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11-18(목)
 

제목 : 똑똑, 리틀맨

작가 : 체스터 브라운

출판 : 미메시스


작가의 초기 작품을 모은 단편집. 여기 실린 작품들은 작가의 나이 20-35살 사이에 그린 작품들이다. 모두 27편의 짧은 만화가 실렸는데, 작가의 상상력이 독특한 시각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만화는 거의 모두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이 작품집에서 주목할 만한 사회적 발언을 한 내용이 있다. '반 검열 선전'의 작품은 예술 작품의 검열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여기 등장하는 두 사람은 캐나다 총리와 그의 부하인데, 두 사람의 모습이 기괴하다. 총리는 남자의 모습인데 가슴은 여성의 가슴을 하고 있고, 그의 부하도 여성의 가슴에 남성 성기를 길게 꼬리처럼 끌고다닌다. 이들은 벌거벗고 있으며 '언론의 자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 대화는 아래 내용이다.

-교회 단체에서 포르노그래피를 금지시켜 달라는 편지를 몇 통 받았습니다.

-잠깐, 사전 좀 찾아보고...'포르노그래피...주로 성적 욕구를 유발하기 위한 문학, 회화 등.

-이게 뭐 어때서? 성적 욕구를 일으키는게 잘못됐다는 말인가?

-신의 법에 어긋난다는 거죠.

-그들의 종교가 그런 법을 규정한다...이 나라에서 종교는 개인 문제 아닌가. 만일 자신의 종교가 포르노그래피를 금한다면 자기만 그걸 사지 않으면 되잖아.

-그걸 보는 애들에게 영향을 끼칠까 두려워하는 거죠.

-그 자들이 걱정하는 건 뭔지 알겠어. 만일 애들이 포르노그래피를 사지 못하게 하는 법령 같은 걸 자네가 만든다면, 그렇게 크게 벌어질 일은 아닐 거야.

-포르노의 생산 자체를 금해달라는 뜻도 있답니다.

-그렇지만 미성년자 성희롱이나 성행위는 이미 불법아닌가. 게다가 성적 자각이 사춘기나 그 이전에 시작된다는 걸 모른 척할 순 없는 문제라고.

-포르노그래피가 남자들이 여자들을 강간하게 만든다는 말도 하더군요.

-사진이 없고, 문맹이 들끓던 시절에도 강간은 있었네. 영화나 잡지를 봤다고 강간범이 되는 건 아니잖나. 사람들이 그렇게 즉각적으로 행동한다면 히치콕 감독의 '사이코' 같은 영화는 개봉도 못했을 걸세.

-그렇게 단단히 답할 수 업슨 게 지금으로썬 큰 문제랍니다.

-그래, 강간범을 잡는 건 어렵지만, 미디어의 성적인 요소를 이유로 출판사나 화가, 영화 제작자를 잡아들이는 건 지나치게 쉽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잡아들이면 대중에게 우리가 여자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뭔가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겁니다.

-비록 실상은 예술가 나부랭이들이나 괴롭힐 뿐이겠지만 말이야! 젠장 레이! 이게 바로 언론을 쥐고 흔드는 방법이야! 얼른 뛰어가서 반포르노 법령을 빨리 써내!

결국 창작행위를 검열하는 법령이라는 건, 권력을 가진 자들이 예술가를 괴롭히고, 자신들이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는 걸 작가는 정치가의 입을 빌려 말하고 있다. 작가는 오래 전 그린 이 만화의 내용이 유치한 수준이라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는데, '창작의 자유'와 '검열'의 대립을 두고 한국에서 벌어지는 현실은 여전히 한심한 수준인 만큼, 검열을 하려는 자들-권력을 가진 자들-의 멍청함과 어리석음에 대한 풍자와 비판은 더 날카로워져야 한다고 본다.

나중에 나온 체스터 브라운의 작품들과 비교하면 퍽 온건하고 현실적인 내용인데, 작가 특유의 냉소적 태도는 이 작품집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작가가 어떤 과정을 통해 만화의 세계를 넓혔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자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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