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11-18(목)
 

제목 : 거인의 역사

작가 : 맷 킨트

출판 : 세미콜론


원제목은 '3Story'다. 세 개의 이야기인데, 한 남자의 삶을 두고 세 명의 여자-엄마, 아내, 딸-가 바라본 기록이다. 첫번째 이야기에서 아이의 엄마 마지는 전쟁-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남편에게 독백한다.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마지의 남편은 전쟁에 참전했고, 그는 전쟁터에서 죽는다. 아이와 둘만 남은 젊은 엄마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애를 쓰지만 심한 우울증에 걸리고, 아이에게 냉담하다. 아이는 해가 다르게 키가 거지고, 비정상적으로 커진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지역신문에 알려질 정도로 키가 커져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엄마는 그렇게 우울한 삶을 살다 요양원에서 죽고, 키가 계속 커지는 크레이그는 그 특이한 신체적 특징 덕분에 대학에 입학하고, 장학금 혜택을 받으며 대학을 다닌다. 그곳에서 여자를 만나고, 두 사람은 결혼한다. 키가 너무 커져 입고, 먹고, 자야 할 곳이 남달라야 하는 상태에서 곤란을 겪던 크레이그에게 CIA가 접근한다. 주인공이 살고 있는 시대 배경은 1950년대부터 1960년대인데, 이때는 미국이 쏘련과 냉전 상태에 있었던 시기였고,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 당했으며, 쿠바에 쏘련 미사일이 들어와 미국의 코밑을 노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여러나라와 쏘련 사이의 첩보전쟁이 격렬했던 시기였기도 했다.

미국중앙정보부는 주인공 크레이그에게 접근해 먹고, 입고, 잘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조건은 미국중앙정보부를 위해 일하는 것이었다. 거절할 상황이 아니었던 크레이그는 미국중앙정보부의 제안에 동의하고, 그의 아내 조가 설계한 거대한 집에서 살기 시작한다. 그들은 세계여행을 하고, 사람들 앞에 서서 구경거리가 된다. 사람들은 거대한 인간을 보기 위해 몰려들고, 미국중앙정보부는 겉으로 거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행사를 치르면서 뒤로는 공작을 한다. 

하지만 거인의 존재가 더 이상 미국중앙정보부에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는 판단에 따라 크레이그의 귀에 폭탄을 설치하고 행사장에서 그를 쓰러뜨린다. 설상가상으로 크레이그의 아내 조도 거대한 인간인 남편과의 생활에 날이 갈수록 고통스러워 한다. 그녀는 크레이그 모르게 불륜을 저지르고, 자기 만의 집을 만들어 숨기도 하지만 더 이상 거대한 인간 크레이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느낀다. 크레이그는 그런 아내를 바라보면서, 또 자신이 계속 커지고 있으며, 이 상태로는 모두에게 짐이 될 뿐이라는 생각으로 집을 떠나기로 한다.

시간이 지나 크레이그의 딸이 거대한 인간인 아버지의 흔적을 추적하며 그가 숨을 거둔 자리를 찾아나선다. 이미 20여년이 지났기에 거인의 흔적을 찾아내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여전히 곳곳에 거인을 봤다는 목격자가 있었다. 거인이 살던 시카고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이어진 흔적은 미국을 떠나 세계 여러 나라로 이어지고 있었지만 정작 거인이 마지막으로 머문 곳은 발견하지 못한다. 

이 작품이 독특한 점은, 거대한 거인이 등장하는 사회를 미국의 어두운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과, 거인 자신의 발언이 아닌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세 명의 여성-엄마, 아내, 딸-의 증언으로 구성한 점이다. 거대한 인간은 '미국' 자체를 말하는 것은 아닐까. 미국은 그때나 지금이나 거대한 나라임에 틀림없고,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세계의 경찰임을 자처한, 그 존재만으로 위협적인 깡패국가임에 틀림없다. 작가는 자신의 조국이 '세계의 깡패'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약소국가에 살고 있고, 미국의 직접 지배 아래 놓여 있는 우리나라는 거대한 국가 미국을 깡패국가로 인식한다.

거인이 직접 발언하지 않는 것은, 미국 자신이 발언하는 것은 상황을 객관으로 바라볼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자기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미 편견과 왜곡이 전제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주변 사람이 바라본 거인을 판단하도록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거인에게 접근한 것이 미국중앙정보부라는 것은 미국이 세계 여러나라에서 정보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현실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도 그렇고, 미국중앙정보부는 남미의 여러나라에서 진보적 성향의 정부를 뒤집어 엎고, 군부 쿠데타를 지원했으며, 사회주의자와 노동운동을 탄압했다.

거인이 쓰러지는 사건도 미국중앙정보부의 의도였으며, 쓸모가 없으면 가차없이 버리는 냉정하고 냉혹한 태도는 정보전쟁의 특성이자, 미국이 역사적으로 정보전쟁을 비롯한 수없이 많은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하고, 전쟁을 유발하고, 군사쿠데타를 지원했어도 미국이 원하는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힘은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졌고, 영향력도 예전 같지 않다.

결국 거인은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진다. 미국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영향력, 정치력, 군사력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고, 패권국가로서의 영향도 줄어들었다. 미국은 여전히 강한 국가지만, 단 한번도 존경을 받는 나라였던 적은 없었다. 오로지 힘으로만 최고의 자리를 유지해왔고,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했던 미국의 태도는 세계 모든 나라에게 두려움은 주었을지언정 '친구'로 자리매김할 수는 없었다. 그런 과거의 존재를 찾아봐야 세계 여러나라에 미친 흔적들만 있을 뿐, 미국의 실체는 어디에도 없다는 은유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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