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11-18(목)
 

제목 : 만화가의 여행

작가 : 크레이그 톰슨

출판 : 미메시스


크레이그 톰슨이 2004년 3월 5일부터 5월 14일까지 프랑스, 스페인, 모로코를 여행한 기록을 담은 작품이다. 작가도 밝혔듯이 이 작품은 작가의 정식 작품이 아닌, 새 작품이 나올 때까지 독자들을 위해 만든 '간식' 같은 작품이다. 그럼에도 이 여행기는 훌륭하다. 작가 자신의 사사로운 기록이지만, 그가 보고, 듣고, 먹고, 마시고, 경험한 이야기는 보편성을 갖는다. 

작가는 그의 작품 '담요'가 크게 성공하면서 유럽의 출판사에서 출판이 이루어지고, 출판사의 초대를 받아 유럽 여러 나라를 다니게 된다. 그 가운데서 주요 무대인 프랑스, 스페인, 모로코에서 지낸 나날을 그림 일기처럼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실린 그림은 작가가 온전히 기억에 의존해 그린 것이라고 밝혔다. 즉 카메라를 가자고 다니지 않았다는 말인데, 이 작품의 그림을 보면 그 장면, 구도, 묘사가 기억만으로 그린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고 뛰어나다.

작가는 프랑스에서 며칠 머물며 신문과 라디오 방송에서 인터뷰를 하고, 사인회를 한 다음 그가 가보고 싶었던 모로코로 가서 약 한달 정도를 머문다. 모로코에서 있었던 일들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작가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그는 열린 마음으로 모로코의 사회와 사람을 바라보려 노력한다.

모로코는 가난한 나라여서 외국인 여행자에게 어린이들이 달려들어 구걸을 하거나, 가이드를 해준다면서 쇼핑을 강요하거나 공공연히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작가는 혼자 왔지만 모로코에서 그 나라 사람들을 만나 함께 지내기도 하고, 유럽에서 온 다른 여행객들과도-처음 만나는 사이였지만-친하게 지낸다. 작가는 날마다 스케치북에 풍경과 사람을 그리고, 일기처럼 기록을 남긴다. 그림을 그리면 사람들이 몰려와 구경을 하고, 자기도 그려달라고 부탁한다. 작가는 어지간하면 이런 부탁을 들어주지만 이미 손에 관절염이 생겨 오래 펜을 쥐고 그림을 그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작가는 모로코에서 약 한달 가까이 지내고 다시 프랑스로 돌아온다. 작가가 만나는 사람들은 같은 일을 하는-그래픽 노블-작가들이나 출판사 관계자들이 대부분인데, 이 작품에서도 유명한 그래픽노블 작가들이 많이 등장한다. 크레이그 톰슨이 언급한 작가들의 작품을 찾아 읽는 것도 큰 재미가 될 것이다.

프랑스에서 싸인회, 인터뷰, 출판기념회 등을 하면서 친구와 그들의 가족들과 함께 어울리며 편안하고 따뜻한 나날을 지내던 작가는 스페인으로 간다. 그곳에서도 작가의 작품 '담요'가 번역 출판되어 만화박람회에 참석하게 되는데, 역시 싸인회, 인터뷰 일정이 여럿 잡혀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스페인에서의 추억을 특별하게 그리는데, 가우디의 사그라다 피말리아를 비롯해 가우디의 건축물들과 바르셀로나의 공원, 시내를 돌아다니고, 박화박람회에서 만난 동료 만화가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스페인에서 작가는 특별한 경험을 하는데, 우연히 만난 여성과 짧지만 강렬한 사랑을 경험한다. 이런 내용은 만화적 장치일 수도 있지만 그의 스케치북에 그린 그림은 사실적이다.

이 작품이 주는 의미는, 작가가 여행을 하면서 날마다 그림 일기를 꾸준히, 성실하게 그렸다는 사실이 아니라, 작가의 시각이 남다르다는 걸 느끼는 데 있다. 작가는 분명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훌륭한 작가일수록 그런 남다른 시각은 독특하고 개성 있게 표현한다. 크레이그 톰슨 역시 평범한 나날의 일기를 기록하면서도 그것이 작품이 되도록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이 진정한 '프로'임을 입증한다고 본다.

작가가 그린 그림을 보면, 밑그림을 하지 않고 곧바로 붓펜으로 선을 그려나간 것으로 보이는데, 밑그림 없이 한번에 그린 그림이라면 그 공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작가가 줄곧 손의 관절염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불과 30대의 청년이 펜으로 얼마나 많은 그림을 그렸으면 관절염까지 오게 될까를 생각하면, 뛰어난 작가가 된다는 건 타고난 재능과 함께 다른 사람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노력과 훈련이 바닥에 깔려 있어야 한다는 걸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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