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1-09-26(일)
 

일본이 가난해지는 원인


한 나라의 전체 부(재화)의 총량을 나타내는 지표가 '국내총생산'이다. 이는 나라에서 생산한 재화와 용역의 시장 가치를 합한 것을 뜻한다. 1조 달러 이상인 나라는 16개 국가이고, 한국은 10위를 하고 있다. 

일본은 2012년 국내총생산이 6조 2천억 달러로 최대치로 올라갔다가 2015년에 4조 3천억 달러까지 떨어졌다. 2018년에 4조 9천억 달러로 조금 올랐지만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국민총생산으로만 보면, 일본은 한국보다 3배 많은데, 1인당 실질구매력으로보면 몇년 전부터 한국이 일본을 앞섰다.

한 해 예산만으로 보면 일본의 2021년 예산은 1,160조원이고, 한국은 558조원이다. 예산으로는 일본이 2배 규모로 크다. 여기에 인구를 대비하면 일본은 1억 2천만 명이고, 한국은 5천 2백만 명으로 일본이 2배 규모다. 단순한 비교로만 보면 일본은 국내총생산이 3배일 뿐, 인구수 대비로는 한국과 거의 같은 수준의 경제력이다.

여기에 중요 변수가 국가부채인데,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237%로 세계 모든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채 비율이 높다. 반면 한국은 37.9%에 불과하다. 일본은 국가채무로 인한 부채 상환에 쓰이는 예산이 한해 예산에서 20%가 넘는다. 일본 정부는 한해 예산을 정해 놓고, 정부가 진 빚을 갚기 위해 한해 예산에서 그만큼을 떼야 한다. 인구 대비로 같은 금액의 예산이면서, 일본은 정부 부채가 많아서 국민 1인당 돌아가는 예산액이 한국보다 적은 것이 확실하다.


나라의 부는 국민 모두가 노력해서 키워나간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활동이 나라의 부를 키워나가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그 가운데 극소수는 나라를 좀먹고 나라의 부를 축내기도 하지만, 한국은 큰 기복 없이 전쟁 이후 지금까지 꾸준하게 발전하고 있다.

한국의 발전에 보이지 않지만, 자연 재해가 적은 것도 큰 몫을 했다. 반면 일본은 지진, 화산 폭발, 쓰나미 등 온갖 자연 재해가 자주 발생해서 나라의 부를 깎아 먹는 심각한 원인이 된다. 이 현상을 조금 단순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내가 1년에 1억 원의 수입이 있다고 하자. 그리고 단독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나는 월급을 받아서 기본 생활 - 의식주 -을 영위해야 하는데 들어가는 절대 필수 비용이 있다. 이 비용을 1억원의 30%인 3천만원으로 보자. 그리고 문화, 예술, 레포츠, 여행 등 여가 비용으로 20%인 2천만원을 쓴다고 하자. 이제 5천만원의 잉여금액이 남는데, 이 돈의 일부는 단독주택을 소소하게 수리하는데 사용한다. 그리고 20%는 건강을 위한 비용으로 따로 떼어둔다. 그러면 순수한 잉여금은 3천만원이 남는데, 이 돈으로 주택을 수리하거나 가전제품을 새로 구입하거나 집을 관리하는 비용으로 쓸 수 있다.

그런데, 천재지변이 잦아서 폭우가 쏟아져 집에 물이 새고,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슬고, 보일러가 고장나서 바꿔야 하고, 전기 설비에 문제가 생겨 수리해야 하고, 집이 점점 낡아가면서 단열, 방수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자. 여기에 전혀 예상하지 않게 지진이 나서 벽이 갈라지고, 심지어 지붕이 무너져 내린다고 하자. 그러면 집을 수리하기 위해 저축한 돈을 써야 하는데, 2천만원 가지고는 어림도 없게 된다.


