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9-26(일)
 

건강일기-005


운동 시작


약을 먹는 두 달 동안 그나마 조심한 건 과식, 야식, 술이었다. 술은 체질이 맞지 않아 거의 먹지 않았지만, 아주 드물게 한 잔 마실 때가 있었다. 모임이나 집에서도 저녁에 술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한 잔'을 마시는 것이 전부인데, 간경변 진단을 받은 다음부터는 술을 완전히 끊었다.

내 오랜 식습관은 아침을 먹지 않고, 점심과 저녁을 먹는 것인데, 중간에 간식을 항상 먹었다. 계속 살이 찌는 원인은 소비하는 칼로리보다 먹는 칼로리가 많기 때문인 건 상식이다. 먹는 것 이상으로 움직여서 칼로리를 소모하면 살은 찌지 않는다. 이런 상식을 알면서도 생활에서는 실행이 어려운데, 내 경우도 그렇다.

그나마 몸무게가 75-76kg에서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걸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다. 내 신체 조건에서 적당한 몸무게는 60-65kg 정도인데, 최소 10kg에서 많게는 15kg을 줄여야 했다. 4월 초에서 6월 초까지 두 달 동안은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불규칙하게 걷기를 했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이 들면 식탐도 줄어들 줄 알았지만, 내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먹고 싶은 것이 많았고, 한 끼를 먹을 때마다 충분히 포만할 때까지 먹었다. 나중에 운동을 하면서 깨달은 거지만, 그동안 나는 매 끼의 음식량이 많았고, 하루 두 끼를 먹는다고 하지만 그 사이와 저녁에 간식을 먹는 것 때문에 절대 살이 빠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두 끼를 먹을 때도 음식의 내용과 질을 고려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의사선생님은 '싱겁게 먹고, 간식, 야식을 먹지 말고, 국물 음식도 가능한 먹지 말고, 밀가루 음식, 흰쌀밥도 가능한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지만, 이 상황이 바로 바뀌지는 않았다.

그건 내 의지가 약하기도 했고, 지금 약을 먹고 있으니 음식을 조절하지 않고도 간 상태가 좋아지는지 궁금한 마음도 있었다. 다만 음식을 조심해야 한다는 건 의식을 하면서 먹었다. 

매일 간략하게 메모를 하는데, 점심과 저녁에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도 기록하고 있다. 병원에서 두 달치 약 처방을 받아 약을 먹는 기간 동안에 먹었던 음식은 그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간식과 야식이 줄어들긴 했다.

4월 말부터는 참외를 주문해서 먹기 시작했다. 나는 참외를 퍽 좋아하는데, 해마다 참외가 나오기 시작하면 10kg짜리 참외를 주문한다. 단, 참외값이 비싸므로 '흠과'를 주문하는데, 이 '흠과'의 종류도 참외 크기에 따라 '소, 중, 대'로 나뉜다. 나는 '대과'를 주문해서 먹는데, 기간에 따라 참외값이 변하는 걸 보는 것도 재미있다. 4월 말에 참외 10kg 흠과의 가격은 약 3만8천원이지만 가격은 점차 내려간다. 2만6천원이 되었다가 7월이 되면 1만6천원까지 내려가는데, 참외가 한창 많이 나올 때라서 똑같은 참외라도 값이 싸진다.

참외는 거의 나 혼자 먹는데, 작년(2020년)에는 여름 한철에 내가 먹은 참외가 60kg이었다. 4월에서 6월까지도 참외를 먹었다. 참외는 칼로리가 낮고, 소화도 잘 되며, 포만을 느낄 수 있는 과일이어서 밥을 좀 적게 먹을 수 있지 않을가 하는 기대를 가졌다.


몸의 변화를 가장 쉽고 빠르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체중을 확인하는 것이다. 약을 먹는 두 달 동안 따로 몸무게를 측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몸무게는 거의 변화가 없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5월 말에 아산병원에서 채혈하고, 일주일 뒤인 6월 7일, 다시 의사선생님을 만났다.

의사선생님은 피 검사 결과를 보면서, 지난 두 달 사이에 변화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 말은, 내가 건강을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처럼 들렸고, 자존심이 상했다. 물론 의사선생님은 그런 의미로 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나 자신이 알고 있는 것처럼, 지난 두 달 사이 내가 건강을 위해 노력한 것이 없다는 건 분명했고, 그래서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했다.

의사선생님은 다시 똑같은 약을 3개월치 처방해 주었다. 집에 돌아와서 생활이 지금과는 달라야 한다는 자각을 했고, 운동과 절식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다음 날부터 운동을 시작했는데, 내가 선택한 운동은 줄넘기였다. 그 전까지는 주로 걷거나 트레드밀에서 뛰는 운동이 전부였는데, 그런 방법으로는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6월 8일부터 줄넘기를 시작했다. 운동 목표는 하루 3,000개. 왜 3천 개를 해야 하는지 이유는 없었다. 다만 그 정도는 해야 운동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고, 이번에는 나 자신에게 핑계를 대지 않고, 무조건 하기로 다짐했다.

