지만 대개 ‘원가 절감’을 요구하는 것은 노동자의 임금을 줄이라는 말과 같다.

애플과 거래하던 중국의 ‘폭스콘’은 이윤이 겨우 1%에 불과했지만, 거기서도 더 낮추라는 요구를 애플에게 들었다고 했다. 애플과 거래하는 국내의 한 기업은 심지어 0.004%의 원가를 절감하라는 요구까지 받았다고 했다.

하청 업체에 단돈 1원이라도 적게 주면, 그 돈은 결국 삼성이나 애플과 같은 대기업, 원청 기업의 이윤으로 돌아간다. 사무직 노동자와 생산직 노동자의 임금 차이가 많이 나는 것도 문제지만, 이윤의 대부분은 자본가와 주주들-대주주들-에게 집중되므로, 앞에서 쓴 3분기 실적의 대부분도 불과 몇몇 사람들에게 집중된다는 뜻이다.



결국, 애플도 삼성과 다를 바 없는 기업이고, 그들도 노동자의 임금을 착취해서 자본가와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장사를 하는 장사꾼이라는 본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문, 방송에서 애플의 신제품을 사려고 애플 매장 앞에서 밤을 새우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애플 제품을 들고 환호하는 소비자를 인터뷰하며 애플 제품이 놀라운 신기술의 집합체라고 보도하는 동안, 정작 우리가 알아야 할 진실은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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