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1-08(수)
 

하류지향




우치다 타츠루 교수가 쓴 '하류지향'은 일본의 10대, 20대의 교육과 노동 문제의 핵심을 짚은 책이다.


'교육으로부터의 도피'와 '노동으로의 도피'가 서로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우치다 교수는 일본 사회의 변화에서 근원을 찾는다.


1970년대와 1990년대를 비교하고, 이 시기에 일본에서 본질적으로 바뀐 부분이 바로 현재의 일본 젊은이의 교육과 노동관을 완전히 뒤바꾼 근거라고 주장한다.


즉, 집단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강조하던 80년대 이전의 사회에서 개인의 선택과 책임을 강조하는 80년대 이후의 사회 정책이 그 시기의 교육에 반영되면서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갖던 자부심과 교육적 효과 등이 모두 사라졌다는 것이다. 


물론, 전제는 있다. 그 이전부터 발달한 일본의 자본주의 체제로 인해 전반적인 사회의 물질적 기반이 두터워지고, 경제적 어려움을 모르게 된 세대에서 태어난 어린이와 젊은이들이 어려서부터 '소비주체'로 스스로를 인식하면서, 교육과 노동을 하나의 '거래'로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교육과 노동 시장에서 스스로를 도태 시키려는 강렬한 몸부림이 바로 '하류지향'이라는 것이다.


모든 거래는 '몰시간성'이지만 교육과 노동은 시간의 연속성 위에 놓여 있으므로, 당장 눈앞에서 거래나 교환,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 거래에 대해 어린이와 청년들은 그런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불편해 한다는 것이다. 교육을 받지 않으려고 하는 몸부림, 일(노동)을 하지 않으려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청년들의 모습은, 그들이 태어나 자란 사회가 '거래'와 '교환'이라는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주입한 결과이며, 그들은 적어도 매우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우치다 교수는 말한다.


'등가교환'에 대해, 교육은 결코 물물교환이나 상거래처럼 등가교환이 될 수 없는 영역이지만, '소비주체'로 어렸을 때 이미 완벽한 자리를 잡은 어린이와 청소년은 교육의 목적, 노동의 과정 등을 하나의 '등가교환'으로 여기기 때문에, 빠르게 성과가 나지 않거나, 목표와 결과가 애매한 것을 참지 못하게 되고, 스스로 그런 불편함을 배제하기 위해 '탈교육', '탈노동'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우치다 교수의 주장에서 일본 사회의 어린이와 청년을 '소비주체'로 자리매김한 것, 교육과 노동을 '등가교환'으로 인식한 것, 대학을 하나의 상품으로 결정한 것 등을 볼 때, 일본 사회의 교육과 노동 문제를 마르크스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서도 우치다 교수는 마르크스의 '자본'에 있는 내용을 인용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와 청년들이 학교와 노동현장에서 스스로 도피하는 것을 단순 사회학이 아닌, 경제 문제로 치환해서 바라보는 것은 마르크스의 유물론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과 매우 흡사하다.


사회 문제에 있어 분석틀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그 결과는 사뭇 다르게 나타난다. 우치다 교수가 일본의 교육과 노동 문제를 마르크스 이론으로 분석한 것은 자본주의 사회를 분석하는 방법으로는 가장 적당한 틀이 아닐 수 없다. 즉, 인간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그 사회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이 가지고 있는 사회문제는 같은 자본주의 체제인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내용들이다. 물론, 국가와 정부, 인민의 각성, 문화 수준, 정치 상황 등에 따라 그 차이와 변수는 얼마든지 있겠지만, 근본에 있어서 '자본주의 체제'를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는 우치다 교수가 분석하는 것과 같은 '자본주의 논리'가 교육과 노동 시장에 침투한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일본이 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하면서 일본 전체의 틀을 집단이 아닌, 개인화 우선 정책을 입안하게 된 것도 자본주의의 논리의 연속성에 다름 아니다. 자본주의는 '개인'의 독립성, 개성, 자율성, 자유, 선택권 등을 최대한 보장하는 시스템으로 이어지는데, 이것이 반대로 '개인'을 철저히 고립화시키는 제도라는 것을 대부분 알지 못한다.


정부와 언론에서 떠드는 '자유', '자율', '개성', '독립성', '선택'이라는 단어가 결국 사회의 연대와 공동체를 파괴하고 개개인을 철저히 고립시켜 체제에 순응하거나 굴복하도록 만드는 장치라는 것을 우치다 교수는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마르크스 이론이나 자본주의 체제에 내재되어 있는 개인의 고립화 문제가 강하게 제기되지는 않지만,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자본주의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과 노동 모두 강력한 경쟁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오직 도태될 수밖에 없는 사회의 비정함이 어린이와 청년들을 교육과 노동 현장에서 스스로 떠나도록 떠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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