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1-08(수)
 

한 포물선이 다른 포물선에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쉬지 않고 한 번에 다 읽었다.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는 내용이었고, 내가 느끼고, 생각하던 감정들이 글로 표현되어 있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부모로서, 작가로서 박정애 작가의 이 소설은 ‘가족’의 의미, 가족이라는 하나의 작은 집단 속에서 개별 존재로 살아가는 부모와 자식의 처지를 지극히 현실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적이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가족 소설이나 청소년 소설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중년의 부모와 청소년의 자녀들이 가지고 있는 삶의 고민을 진지하게 묻고 있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아니, 그런 시도를 하는 소설들은 많지만, 대개 교훈적이거나 낭만적으로 끝을 맺는 경우가 많다. 현실이 힘들고 고달프기 때문에 상상의 세계에서라도 위안을 받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현실을 비껴가는 결말은 당장의 슬픔과 아픔을 외면하는 당의정에 불과하다.


이 작품은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다. 중년의 부부와 청소년의 아들과 딸이 가지고 있는 세계는 아마도 비슷한 세대에서 공감할 내용이 많을 것이다. 나는 아들 민수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 또한 민수의 아버지 용규의 깊은 마음도 이해하고 공감한다. 결국 정란과 용규는 아들 민수의 꿈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는데, 나 역시 이 소설의 내용을 깊이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바로 민수가 자신의 삶을 이미 일찍부터 결정하고, 스스로 노력하는 것과, 그것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부모의 모습이었다.

나도 이 소설에서 묘사하는 삶의 일부분과 비슷하게 살았거나 살고 있다. 나는 그것을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주변에서 드문 경우인 것은 분명하다. 나는 이제 미래의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사회가 학력, 혈연, 지연과 같은 비정상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의 삶이 아니기를 바라고, 그렇게 될 것으로 믿는다.

따라서, 민수가 학교를 그만두고 일찌감치 시골에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겠다는 생각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한 민수의 아버지 용규 역시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지만, 퇴직을 하고 치매가 시작되는 아버지를 모시며 농사를 짓고, 농촌에 적응하겠다는 태도도 옳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세대의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은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한 것이다. 또한 자식들을 그렇게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다그치는 것도 과거의 경험을 기준으로 자식을 재단하는 것이다. 

부모의 불안과 자식에 대한 불신은 부모 세대 스스로가 만든 공포에서 기인하는 것이며, 그들 스스로가 마땅한 대안이나 해결책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아이들을 공부기계로 만들어야 안심하는 부모는, 세상을 경쟁과 투쟁의 전쟁터로 만들어 그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인간병기를 길러내는 폭력적인 부모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아이들은 아무리 어려도 자기 생각이 있고, 청소년이 되면 부모보다 더 자신의 삶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 그러니 아이들을 믿고, 오로지 격려하고, 응원을 보내는 것만으로 부모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따뜻한 밥 먹여주고, 때 맞춰 옷 사주고, 아이들이 원할 때 함께 시간을 보내고, 좋은 음악이나 책을 권하고(강요하지는 말고), 그저 느긋하게 바라만 봐주면 아이들은 잘 자란다.


이 소설은 아이들을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모든 엄마, 아빠들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학교에서 고통받는 청소년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세지다. 2016년 객주문학과 창작관에서 박정애 선생님과 보낸 짧지만 따뜻한 기억들이 떠오른다. 이렇게 애틋한 작품이 그곳에서 탄생했다는 것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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