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1-08(수)
 

콘트라베이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이름을 알린 첫 작품으로, 인물의 캐릭터가 이후 발표하는 작품처럼 '문제적 인간'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 작품은 짧은 소설이면서 연극 대본으로도 쓰이고 있다. 지금도 유럽에서는 모놀로그 연극으로 꾸준히 공연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작품인데, 주인공의 성격을 보면, 유럽인의 보편적 정서를 이해할 듯 하고, 이후 '좀머 씨 이야기', '비둘기'를 읽으면 유럽인의 '어두운 면'을 느낄 수 있다.


방백을 하는 '나'는 국립오케스트라에서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연주자로, 나이는 30대 중반의 남성이다. 그는 지금 자신이 근무하는-공무원이다-오케스트라에 새로운 성악가에 관심이 많다. 그 성악가는 메조소프라노로, '나'보다는 나이가 열살 가까이 어린, 20대 중반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여성 성악가다.


'나'는 '세라'라는 그 성악가에게 반했고, 어떻게든 사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현실은 전혀 그럴 기회가 없다. '나'는 콘트라베이스로 연주하는 음악적 특성과 소리의 특징, 자신이 콘트라베이시스트가 된 과정을 말한다.


'나'는 콘트라베이스가 좋아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최대한 실망시킬 마음으로, 즉 부모에게 앙심을 품고 콘트라베이스를 선택한 것이다.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는 엄격한 성격으로, 아들인 '나'를 사랑하지 않고, 여동생만 사랑했으며, 음악을 좋아하고, 플룻을 연주하고 음악을 사랑했던 어머니도 아버지를 사랑했지만, 아들이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에 대한 복수로 공무원이 되고자 했고, 어머니에 대한 복수로 가장 못생기고, 다루기 힘든 악기인 콘트라베이스를 선택했다. 그래서 공무원으로 일하며 악기를 연주하는 국립오케스트라의 단원이 된 것이다.


'나'는 콘트라베이스를 중심으로 악기와 오케스트라에서 콘트라베이스의 역할과 존재에 관해 장황하게 설명한다. 콘트라베이스는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낮은 음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 설명하지 않은 내용이 있다. 대편성 오케스트라는 단원이 120명 정도 되는데, 이때 콘트라베이시스트는 8명 정도가 담당한다. 콘트라베이스 앞쪽에 첼로가 더블베이스(같은 악기의 다른 이름이다)보다 더 많은 숫자로 편성된다. 첼로는 바이올린과 콘트라베이스의 중간 음을 담당한다.


이때, 콘트라베이스만으로 온전히 감당하지 못하는 저음 파트가 있을 때, 관악기에서 튜바가 그 역할을 한다. 관악기에서도 바순(목관), 콘트라 바순과 튜바(금관), 더블베이스 튜바는 상당한 저음이고 특히 튜바는 저음이면서도 해상도가 좋은 편이라 콘트라베이스의 저음과는 다른 음색을 낸다. 게다가 튜바는 '튜바'와 '더블베이스 튜바'가 있어서 콘트라베이스의 저음보다 훨씬 낮은 음을 낼 수 있다.


더블베이스 튜바는 피아노의 가장 왼쪽 건반보다 더 낮은 음을 낼 수 있어서 콘트라베이스가 내지 못하는 저음을 담당한다. 이 작품에서 저음에 관한 이런 내용이 들어갔다면 보다 흥미롭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나'는 평생 신분이 보장되고, 연금까지 나오는 안정된 직장인 국립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이제 30대 중반의 연주자다. '나'는 아직 미혼이고, 얼마 전 입단한 메조소프라노 세라를 향한 애정이 폭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세라는 나이 많은 지휘자들과 최고급 레스토랑을 드나드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질투와 애증이 그를 집어삼키고 있는 상황이다.


'나'는 자기 파괴적 상황으로 뛰어들기 직전이다. 그가 자기 삶을 파괴할 권리는 있지만, 왜 그런 행동을 하려는 걸까에 관해 생각할 여지가 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 - 우연히도 모두 남성들이다 - 은 고독한 인물이고, 자기 파괴적 상황으로 달려간다.


'나'는 어릴 때 사랑을 받지 못한 사람이다. 아버지는 가부장의 전형인 인물이고, 어머니는 자립적이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종속된 인물이고, 모든 사랑은 여동생이 독차지했다. '나'는 어릴 적 트라우마를 지닌 사람이고, 그가 지금까지 결혼은 물론 연애도 온전히 해본 적 없는 인물이라고 짐작하게 된다.


연애에 서툰 사람이 보이는 전형적 태도가 '짝사랑'이다. '나'는 새로 들어온 단원 가운데 메조소프라노 세라에게 한눈에 반한다. 그녀와 대화 한번 한 적이 없지만, '나'는 자기가 말한 하면 세라도 자기를 좋아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나'가 공연장에서 수많은 청중과 오케스트라 단원이 있는 무대 위에서 연주하러 나온 세라를 향해 '사랑한다'고 소리칠 수 있을까. '나'는 자신이 그렇게 행동하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 지 잘 알고 있다. 상황 판단을 멀쩡하게 하면서도 '나'는 그 행동을 멈추지 못할 거라고 말한다.


안정된 직장에서 쫓겨나고, 당장 실업자가 되면 생활이 곤란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나'가 용기를 낸 것에 대해 세라가 달려와 자기의 사랑을 받아줄 거라고 생각한다. 


콘트라베이스는 오케스트라에서 존재감이 약한 악기다.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고, 드라마틱한 액션도 없기 때문에, 청중은 콘트라베이시스트를 주목하지 않는다. 하지만 콘트라베이스의 소리는 전체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없으면 안 되는 중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자신은 빛나지 않으면서 전체에게는 도움이 되는, '나'는 그런 사람이어서 그의 고독과 불안은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하나의 방식이자, 유일한 방식이 자기 파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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