첫날 줄넘기는 2,000번을 했는데, 운동을 전혀 하지 않던 몸이라 첫날 줄넘기는 엉망이었다. 한번에 넘는 횟수도 열 번을 넘기지 못했고, 무릎 안쪽, 허벅지, 종아리, 발 전체가 다 아팠다. 줄넘기를 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줄넘기를 할 때 요령도 몰랐고, 어떤 곳에서 줄넘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도 몰랐다. 

줄넘기를 하는 장소는 처음에 풀밭, 데크 등에서 해보았지만 모두 실패했다. 집앞 도로가 아스팔트여서 그곳에서 줄넘기가 비교적 잘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줄넘기를 할 때 복장과 신발도 어떤 것이 좋은지 몰라서 고생했다. 처음에는 달리기용 신발을 신고 줄넘기를 해봤는데, 자꾸 발에 줄이 걸려서 멈췄다. 그러다 바닥이 평평하고 운전할 때 신기 편한 가벼운 신발을 신고 줄넘기를 하자 줄이 걸리지 않고 좋았다.

줄넘기를 시작하고 일주일이 지날 때까지, 첫 날은 2,000개를 하고, 둘째날부터는 계속 3,000개 이상을 했다. 일주일 동안 무릎 안쪽, 허벅지 등이 아팠지만, 처음 작정한 것처럼, 핑계 대지 않고 날마다 줄넘기를 했다.

운동하는 첫날 몸무게를 쟀을 때, 76.5kg이 나갔다. 몸은 무겁고, 배는 출렁거리고, 다리는 아팠지만, 나 자신에게 다시 실망하는 것보는 아픈 것이 나았다. 처음 줄넘기를 할 때는 열 개, 스무 개를 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차츰 발에 걸리지 않고 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백 번을 넘길 때는 감격스러웠다. 일주일이 지나고, 보름, 스무날이 지나면서 줄넘기는 백 번, 이백 번을 한 번에 할 수 있게 되었다.

줄넘기 운동 시간도 처음에는 3천 번을 하려면 한 시간이 훨씬 넘어서 약 80분 정도를 해야 마칠 수 있었지만 점차 시간이 단축되어 한 달 뒤에는 3천 번 줄넘기 시간이 약 40분대로 줄어들었다.


줄넘기와 함께 음식도 가능한 적게 먹으려 노력했다. 매일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자세하게 기록하기 시작했고, 아침에 운동을 하면 몸무게와 줄넘기 횟수를 기록했다. 점심은 여느 때와 똑같이 먹었고, 간식과 야식을 먹지 않았으며, 저녁은 적게 먹었다.

저녁을 적게 먹고 잠을 자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크게 들리는데, 저녁부터 다음날 점심을 먹기 전까지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를 듣는 것이 기분 좋았다. 그리고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는, 흰쌀밥 대신 잡곡밥으로 바뀐 것이다. 밥은 늘 잡곡밥을 먹고, 배가 많이 고프면 참외 한 개를 먹거나, 참외로 저녁밥을 대신하기도 했다.

그렇게 매일 줄넘기를 3천 개씩 하고, 잡곡밥을 먹고, 밀가루 음식은 거의 먹지 않고, 인스탄트 음식,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식도 거의 먹지 않으며, 저녁은 간단하게 먹으면서 몸무게의 변화를 기록하니 처음 며칠은 변화가 없던 몸무게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76.5kg에서 꼭 한 달이 지난 7월 7일에는 70.9kg으로 약 6kg이 줄었다. 병원에서 돌아오면서, 다음 병원에 갈 동안인 3개월 사이에 몸무게를 적어도 10kg 이상은 줄여야겠다고 결심했고, 목표 체중은 63kg으로 설정했다. 한 달이 지나서 6kg 정도를 줄였으니 3개월이면 이론적으로 18kg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이론이고, 또 실제로 그렇게 몸무게가 줄지는 않을 것이라는 건 알고 있다.


다행인건, 내가 운동과 절식을 시작할 때, 가족 모두 나처럼 운동과 절식을 함께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 두 끼를 먹는 것에 동의하고, 점심은 잡곡밥을 중심으로 고기도 먹고, 저녁은 샐러드를 먹기로 했다.

나는 저녁에 먹을 샐러드 재료를 구상했다. 양상추, 새싹, 방울토마토, 피망, 오이 등 채소를 준비하고, 단백질은 닭가슴살을 준비했다. 샐러드용 소스는 따로 준비하지 않고, 올리브오일을 뿌려 먹었는데, 의외로 맛있었다.


운동을 시작하고 우연히 '인바디 체중계'를 싸게 구입할 수 있어서, 스마트폰과 연동해 날마다 체중을 비롯해 여러 가지 신체 지수를 측정하는데, 우리집 거실에는 체중계 두 개가 나란히 있어서, 체중계에 각각 올라가 몸무게의 변화를 확인한다.

몸무게는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가장 적게 나가는데, 아침과 저녁 사이에 몸무게 변화는 많게는 2kg까지도 차이가 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 달이 지나면서 몸무게가 6kg쯤 빠졌지만 70kg 초반에서 더 이상 내려가지 않는 정체기가 시작되었다. 문제가 생겼다고 느꼈고,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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