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1-08(수)
 

제목 : 아버지가 목소리를 잃었을 때

작가 : 유디트 바니스텐달

출판 : 미메시스


가족이 겪는 아픔과 슬픔을 잔잔하면서도 감동 있게 그려낸 그래픽노블. 한 가족의 구성원이 아버지의 죽음을 앞에 두고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가를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작품이 시작하기 전에 가족 관계도를 보여준다. 이 관계도를 보여주는 작가의 의도는, 이 가족이 어떻게 맺어졌는가를 독자가 미리 알기를 바라는 것이고, 이 작품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작품에는 모두 다섯 명의 가족 구성원이 나오지만, 작품에서 자기의 생각을 드러내는 사람은 네 명이다. 루이즈는 너무 어려서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없기 때문에 귀여운 아기로만 등장한다.

주인공 다비드는 1946년생으로, 여행서적 전문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이혼한 전처 율리아와는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지만 둘 사이에서 낳은 미리암과는 가깝게 지낸다. 다비드는 파울라와 재혼해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나이 차이가 열일곱 살이어서 딸 미리암과 새엄마는 불과 열세 살 차이여서 엄마라기보다는 언니 같은 느낌이다.

미리암은 혼자 아이를 출산하는데, 미리암의 딸 루이즈가 2000년 생인데, 다비드와 파울라의 딸 타마르는 1992년으로 불과 여덟 살 차이나는 이모와 조카 사이가 된다. 미리암과 타마르는 이복 자매면서 열여섯 살 차이가 난다. 이런 가족 관계를 바탕으로, 작품은 네 사람의 시선으로 펼쳐진다. 

다비드는 친구인 의사 조르지 앞에서 자신이 후두암이라는 말을 듣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아직 어린 딸 타마르였다. 어린 딸을 두고 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다비드는 진한 슬픔이 차오른다. 다비드를 위로해 주는 사람은 오래 전 세상을 떠난 유모였다. 유모는 쓰러진 다비드에게 나타나 용기를 주고, 희망을 심장에 넣어준다.


미리암

미리암은 2000년 4월, 베를린 프리드리히스하인에서 혼자 아이를 출산한다. 따뜻한 물이 가득한 욕조에서 루이즈를 낳는다. 미리암의 출산 방식은 한국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데, 산부인과에서 자연분만 또는 제왕절개술로 출산하는 것이 대부분인 것을 보면, 미리암의 자연분만, 그것도 물속에서 아이를 낳는 방식은 특별하면서 아름답게 보인다.

아빠와 새엄마, 이복동생은 모두 미리암이 아기를 낳은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아이를 낳고 미리암은 루이의 전화를 받는다. 루이즈의 아빠이기도 한 루이는 미리암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 만났다. 그때 이미 루이는 여자친구가 있었지만 미리암도 사랑한다고 했고, 두 사람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사랑을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은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걷는데, 루이는 목수로 일을 하는데, 나무가 자신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고 했다. 미리암은 보도사진 작가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코소보 전쟁에 종군기자로 갔었다. 


여기서 잠깐, 미리암이 갔던 코소보 전쟁에 관해 간략하게 알아보자. 코소보 전쟁은 내전의 성격이었지만 미군과 나토군이 개입하면서 국제전쟁으로 확산한 전쟁이다. 1998년 2월에 시작해 1999년 6월에 끝난 전쟁으로 알바니아계 준군사조직인 코소보해방군과 유고슬라비아연방공화국 정부군이 상대였다. 코소보는 중세 세르비아 왕국의 발상지로 세르비아 영토였으나 오스만 제국에게 전쟁에서 패하고 오스만 제국의 통치를 받게 된다. 이때부터 무슬림계 알바니아인들이 코소보에 살기 시작하면서 알바니아인 비율이 높아졌고, 1974년 유고의 티토 대통령이 유고연방 내 자치주로 승격했다.

1980년, 티토가 죽고나서 1989년 밀로셰비치 대통령이 세르비아 공화국에서 집권하자 코소보는 세르비아 민족의 성지라는 이유로 코소보의 자치를 박탈한다. 이 조치에 분노한 코소보의 알바니아계 주민들이 분리독립을 주장하고, 1995년 코소보해방군을 결성해 무장투쟁을 시작한다. 

1998년 3월, 코소보해방군이 먼저 지역을 순찰하던 세르비아 경찰을 사살했고, 세르비아가 주세력이었던 유고연방은 정부군을 코소보로 파견해 코소보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


미리암은 이 전쟁에 종군기자로 들어갔지만, 아이까지도 잔혹하게 학살하는 장면을 보면서 트라우마가 생겼고, 더 이상 전쟁 사진을 찍지 않게 된다.  

미리암이 루이즈를 낳고 집으로 돌아와 아빠 다비드를 만났을 때,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빠에게 그 말을 듣는 미리암의 손이 떨리고, 자러 들어갔던 타마르도 아버지가 암 선고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 울면서 나온다. 미리암은 새엄마 파울라에게 아버지의 암 이야기를 꺼내지만, 파울라는 미리암에게 화를 낸다. 남편 다비드나 미리암 모두 너무 과묵해서 마음을 나누지 않는 것에 화가 난 것이다. 바싹 마른 아버지의 모습에서 해골이 된 아버지의 환영을 보고, 죽음의 사신과 춤을 추는 꿈을 꾼다.


