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3-11-08(수)
 

19금 춘향전



아이, 씨발. 변사또 새끼가 자꾸 수청들라는 걸 쌩깠더니 칼을 씌워서 감옥에 처박았네. 빈대하고 벼룩이 어찌나 물어뜯던지, 가려워 미치겠네. 오줌이 마려워도 방광이 터질 때까지 참아야 하고, 목물도 못하고, 머리도 감지 못해서 냄새나고, 아 짜증나 씨발 진짜.


몽룡이 이 새끼는 출세해서 양반부인으로 잘 살게 해주겠다고 한양으로 튀더니 씨발새끼, 일년이 지나도록 꿩궈먹은 소식이고, 향단이 년은 방자 새끼하고 눈이 맞아서 옥바라지는 커녕 애새끼를 가졌다고 배를 뒤뚱거리면서 끙끙대며 자세나 하고...믿을 년놈 하나 없는 신세가 처량하구나.


변사또 씨발놈, 나이는 환갑도 넘은 늙은 꼰대새끼가 밝히기는 더럽고 지저분하게 밝히고 지랄이야. 꼭 쥐새끼처럼 생겨가지고 눈깔은 희번득거리고, 혓바닥은 날름거리고, 목소리를 간사한 새끼가 뇌물로 전라감사 자리를 얻어차더니 본전 뽑으려고 양반, 중인, 상놈 가릴 것 없이 불러다 볼기를 치고 돈을 뜯어내는 


꼴이 아무래도 제 명에 죽지는 못하리라.

아는 기생 언니가 변사또 새끼 수청들러 들어갔다가 변태짓만 한다고, 재수 옴붙었다고 하더니, 씨발새끼, 힘도 없는 놈이 예쁜 여자만 보면 껄떡거리는 변태 쓰레기 인증을 하는구만.

옥에 갇혀 있으니 하루가 길고도 길구나. 보리밥에 짠지로 하루 한 끼를 먹으니 살이 빠져서 좋긴 한데, 빈대피로 난을 친 벽을 바라보며 하루를 보내는 것도 고역이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지나간 세월을 되새기고,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 괴로운 시간을 잊고자 하지만, 즐거움을 잠깐이고, 괴로웠던 시간은 길고도 오래구나.

몽룡이를 처음 만날 때의 설레이던 마음, 둘이 첫날 밤을 보내던 짜릿하고 쾌락으로 몸부림쳤던 밤은 잠깐이고, 몽룡이가 서울간다고 했을 때, 하늘이 무너질 듯 슬프고 서러웠지만, 공부해서 출세할 몽룡이를 붙들고 내 행복만 추구한다면, 남자의 앞길을 막는 것도 옳지 못한 일이고, 나 자신의 삶도 그것만으로 행복하지는 않을 듯 했다. 몽룡이가 서울 가서 다시는 나를 찾지 않는다 해도, 나는 스스로 살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고 다짐했다. 몽룡이와 동침한 것은 오로지 나의 의지였으므로 그것으로 몽룡이를 원망할 마음은 없다.

이제 날이 밝으면 또 변사또 새끼가 동헌 마당으로 끌고 나가서 옷 위에 물을 뿌리고 주리를 틀거나 볼기를 치겠지. 하얀 모시옷에 물을 끼얹으면 속살이 다 드러나서 벌거벗은 것보다 더 선정적으로 보이는데, 변사또 개새끼는 이런 내 모습을 노골적으로 좋아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아직 이팔청춘 젊은 여자의 몸이라 피어나는 목련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운 내 몸은 내가 봐도 탐스럽고 아름다운데, 저 늙은 변태 새끼의 눈에는 얼마나 황홀하게 보일까.

몽룡이도 나에게 첫눈에 홀딱 반한 첫번째가 바로 내 풍만한 몸 때문이었음을 잘 안다. 나 역시 단오 때 그네를 타는 이유가 멋진 선비를 만나기 위함이라는 걸 숨길 생각은 없다. 단오날이면 청포로 머리를 감고, 저고리도 일부러 짧게 만들어 속살이 언듯 비치도록 입고, 그네를 구를 때마다 속치마가 드러나도록 하는 것도 의도한 바 있는 것이다.

몽룡이는 그런 나를 보고 한눈에 반해 집까지 쫓아왔고, 나도 그에 관한 소문을 이미 들은 터라 싫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몽룡이는 양반의 자제이고, 이미 서울에서 공부하는 명문집안 자식이니 관기의 딸인 나를 보러 올 기회는 거의 없을 것이리라.

늙은 사또 새끼는 내 몸을 탐하고, 멀리 떠난 님은 기약이 없고, 나는 여기 옥에 갇혀 내일을 기약할 수 없구나. 여자로 태어나 이렇게 남자 새끼들의 노리개로 수모를 당하다 제 명도 살지 못하고 이승을 떠나는구나. 여자가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아갈 세상은 언제나 오려나. 오늘도 달이 휘영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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