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1-08(수)
 

꽁뜨-감옥에서 부친 편지

-이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

 

아들 시형 보아라

나는 이 안에서 잘 지내고 있다. 하루 세 끼 잘 먹고, 성경도 날마다 읽으며 우리 주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여기서 의지할 것이라고는 오로지 성경 뿐이다.

생각할수록, 내가 주 하나님을 알고, 의지하지 않았다면 이 환란을 어떻게 견뎠을지 생각하면 끔찍하다. 너도 교회 열심히 나가고, 성경도 매일 빼놓지 말고 꼭 읽기 바란다.

나는 이제 가시면류관을 쓰고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 그리스도처럼 고난과 환란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오늘 세속의 법은 내게 유죄를 선고하고 벌금 130억원과 15년을 감옥에 갇혀 있으라고 하지만, 하나님의 법은 내가 죄 없는 순진한 양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살아온 70년 평생은 정직과 청렴의 세월이었다. 나는 하나님의 종으로, 전지전능하신 우리 주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며 늘 순결하고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이 세상의 소금이 되기를 소망하면서 살아왔다.

나는 서울시장이었을 때는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했고, 대통령이 되어서는 나라를 하나님께 봉헌했다. 하나님의 세계를 이 땅에서 이룰 수만 있다면, 서울이든, 한국이든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바칠 것이다.

내가 이 안에 있는 동안 어머니 잘 모시고, 가족들 두루 잘 돌보고, 너도 이제 가장으로서 정직하고 청렴하게 사회에 도움이 되는 선한 목자가 되기를 바란다.

-동부구치소에서 애비가 쓴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나는 잘 있소. 나보다 당신이 더 고생이 많은 줄 잘 압니다. 그래도 우리는 주 하나님의 품안에서 신심을 다해 영적 부부로 거듭났으니 그 어찌 고맙고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소.

옥바라지 하느라 고생하는 당신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오. 옛날 독립투사들의 아내가 드렇듯, 정의로운 길에는 늘 환란과 핍박이 가로 막고 있을 뿐이오. 당신과 내가 한평생 살면서 정직과 청렴으로 외길을 걸었지만, 세상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구려. 예수님도 사막을 40일이나 헤매며 진리를 구했듯, 우리도 이 고난의 시간을 주 하나님이 주신 영광의 시간을 발견할 수 있는 값진 기회라 생각하고, 꿋꿋하게 견뎌 나갑시다.

나 없는 동안 당신이 집안의 가솔들 잘 돌보고, 무엇보다 당신 건강에 유의해서 머지 않아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납시다. 지금은 고난의 가시밭길을 걷는 예수의 심정으로,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내게 주어진 역사의 수난이라고 생각하고, 이 고난이 끝날 때, 우리에게는 더 큰 영광과 은혜가 폭포수처럼 쏟아질 것이라고 믿고 있소. 그날이 올 때까지 부디 당신도 하나님의 보살핌 속에서 건강하길 바라오.


진심으로

아버지 하나님,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이 불쌍하고 가련한 어린양에게 주님의 축복과 은혜를 내려주소서. 이 좁은 골방에 갇혀 교도관이 가져다 주는 밥을 먹으면서 독방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을 보니, 주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이 생각나기는 개뿔, 아이 씨발 개좆같네. 아무 죄 없는 나를 15년이나 감옥에 가둬놓겠다는 저 빨갱이 새끼들이 판을 치고 있는데, 왜 아무도 나서지를 않는 거냐고.

내 덕분에 잘 먹고 살던 새끼들도 언제 봤냐는 듯이 아는 척도 안 하고, 배신 때리는 더러운 새끼들, 내가 나가면 너희들은 다 죽었어.

시형이, 이 새끼도 미국에서 미국 검찰 조사받는다는데, 옛날에 무성이 사위하고 마약 했다는 소문이 나돌던데, 미국에서 걸리는 거 아냐? 미국에서 탈세하면 국세청에서 탈탈 턴다고, 미국에서 가장 무서운 곳이 국세청이라던데, 이제 내가 대통령도 아니고, 너를 도와 줄 수도 없잖냐.

마누라는 발가락에다 다이아몬드 반지 끼워서 들어오다 들통나서 씨발, 있는대로 쪽팔리고, 대통령 마누라가 말도 천박하게 해서 사람들한테 비웃음이나 당하고, 밀수한다고 뒤에서 욕이나 얻어먹고, 아이 진짜 씨발, 무슨 집구석이 이렇게 더럽고 추접하냐. 아무리 내가 돈이 많고 대통령까지 하면 뭐하냐고. 집안이 천하고 무식한 것들만 넘치는데.

저것들은 밖에서 잘 먹고 잘 살겠지. 씨발, 왜 나만 여기 혼자 들어와서 이 고생인지 진짜 개좆같아서 못 참겠다. 하나님인지 씨발, 그리스인지 그렇게 열심히 믿어도 아무 소용없잖아.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이 좁은 독방이 왠말이냐고. 그 좋아하는 보신탕도 못 먹고, 아랫 것들에게 욕하면서 재떨이도 못 던지고, 테니스도 못 치고, 예쁜 여자가 있는 사우나도 못 가고. 아, 진짜 죽겠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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