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1-08(수)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하워드 진의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를 사 놓고도 책장에 꽂아 놓은 채 잊고 있다가, 최근에 '하류지향'을 시작으로 노암 촘스키의 '실패한 교육과 거짓말'에 이어 자연스럽게 이 책을 꺼내 들었다.


하워드 진 교수에 관해서는 다만 미국의 진보적 지식인이라는 것과 그가 쓴 '미국민중사'가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정도만 알 뿐,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으니, 나의 무지는 부끄러워도 마땅한 천박한 수준이다.


그것은,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든 생각이었고, 왜 빨리 하워드 진의 저서를 읽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몰려왔다.


하워드 진은 그 자신이 노동계급의 부모를 두고, 그 역시도 노동자로 자란 사람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그가 살던 뉴욕의 빈민가에서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 가운데 공산주의자가 많았고, 그가 겪은 삶이 '반 자본주의'를 외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 환경이었으므로, 자연스럽게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가 되었다.


미국은 세계 최강국이자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로 알려졌지만, 미국 사회의 내부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음을 하워드 진 교수는 낱낱이 밝히고 있다.


그것도, 이론이나 주장이 아닌, 자신의 삶으로 겪은 내용만으로도 미국의 본질-제국주의이자, 극소수 자본가의 지배-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을 정도로 하워드 진 교수의 삶은 실천적이고 행동하는 삶이었다.


이 책은 '자전적 역사 에세이'라는 부제처럼, 하워드 진 교수가 미국의 흑인이 겪는 인종차별의 역사부터 시작한다. 1950년대 말부터 미국 남부-인종차별이 극심한 지역-의 흑인대학교 교수로 부임하면서, 그가 '시민불복종' 운동을 시작하는 계기를 만드는데, 평화적이면서도 꾸준한 노력에 의해 미국 사회에서 인종차별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60년대와 70년대에 베트남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를 조직하고, 제국주의 전쟁에 반대하는 시민들과 함께 연대하며, 반정부투쟁에 앞장서는 하워드 진 교수는 1965년에 노암 촘스키를 만나게 되면서 더욱 힘을 얻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감동적이고 내 마음에 크게 와 닿은 이야기는, 바로 하워드 진 자신의 이야기였다. 그의 삶은, 마치 거울을 보는 듯 나와 닮았고, 그가 읽은 대표적인 책-업튼 싱클레어의 '정글',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리처드 라이트의 '깜둥이' 등-은 나 역시 깊은 울림을 느낀 책들이었고, 내 삶에 영향을 끼친 책이었기 때문에 그 동질감으로 기뻤다.


이 책에서 매우 흥미로운 내용은, 신기한 우연 같지만, 바로 앞에 읽은 '실패한 교육과 거짓말'의 노암 촘스키와 연결되는 내용이다.


'실패한 교육과 거짓말'에는 뒷부분에 노암 촘스키가 보스톤 대학의 총장인 존 실버와 텔레비전에서 토론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리고 이 책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의 뒷부분에도 보스톤 대학의 총장인 존 실버가 나오는데, 기막힌 우연이겠지만, 하워드 진 교수가 바로 보스톤 대학에 있었고, 그가 있던 시기에 대학총장으로 존 실버가 영입된 것이다.


1986년에 보스톤 지방 텔레비전 방송에서 노암 촘스키와 존 실버는 미국의 제3세계-주로 남미-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토론을 하고 있는데, 이 시기에 보스톤대학에서 하워드 진 교수는 총장인 존 실버의 전횡에 맞서 교수들과 학생들이 연대해 존 실버 퇴진 운동을 펼치고 있었다.


존 실버는 말하자면 극우주의자이고, 약육강식의 논리에 철저한 인물이다. 그는 학교에서 시위하는 학생들을 몰아내기 위해 경찰을 부르고, 자신이 직접 마이크를 들고 경찰을 지휘하는, 참으로 반지성적이고 폭력을 좋아하는 인물이었다.




하워드 진의 저작을 처음 읽는 사람에게는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어보라고 권한다. 이 책은 하워드 진의 살아온 삶에 대해 이해할 수 있으며, 그의 삶을 통해 미국의 음험한 두 얼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리영희 선생이 계신다면, 미국에서는 하워드 진 교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애국심'이 아니라, 국가, 정부, 민족을 모두 초월하는 '진실'만이 가장 올바른 가치임을 알 때, 민주주의는 뿌리를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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