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1-08(수)
 

19금 선녀와 나무꾼

 

 

6년을 기다렸다. 그 긴 시간동안 나는 산속 오두막에 갇혀 나무꾼 새끼에게 끊임없이 성폭행을 당했고, 아이를 셋이나 낳았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개새끼.

나는 줄곧 탈출할 기회를 노렸고, 셋째 아이 돐이 지나자 나무꾼 새끼가 나를 감시하는 눈길이 조금 약해졌다. 이제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하늘로 올라가지 않을 거라 생각했겠지. 그 전에는 내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방문을 걸어잠구고 나무를 하러 갔다 왔고, 집에 있을 때는 잠시도 틈을 주지 않고 나를 감시했다.

6년 전, 나는 천상에서 친구들과 함께 잠깐 땅으로 나들이를 했다. 모두 다섯 명이었는데, 흰색과 분홍색이 섞인 천사의 날개옷을 화려하게 펼치고, 구름을 타고 내려온 우리는, 인간의 발길이 없는 깊은 계곡에서 옷을 모두 벗고 목욕을 했다. 천상에서 인간이 사는 땅으로 내려올 기회는 흔치 않았다. 우리처럼 영원히 사는 천사들도 몇백 년에 한 번 내려올까 말까할 정도였으니, 우리에게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하늘에는 하얀 달이 둥그렇게 떠 있어 세상이 은빛을 뿌린 듯 환하게 빛나고,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계곡에서는 새소리, 동물들 움직이는 소리, 물흐르는 소리만 들릴 뿐, 사위는 고요했다. 넓은 웅덩이는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맑고 깨끗했고, 우리는 날개옷을 훌훌 벗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차가운 물이 살에 닿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상쾌함으로 몸이 부르르 떨렸다. 천상에서는 이렇게 차갑고 상쾌한 물이 없기 때문에, 땅으로 내려오는 건 우리들이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시원한 계곡 웅덩이에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달이 서쪽으로 많이 기울어 새벽이 머지 않았을 때, 우리는 다시 천계로 올라가려고 옷을 입었다. 하지만, 내 옷만 없었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옷을 갖춰 입었고, 옷을 찾지 못한 나 때문에 몹시 난감한 표정들이었다. 새벽빛이 밝을 때까지 천계로 올라가지 못하면 벌을 받게 되고,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기 어렵게 된다. 나는 친구들에게 먼저 올라가라고 말했다. 내 옷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지만, 친구들을 곤란하게 할 수 없었다. 친구들은 하늘로 올라가고, 혼자 덩그라니 있으니, 불안이 몰려왔다.

그때, 숲속에서 검은 물체가 나타났고, 그는 나무꾼이었다. 나는 벌거벗은 몸을 감추려고 물속으로 들어갔지만, 그는 야비한 웃음을 지으며 나를 물에서 끌어내 성폭행했다. 그후 그에게 끌려 그의 오두막으로 갔고, 지금까지 갇혀 살면서 아이를 셋이나 낳았다. 그리고 어제, 6살 아이가 자기 아버지인 나무꾼에게 물었다.

아빠, 엄마랑 어떻게 만났어?

눈동자가 흔들리는 나무꾼을 바라보았다. 그는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하게 드러났고, 아이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응, 엄마하고는 산에서 만났는데, 엄마가 물건을 잃어버린 걸 내가 찾아줬어.

나무꾼은 거짓말을 했다. 나도 모르게 비웃음이 나왔다. 개새끼.

와, 멋지다. 아빠가 좋은 일 했네. 그런데, 어떤 물건이야? 보석? 돈?

아이는 좋아하며 물었다. 나무꾼의 표정이 조금 일그러졌다.

으응, 엄마가 가지고 다니던 옷이야.

나무꾼은 아이와 내 눈치를 보며 어물거렸다.

엄마 옷? 그럼 엄마가 갖고 있겠네? 엄마, 어떤 옷인지 보여줘.

나는 웃으며 아이에게 말했다.

아빠가 잘 간직하고 있어. 아빠에게 물어봐.

아이는 다시 나무꾼에게 말했고, 졸라대는 아이의 성화를 이기지 못해 밖으로 나갔다 잠시 뒤에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옷보따리가 들려 있었다. 6년만에 보는 내 옷이었다.

와, 엄마 옷이다. 엄마, 이 옷 입어봐. 얼마나 예쁜가 보게.

나무꾼은 아이들을 끔찍하게 사랑했고, 아이들이 하는 말은 다 들어주었다. 그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니야, 지금은 못 입어. 옷이 작거든. 조금 더 있다 살이 빠지면 입어볼께.

내 말을 듣고 나무꾼은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나는 나무꾼을 보며 웃어주었다. 그에게 처음 보이는 웃음이었다. 나는 지난 6년 동안 죽지 못해 살았고, 날마다 죽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나무꾼은 내가 웃는 모습을 보이자, 자신에게 마음을 열었다고 생각했다. 그날 저녁, 아이들을 옆방에 재우고, 나는 나무꾼과 함께였다. 그동안 나무꾼에게 수없이 강간, 성폭행을 당했고, 그건 오로지 내 옷이 어디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제 옷이 돌아왔고, 더 이상 짐승에게 당할 수는 없었다. 나무꾼은 내가 좋아서 그러는 줄 알고, 벌써부터 옷을 벗고 덤벼들었다. 나는 그에게 못이기는 척하며, 바닥에 누우라고 했고, 그의 배에 걸터 앉았다. 나무꾼은 흥분해서 콧바람을 불었고, 내 몸을 더듬었다. 나는 머리칼 사이에 숨겨둔 은장도를 꺼내 나무꾼의 목에 깊숙이 박았다. 이어서 손톱 기른 손가락을 그의 두 눈에 박았다. 잘린 동맥에서 피가 솟구치고, 뽑힌 눈알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나무꾼의 비명이 터지기 전, 걸레로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나무꾼은 방문을 박차고 마당으로 나갔다. 눈이 보이지 않는 그는 허공을 더듬으며 밖으로 나왔고, 나는 그를 숲속으로 유인했다. 그곳에는 호랑이가 기다리고 있었고, 나무꾼의 몸뚱아리는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나무꾼이 살던 오두막을 떠나 세 아이와 함께 읍내로 나와 살았다. 바느질 삯으로 아이를 키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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