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1-08(수)
 

소송-프란츠 카프카


은행의 업무대리인 요제프K는 어느날 '체포 당했다'는 통보를 받는다. 살아가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지만, 그는 소송을 해야 하고, 법정에도 출두해야 한다.


소송은 실체가 없지만, 그의 삶을 지배하고, 그는 삼촌의 소개로 변호사를 만나고,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법원의 판사에게 도움을 받으려 한다.


하지만 법원의 실체는 모호하고, 법정은 빈민촌의 다락방에 존재한다. 주인공은 자신을 둘러싼 사회의 구조가 역겹고,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 이유를 알고 싶지도 않다.


그는 자신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소송'의 덫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좌절한다. 그리고 어느날, 마지막 순간이 찾아온다.  

예전에 한 번 읽었고, 이번에 열린책들에서 전자책으로 나온 것을 다시 읽었다. 새삼 느낀 것은, 카프카의 작품은 여전히 난해하고 몽환적이라는 느낌이다.
카프카의 작품 역시 다른 작가들과 같이 '개인의 체험'에 바탕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학적 표현 방식이 여느 작가와 많이 다른 것은, 그의 감수성이 남다르기 때문일 게다.
다른 작품도 그렇지만, '소송'을 읽다보면 마치 꿈, 그것도 악몽을 꾸고 있는 듯한, 환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둠 속, 그림자, 분명하지 않은 윤곽, 모호한 대화, 독백, 무표정한 사람들, 알 수 없는 시간, 밤과 새벽의 경계 등 작품에서 묘사되는 장면이나 풍경, 시간, 인물들은 거의 대부분 모호하다.
카프카는 문학을 추구했지만, 그의 집안에서는 줄곧 문학을 반대했고, 카프카의 결혼도 결국 문학과 결혼 사이의 갈등에서 결혼을 포기하고 문학을 선택하게 된다.
카프카는 철저하게 문학 속에서 살았고, 작가를 꿈꿨으며, 작가가 되기를 갈망했다. 그는 가족의 기대와 현실의 욕망, 그리고 자신의 꿈 사이에서 갈등하고 방황했으며, 그 때문에 요절하게 된다.
'소송' 역시 그가 겪었던 갈등과 방황의 결과물이며, 카프카의 약혼과 파혼이 여러 번 거듭되면서, '소송'과 '법정'이라는 작품들이 탄생하게 된다.
건조한 문장, 난해한 설명, 불명확한 이미지, 진심을 알 수 없는 대화와 독백, 의심스러운 태도와 적의를 가진 이웃들 등 카프카의 작품은 마치 짙은 안개 속을 걷는 듯한 느낌이고, 등장하는 인물들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카프카의 작품은 삶의 본질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 드는 무서움이 있다. 그의 난해함 속에 감추어진 삶의 본질, 인간의 본질은 대개 적대적이고, 쓸쓸하며, 외로운 존재들이지만, 그것이 바로 인간의 중요한 정체성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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