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1-08(수)
 

마약을 긍정으로 소비하는 사회


언제부터인가 한국사회는 '마약'을 긍정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뉴스나 여론은 분명 '마약'이 사회에 해로운 물건이고, 마약을 소비하는 사람을 범죄자로 규정해 인신을 구속한다. 지금까지 마약은 부르주아 세계는 물론이고 서민의 삶에도 깊숙히 침투했다는 증거는 상당히 많다.

마약의 역사는 오래 되었지만, 현대 이전에는 주로 '진통제'로 쓰였기에 마약이 큰 문제로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마약은 천연재료에서 추출하는데 그치지 않고, 화학물질로 제조하면서 종류와 양이 급격히 늘어났다. 마약은 범죄집단에게 가장 큰 부의 근원이 되었다. 마약이 사람들 사이로 흘러들어가면서, 마약은 사람들의 정상 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범죄집단은 과거에 총과 칼 같은 무기로 자신들이 원하는 돈을 빼았앗지만, 이제는 마약으로 더 쉽고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마약 공급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마약 카르텔의 힘이 그 사회의 공권력을 능가할 정도가 되고, 마약 범죄집단을 소탕하려고 내전 수준의 전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마약은 '적당히 즐기는' 수준으로 통제가 가능하지 않다. 만약 그랬다면 '마약'이라는 단어를 붙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마약은 반드시 중독을 일으킨다. 약물에 중독된 사람은 자신의 의지로 세상을 살아가지 못한다. 처음 마약을 선택한 것은 자신의 의지였겠지만-강제로 또는 모른 채 마약중독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중독이 된 다음에는 자신의 의지로 중독에서 벗어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공통 의견이다.

마약이 '불법'으로 규정되면서도 끊임없이 유통되는 것은 그것을 찾는 사람이 많아서가 아니라, 수요를 만들어 내는 범죄집단의 의지와 의도 때문이다. 마약을 생산, 유통, 판매하는 단계를 거치면서 마약은 일반 상품과는 차원이 다른 부가가치를 만들어 낸다. 즉, 우리가 먹고, 입고, 쓰는 생필품의 가격은 정부가 적절하게 통제하고, 경쟁의 원리에 의해 가격이 폭등할 확률이 매우 낮다.

하지만 마약은 'All or Nothing'이다. 마약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쓸모 없는 물건이지만, 마약 중독자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절대 반지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마약의 가격은 필요한 사람에게 무한대의 가치를 가진다. 따라서 마약을 공급하는 쪽에서는 초기 투자를 통해 중독자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일단 중독이 되면 반대로 중독자가 공급자에게 매달리는 현상을 보인다.


한국사회에서 법률은 마약의 제조, 유통, 공급,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그것이 불법일 경우는 다른 어떤 범죄보다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 그만큼 마약으로 인한 사회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한국사회에서 '마약'이라는 단어를 긍정적으로 사용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약김밥' '마약베개' '마약매트리스' '마약국수' 등 마약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그 물건이나 음식이 더 맛있거나 훌륭한 제품이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광고라고 보기에는 몹시 위험한 현상이다. '마약'을 긍정적으로 묘사하기 시작하면, 자라나는 세대는 마약에 거부감을 갖지 않게 되고, 마약으로 큰 돈을 버는 범죄집단의 유혹에 쉽게 노출되며, 마약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어떤 음식이나 물건 앞에 '마약'을 붙이는 순간, 그 광고는 거짓, 과장 광고에 해당한다. 그 음식이나 물건에 진짜 '마약'이 들어있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거짓 광고한 것이고, 사회에서 범죄로 규정한 마약을 '좋은 것'으로 포장한 왜곡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마약을 앞에 붙이는 단어를 공중파 텔레비전 방송에서 출연하는 사람들이 종종 말하는 걸 들을 수 있는데, 그들의 언행이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만큼 별 생각 없이 말을 한다는 걸 반증한다. 연예인이든 일반인이 생각 없이 내뱉는 말이라도 방송에서는 잘못된 언행을 바로 잡거나, 드러나지 않도록 편집해야 하는데도 방송국의 관련자들도 이런 문제의식을 가진 경우를 보기 드물다. 언어(말과 글)는 무의식을 반영한다. '마약00'을 별 생각 없이 쓰는 사람은 자신의 무의식 세계에서 마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각종 광고에서 '마약00'은 이윤을 위한 업자들의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을 의도해서 드러내는 것이므로, 정부는 이런 광고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제를 해야 한다.

방송과 언론에서는 '마약00'을 쓰는 출연자를 제재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하며, 마약의 불법성, 중독성, 거대한 사회적 비용의 낭비를 대중에게 알려야 한다. 한국은 더 이상 마약에서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 아주 작은 틈으로 시작해 댐이 붕괴하듯, 마약을 긍정으로 소비하는 단어가 마약 중독 사회를 불러올 수 있다. 지나친 걱정이라고? 그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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