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해 들어오는 똥이엄마의 눈에 제일 먼저 들어 온 장면은 배를 바닥에 깔고 뭉그적거리며 투정하는 똥이녀석의 모습이었습니다.

“왜 똥이를 쪼끄마게 나써???????”
오늘 해~~~전(하루 종일) 똥이할머니는 똥이의 이런 채근에 시달려야 했답니다.
잔뜩 심통 난 표정으로 녀석은 자기의 작은 키에 대한 원망을 그렇게 쏟아 놓고 있었습니다.

ㅠ.ㅠ...

똥이네 가족은 똥이녀석이 좀 일찍이 잠드는 습관을 들였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잠잘 때, 그것도 밤 10시에서 새벽 1~2시 사이에 잠자는 것이 성장 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된다는 사실을 여러 사람으로부터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녀석을 재워놓으면 엄마․아빠에게도 조금쯤의 여유 시간이 확보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녀석은 퇴근해 돌아온 엄마․아빠와의 놀이에 취해서 도대체 잠들려 하지 않습니다.
주먹으로 눈을 부벼 대는 꼴이 영락없이 졸리운 폼인데, 조금 후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두 눈을 반짝이며 또 다른 놀이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엄마․아빠가 지쳐서 도저히 어찌 할 수 없는 시간 밤 12시가 넘어 새벽 1시가 다 되어서야 자신의 베개를 질질 끌며 할머니에게로 향합니다.

‘할머니 피곤하시니 엄마․아빠와 잠자러 가자’는 간절한 똥이엄마와 아빠의 소원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말입니다.
그래서 똥이네는 녀석에게 줄곧 이런 말을 하고 있습니다.

“쿨쿨 잠을 자고, 밥도 많이 먹어야 키가 쑥쑥 자라서 형아처럼 씩씩한 어린이가 된데요.
그래야 형아들처럼 유치원에도 가고, 태권도도 배우러 갈 수 있어요.“

-.-......

지난주부터 놀이방에 가기 시작한 녀석은 이제 유치원 가는 형아들 만큼 키가 자랐다고 생각하는 눈치입니다.
할머니 방에 누워 뒹굴다가는 깔아놓은 매트 끄트머리께로 발을 쑥 내밀며 자랑스레 말한답니다.

“할머니, 똥이 키가 마니 커써요. 이봐요!!!!!”
^.^......

놀이방에서 준 노란색 가방을 매고 으쓱거리며 상가 나들이에 나서는 녀석의 거드름은 정말 가관이랍니다.
평소 귀여워 해 주는 상가 주인들의 환영 인사에는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어깨를 들썩이며 쳐다보지도 않고 걷는 폼이 세상에 놀이방 가방 맨 녀석은 저 혼자인 양 한다는 겁니다.

그런 녀석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왜 갑자기 녀석은 자신의 작은 키에 대해 자각하게 된 것일까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똥이 엄마의 질문에 할머니는 별다른 답을 내놓지 못하십니다.
왜 그런지 모르시겠다는 겁니다. ‘하루 해~~전 시달렸다’는 말만 반복하고 계십니다.

다음 날.
똥이엄마는 놀이방 선생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며칠 전 똥이가 놀이방 친구의 얼굴에 상처를 내었고, 선생님이 손톱을 잘라주었다는 사건에 대해서도 들었던 터라 이를 사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였기 때문입니다.

다만 자주 전화하는 것이 아이들 돌보느라 바쁜 선생님들에게 방해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자재하고 있었는데, 작은 키에 대한 똥이의 불평이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 그에 대한 궁금증을 어떻게든 풀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던 것입니다.

원장 선생님은 등교하는 아이들을 데리러 외출하신 터여서 마침 똥이 반 담임 선생님과 처음으로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목소리만으로 판단한 느낌이었지만 시원시원한 성격이면서도 아이들에게 정성과 사랑을 듬뿍 쏟을 듯한 믿음직스러움이 전해져 왔습니다.

빠르게 잘 적응하고 있고, 남자 아이들과는 금방 친해졌고, 디지몬을 사뭇 좋아한다고 전해주십니다.
고집이 센 편으로 ‘간식을 먹자’고 하면 처음에는 “똥이 팔이 짧아서 못 먹어요”라며 거부한답니다.

조금쯤 나두었다가 다시 “똥이 간식 먹자”라고 하면 그 때서야 슬그머니 다가와 간식 먹는 대열에 끼어 든답니다.
친구들도 많이 있고, 샘 부리느라고 곧잘 따라하기도 하므로 집에서와 같이 행동하지는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시켜 주십니다.

어제는 내내 ‘똥이 왜 쬐끄마케 낳아 줬냐’고 투정했다고 하니 마구 웃으십니다.
똥이보다 조금 큰 아이들이 오후에 놀이방에 오는데, 그 형들과는 거의 만나지 못한다며 이상해 하십니다.
똥이의 키에 대한 불평의 원인은 그래서 아직 명쾌하게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

녀석은 이제 놀이방이라는 작은 사회와의 낮 익힘을 시작했고, 엄마․아빠의 품을 떠나서 조직 속의 아이․선생님들과 함께 하는 작은 독립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녀석은 제일 먼저 물리적 비교를 시작한 것 같습니다.
자기와 다른 사람의 키를 비교하면서 말입니다.

놀이방에 다녀온 첫 날.
갑자기 의젓해져버린 녀석에 대한 느낌이 되살아납니다.
그렇게 사회 속으로 한 발 한 발 다가서는 아이를 보며 대견함의 이면에 있는 서운한 마음을 애써 다독입니다.
성큼 성큼 엄마와 아빠의 곁에서 떠나가는 아이의 미래를 보는 것 같습니다.
놀이방이 아닌 맘껏 뛰놀 수 있는 자연 놀이터를 마련해 주지 못하는 미안스러움과 함께 말입니다.

똥이의 사회 낮 익힘 2주일, 녀석과 비비댄 지 30개월 8일 째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