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1-08(수)
 

제목 : 어느 물푸레나무의 기억

작가 : 박건웅

출판 : 북멘토


박건웅은 작품은 대개 충격적이고 놀라운 작품들이다. 그 이유는, 그가 한국현대사에서 중요한 사건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만화가가, 시사만평을 그리는 것도 아닌데, 유독 한국현대사의 핵심만을 다루는 것은 보기 드문 경우다.

게다가 박건웅의 작품은 미학적으로도 훌륭하다. 그의 그림과 표현 방식은 많은 경우 판화적 표현 기법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흑백 판화는 표현의 강렬함과 함께 이미지가 드러내는 상징성이 탁월한 기법이다.

흑백 그림은 박건웅의 작품에서 특히 '흑과 백' 즉 '선과 악'의 구도이자 '적과 아군'을 상징하며, '생과 사'를 드러내는가 하면, '옳음과 그름'을 판단하게 하고, '지옥과 천국'을 상징하기도 한다.

흑백 그림은 잔혹하고 처참한 사실적 묘사를 지우는 대신, 역사와 진실에 더욱 주목할 수 있도록 만든다. 최용탁의 단편소설을 만화로 표현했는데, 원작의 생생한 언어들을 장면마다 살려내는 박건웅의 그림은, 세계의 많은 그래픽 노블 가운데서 특히 역사를 다루고 있는 그래픽 노블 가운데서는 가장 탁월하다는 생각을 한다.

세계의 현대사에서 학살과 관련한 사건은 무수히 많고, 그 피해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한국에서 벌어진 여러 건의 양민학살은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했다.

이 만화는 '보도연맹' 학살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남한에서 발생한 이 학살은 친일극우정권이 벌인 극악한 범죄의 일부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은 '보도연맹' 학살 사건에 대해 여전히 잘 모르고 있으며, 친일(사실은 매국)정권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를 감추기 위해 가능한 역사교과서에서 축소하거나 왜곡하는 방식으로 역사를 비틀고 있다.

사실이나 진실을 들여다 보는 것은 때로 고통이다. 그저 모르고 살거나, 되도록 기억하지 않고 사는 것이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통스럽고 괴로운 역사일수록 우리는 그것을 정면으로 바라봐야 하고, 잊지 말아야 한다. 역사는 되풀이하고, 친일매국노들과 수구반동 집단이 권력을 잡으면, 이런 양민학살이 또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보도연맹' 학살 사건이 벌어진 이후에도 여전히 남한과 북한은 분단된 상태로 '휴전' 중이며, 사상 탄압은 변하지 않았고, 반대파를 '빨갱이'로, '좌익'으로 매도하고 그들을 폭력으로 단죄하는 것 역시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이런 세상에서 이 만화는 과거의 참혹함을 되새기자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의 한국 상황이 극단적으로 변할 것을 경계하는 뜻도 담고 있다. '정적(정치적 반대자)'이라는 이유로,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치 파리를 죽이듯 양민을 학살하는 정권이 여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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