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9-26(일)
 

제목 : 수상한 연립주택
작가 : 오영진
출판 : 창비


서울 변두리 마을에 있는 낡은 연립주택에는 모두 여섯 가구가 살고 있다. 건물 주인이 바뀌어 새 주인이 이사를 오는데, 세입자들은 건물주인을 우습게 생각한다. 연립주택에서 가까운 곳에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가 집주인 남자이고, 여자는 부잣집 딸로, 남편의 병원을 친정아버지가 차려주었다고 남편을 우습게 아는 여자다.
옥탑방에는 깔끔하게 차려입고, 아는 것도 많고, 말도 청산유수로 하는 청년이 사는데, 고시공부를 한다고 하지만 그냥 백수다. 옥찹 아래 4층에 주인 내외가 살고, 3층에는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박사장 가족, 2층에는 아내가 회사 다니고, 남편인 오공식은 전업주부로 아이를 돌보며 살림을 하고, 1층이자 반지하에는 이혼하고 딸과 함께 살면서 유흥업소에서 밴드 마스터로 일하는 남자 강씨와 늙은 개와 함께 사는 장씨 할머니가 있다.
이들은 저마다 힘들게 살아가고 있지만, 소시민의 삶이 대개 거기서 거기라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잘 참고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새로 들어온 집주인은 이 연립주택을 허물고 새로 건물을 지으려 한다. 집주인과 세입자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힘으로 밀어부치던 집주인은, 조물주보다 위라는 건물주의 위세가 전혀 먹히지 않자, 세입자를 회유해 '문화통치'를 시도한다.
그 와중에 집주인 여자는 옥탑방 청년과 바람이 나고, 어느날 이 지역 일대가 재개발지역으로 발표되면서, 집주인이자 '항문외과' 원장인 의사는 마침내 자신의 꿈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꿈도 잠시, 연립주택 앞에 있는 커다란 나무에 사는 비둘기가 희귀한 종이어서 그 지역이 재개발지역에서 제외된다는 구청직원의 말을 듣고, 집주인 의사는 특단의 조치를 마련한다. 그것은 새를 잡아먹는 뱀을 몰래 들여와 나무에 풀어놓자는 계획인데, 그 계획 때문에 결국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된다.
이야기는 좀 황당하지만, 집주인과 세입자들의 이야기는 사실적이고 생생하다. 옥탑방에 사는 남자는 고시공부를 하지만 그는 이미 7년째 시험에서 떨어졌고, 앞으로도 시험에 붙을 확률은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는 백수다. 하지만 외모가 번듯하고, 운동을 열심히 해서 몸은 좋다. 시험에 합격하진 못했어도 그동안 읽은 책이 있어 법에 관해 잡다한 지식이 많다. 그래서 집주인이 하는 말을 법률적으로 반박하기 때문에 집주인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집주인 여자가 이 청년에게 반한 것도 이유가 있다. 연하의 남자이고, 외모도 잘 생겼으며, 말도 청산유수로, 교양 있는 말만 하기 때문이다. 청년은 집주인 여자를 누님이라고 부르고, 그 여자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옥탑방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는 반지하에 살고 있는 고3 학생 강희인데, 유흥업소 밴드마스터로 일하는 강씨의 딸이다. 
모두들 사연이 많지만, 그 가운데서 가장 비극적인 사연의 주인공은 반지하에 사는 장씨 할머니다. 장씨 할머니의 아들이 이 연립주택을 짓는 공사장에서 일하다 사고로 죽었고, 그 보상으로 반지하 방을 하나 얻어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장씨 할머니는 집주인이 누구라도 상관없이 자신이 이 집의 주인이라고 생각한다.
낡은 연립주택의 운명은 필연적으로 헐리게 되어 있다. 다만 그때가 언제일지 사람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릴 뿐이다. 마침내 그때가 오고, 연립주택은 재개발로 인해 헐리게 된다. 한 건물에 살며 이런저런 인연을 맺어오던 이웃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집주인 남자만 행방불명이 되고, 이야기는 미스터리를 남긴 채 끝난다.
오영진은 이전에도 독특한 소재로 만화를 그리곤 했는데, 그의 그림은 개성 있다. 그의 작품이 그래픽노블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이 퍽 아쉬운데, 작가에 관한 평가가 충분하지 않은 듯하다.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한 그의 작품은 작가 자신의 경험과 함께 현실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사실성과 유머, 공감을 함께 보여주는 내용이어서 읽는 즐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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