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1-08(수)
 

팔레스타인 - 조 사코


한 권의 만화로 팔레스타인의 삶을 이렇게 깊이 있고 절절하게 그릴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소설이나 논문, 사회과학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고, 독자를 끌어당기기 어려운 심각하고 진지한 현실을 객관으로 바라보면서도 고통, 슬픔, 분노, 웃음을 분명하게 드러내면서 공감을 얻는 작가의 능력은 탁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수구반동 집단이 집회를 할 때 미국국기와 이스라엘국기를 들고 나타난다. 이들은 특정한 종교를 교조주의적으로 신봉하는 미개한 존재들인데, 이스라엘이 '반기독교'라는 사실 조차도 모르고 있는 무지하고 멍청한 인간들의 집단이라고 봐도 좋다.

하여간, 그런 이스라엘이 제2('이'라고 읽으면 안 되고, '투'라고 읽어야 대통령 후보 자격이 있다.)차 세계전쟁이 끝나고 (미국과 유럽의 비호, 특별히)영국의 비호 아래 지금의 땅을 점령해 유대인의 나라인 '이스라엘'을 세웠는데, 문제는 이미 그 땅에서 오래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폭력으로 쫓아냈다는 것이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꼴이고, 그들이 그렇게 당했다고 사방팔방 떠들어 대던 '유대인 학살'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그대로, 아니 그보다 더 악랄한 방법으로 시전하고 있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지금도 여전히 막강한 자본을 동원해 헐리우드에서 영화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반면, 정작 진짜 피해자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국제사회에 호소할 힘조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다. 그들이 놓여 있는 처지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으며, 일상적으로 유대인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고, 어린이, 여성, 노약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 만화에서, 유대인의 폭력은 말할 것도 없이 심각하고 전쟁범죄이며 반인륜의 행동이지만, 팔레스타인 내부에서도 여성과 어린이처럼 사회적 약자가 이중, 삼중의 억압과 폭력을 당하는 사실에 대해서도 우리는 심각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주된 타도의 대상은 유대인들이지만, 그들을 타도하는 과정에서 혹시라도 사회적 약자의 희생이 강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목적이 정당하다고 수단이 무시된다면, 우리가 그동안 겪었던 진보진영 내부의 봉건잔재와 가부장적 폐해, 남성우월주의가 또다른 폭력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대인과의 전쟁 때문에 팔레스타인 내부의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말하는 건 전형적인 억압사회의 태도다. 이슬람 사회가 가지고 있는 심각한 봉건적 억압이 사라지지 않는 한, 팔레스타인 문제는 단지 이스라엘과의 전쟁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슬람 국가들은 저마다의 이해관계로 얽혀 분열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뒤에 국제깡패 미국이 총칼로 무장하고 있는 상태에서, 당장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팔레스타인이 해방하기 위해서는 이슬람 전체의 민주주의의 발전은 필수 요건이다.

조금 더 근본적으로 말하면, 이스라엘이든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이든 현재의 분쟁을 있게 한 것은 결국 종교 때문이다. 그들은 동일한 신을 믿으면서도 서로를 학살하지 못해 안달하는 중이고, 거의 대부분의 학살은 '신의 이름'으로 벌어지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인간의 삶보다 존재하지도 않는 신의 존재가 더 중요하다고 믿는 한, 이런 비극은 끊임없이 반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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