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1-08(수)
 

미스터 메르세데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있다. 나는 스티븐 킹을 매우 좋아하는 독자로서, 그의 작품은 한국에서 한글로 번역된 작품은 거의(약 90% 정도) 다 찾아 읽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외부의 평가가 어떻든 내게는 '소문난 잔치'에 불과했다.

그건 스티븐 킹의 잘못이라기 보다-이 작품이 스티븐 킹의 얼굴에 똥칠을 할 정도는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이 책을 팔아먹으려는 출판사-미국과 한국-의 지나친 마케팅 때문이다.

물론 스티븐 킹도 출판사의 홍보문구처럼 '최초의 탐정추리소설'에 도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캐리'를 시작으로 단 한번의 실패 없이 지금까지 승승장구해 올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그의 뛰어난 글솜씨 때문이었으니, 무엇이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자신도 있었을테다.

그리고 이 소설은 스티븐 킹이 써 왔던 여느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말하자면, 스티븐 킹은 늘 그랬듯 한 편의 장편소설을 더 출간한 것이다.

출판사의 호들갑은 차치하고, 만일 스티븐 킹이 이 소설에 어떤 의미를 부여한다면 그건 명백한 판단 오류가 될 것이다. 새로운 탐정 캐릭터를 창조했다거나, 탐정추리소설의 영역을 확장했다거나, 자신이 '탐정추리소설'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았다거나 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할만큼 스티븐 킹이 어리석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소설은 '탐정'이니 '추리'니 할 만큼의 내용이 아니다. 그저 스티븐 킹이 써 왔던 다양한 장르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오히려 '탐정'이니 '추리'니 따위의 말을 들먹거리는 것이 스티븐 킹에게는 불리할 뿐 아니라, 그의 명성을 깎아먹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 소설을 읽고 곧바로 이어서 중단편집 가운데 <1922>를 읽었다. 그리고 무엇이 진짜 '스티븐 킹의 작품세계'인지를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스티븐 킹의 세계는 <1922>와 같은 것이다. 

그러니 이 소설이 스티븐 킹의 신작소설이고, 출판사와 서점으로써는 책을 팔아먹어야 할 목적이 있으므로 온갖 화려한 수식어로 장식을 하더라도, 그건 단지 '앙꼬 없는 찐빵'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진짜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이라면 이미 40년대부터 시작된 그 세계에 맡겨두는 것이 좋다. 대실 헤밋이나 레이먼드 첸들러를 비롯해 로스 맥도널드, 미키 스필레인 등이 이미 그 세계를 구축해 왔고, 지금까지 잘 굴러가고 있다.

여기에 굳이 스티븐 킹이라는 거목이 발을 들여 놓는 것도 우습거니와, 스티븐 킹의 선배들이 구축한 세계를 더 확장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의 이름에 먹칠을 하게 된다면 '하드보일드'한 탐정소설 영역을 모욕하는 것은 물론, 스티븐 킹의 명성에도 큰 상처가 될 것이다.

스티븐 킹이 이 소설의 주인공 하지스를 내세워 앞으로 더 작품을 쓸 것이라고 예고되었는데, 그것을 두고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이라는 수식을 내세워 홍보하지 말기를 강력히 권고한다. 그냥 스티븐 킹의 장편소설 또는 연작소설이 출간되었다고 말하면 된다. 그러면 독자도 기만당하지 않을 것이고, 출판사나 서점도 욕을 먹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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