타마르

타마르는 아빠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 5일 동안의 여행이지만 옆집 친구 맥스와 헤어지는 건 더 오랜 시간처럼 느껴진다. 타마르의 엄마 파울라는 남편에게 왜 같은 장소로만 여행을 하느냐고 묻지만 다비드는 대답하지 않는다. 아마 지난 5년의 세월이 다비드에게는 가장 소중하고 행복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그 시기에 지금의 아내 파울라를 만났고, 둘 사이에 타마르가 태어났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기 그 여행지에서 보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죽음을 앞둔 다비드가 딸 타마르와 단 둘이 그 여행지로 떠나는 것도, 어린 딸에게 추억을 남겨주고 싶은 죽음을 앞둔 아버지의 소박한 소망은 아닐까 생각한다.

호수에 도착해 다비드는 낚시를 하고, 타마르는 수영을 한다. 물속으로 잠수한 타마르는 인어를 만난다. 타마르는 인어에게 멀리서 낚시하고 있는 아빠를 보여주며, 자기를 낳아준 사람이라고, 하지만 곧 죽게 될 거라고 말한다. 타마르는 아빠와 장을 보러 가고, 배를 타고 낚시로 물고기를 낚아 배에서 직접 구워 먹는 소소한 일상을 누린다.

맥스가 쓴 편지를 파울라가 풍선에 묶어 보내면, 호수 여행지에 있는 다비드가 받아서 요트 돛대 기둥에 묶어 놓고 타마르에게 편지가 왔다고 알려준다. 물론 진짜 편지는 우편을 통해서 오지만, 아이들의 꿈을 살려주는 어른들의 다정한 모습을 보는 것도 정겹다.

타마르가 잠든 밤, 다비드는 선착장에 홀로 앉아 유모가 심어준 희망을 조금씩 꺼내보면서 기운을 잃지 않으려 하지만, 어린 딸을 생각하면 암으로 아픈 것보다 더 마음이 아리다.

타마르는 아빠와 둘이 배에서 잠을 자며, 별들이 쏟아질 것같은 하늘을 바라보다 묻는다. '영원하다'가 무슨 뜻이냐고. 세상은 모두 죽는다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모두. 타마르는 호수의 인어와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와 맥스를 만난다. 비가 많이 내리던 어느 날, 맥스와 놀고 있던 타마르는 아빠가 쓰러지는 소리를 듣는다. 타마르는 작업실에 있던 엄마를 부르고, 구급차에 실려 다비드는 병원 응급실로 실려간다.


파울라

병원에 입원한 다비드의 상태를 보던 파울라는 주치의이자 다비드의 친구인 의사 조르지에게 남편의 상태에 관한 설명을 듣는다. 다비드의 후두암은 이미 온몸으로 퍼져 있었고, 앞으로 남은 기간이 길어야 6개월이라는 말을 듣는다. 

퇴원한 다비드를 돌보며 자기 일-패브릭 디자이너-을 하는 파울라는 헬싱키에서 닷새간 객원 강사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다비드나 옆집 맥스 엄마는 걱정하지 말라며 헬싱키에 다녀오라고 말하지만, 남편이 언제 죽을까 애태우는 파울라는 다비드에게도, 맥스 엄마에게도 화를 낸다. 그는 슬프면 화가 난다고 했다. 다비드가 죽을 거라는 생각만으로도 미쳐버릴 것 같은 파울라는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 채 헬싱키로 떠난다. 그는 호텔에 도착해 호수가 있는 곳으로 산책을 나왔다가 우연히 만난 노인에게 남편이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노인에게서 건강했을 때 남편에게서 맡았던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파울라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고, 타마르는 이제 아홉살이 되었다. 파울라가 작업실에서 잠깐 낮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가족이 모두 사라졌다. 맥스 엄마는 모두 병원에 갔다고 말한다. 파울라가 병원에 도착해 다비드 병실에 들어섰을 때, 타마르 홀로 아빠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파울라는 다비드의 마지막 순간이 머지 않았음을 직감한다.


다비드

몸 상태가 조금 좋아질 때면 딸 타마르와 놀아주지만 그보다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약에 취해 깊이 잠들거나 통증으로 괴로워한다. 다비드는 이제 헛것을 본다. 딸 미리암이 헤어진 아내 율리아로 보인다. 다비드와 미리암의 대화를 들어보면, 다비드의 전 아내 율리아도 일찍 세상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

암 종양이 식도를 누르자 조르지는 후두를 제거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후두를 제거하고, 말을 할 수 없는 다비드는 종이에 연필로 필담을 한다. 통증으로 몹시 괴로워하는 다비드. 마지막으로 가족 모두를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다비드는 친구 조르지에게 자신의 삶을 끝내달라고 간절하게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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