지금 일본이 놓여 있는 상황이 위에 단순하게 비유한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은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나라에 속하며, 피해 규모 또한 커서 나라(국민)가 벌어들이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질 확률이 높은 나라다. 즉 일본에서 지진이 한번 발생할 때마다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조 원까지 가지고 있는 돈을 써야 한다고 할 때, 한국에서는 그만큼의 돈이 계속 축적되는 것과 달리, 일본은 모아놓은 돈을 쓰게 되므로 나라의 경제는 궁핍해지게 된다.

극단적인 예로, 2011년 후쿠시마 지진 사태 때 동일본 전체가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1995년 발생한 한신대지진 때 일본의 경제적 피해는 GDP의 2.5%인 10조엔, 우리돈 120조원으로 추산했는데, 2011년 후쿠시마 지진 사태는 한신대지진보다 훨씬 강력하고 장기적인 피해가 발생했으므로 보수적으로 잡아도 2배 이상이다. 2배만 해도 GDP의 5%, 20조엔이며, 우리돈으로 240조원이나 된다. 일본 정부의 추정 피해 금액은 31조엔으로 우리돈 370조원이다. 여기에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피해 비용은 들어가지도 않았다. 핵발전소 피해는 수십년, 수백년 이어지는 심각한 피해로, 돈으로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걸 감안하면 일본의 자연재해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알 수 있다.

즉, 일본은 단지 집을 수리하는 비용으로 370조원을 써야 하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피해가 앞으로도 예고 없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럴 때마다 일본은 천문학적 숫자의 비용을 들여 집을 수리해야만 한다. 이건 돈이 아무리 많아도 해결할 수 있거나, 견딜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집을 수리하는 비용은 결국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돈을 써야 하는 것이고, 이 돈은 국민의 삶과 복지, 건강, 교육 등 삶의 기본을 위해 필요한 돈이다. 이렇게 많은 돈을 집수리에 쏟아붓게 되면 국민 개인의 삶은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집수리에 신경을 쓰다보면 다른 일 - 생산, 개발, 수출, 투자 등 -에 쏟을 여력이 부족하고, 그러면 수입이 줄어들어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일본은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지형적 단점으로 강제로 지불해야 하는 손실비용이 늘어나면서 부를 축적할 기회를 잃게 되고, 꾸준히 가지고 있는 부를 소모하게 된다.


일본은 2차 세계전쟁 이후 패전국으로 미국 앞에 납작 업드려, 미국의 도움과 한국전쟁의 특수로 이후 세계 경제 순위 2위까지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1990년 이후 미국이 일본을 견제하고, 일본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정점에 있던 경제대국 일본의 위상은 해마다 추락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무수히 많은 내적 모순을 지닌 채 경제가 성장한 기형적 구조를 가진 나라였으며, 후진적 정치제도와 자만, 경쟁국가-특히 한국-의 눈부신 성장 등으로 위기에 놓였는데, 결정적으로 일본을 무너뜨린건 일본에서 발생한 자연재해였다. 

일본은 주기적으로 지진, 화산 폭발, 태풍이 발생하는데, 하나의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천문학적 복구 비용이 들어간다. 이것은 '생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것이어서, 장사로 말하면 월 매출에서 상가임대료로 12%가 먼저 빠져나가는 것과 같다. 그동안 운이 좋아서 돈을 많이 벌어 저축도 많이 하고, 여기저기 투자도 해서 한동안은 버틸 수 있지만, 공룡이 쓰러지면 더 빠르게, 더 큰 충격으로 넘어지듯, 일본이라는 경제 공룡이 쓰러지는 건 생각보다 빠르고 강한 충격으로 쓰러질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일본과 한국은 세계 최고령 사회여서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인구 감소는 자연스럽게 경제 규모의 축소로 이어지게 되고, 일본처럼 자연재해가 심각한 나라는 복구비용의 부담이 더 커지게 된다. 반면 한국은 북한, 중국, 동유럽에 있는 동포들을 흡수해 인구를 자연스럽게 늘리고, 경제 규모, 시장의 확보 등 대안을 마련할 여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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