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가 칼 샀능데 엄마 왜그래!!!”
v.v…….
퇴근해 들어오는 엄마를 맞는 아들녀석의 환영사는 고함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얍! 엄마 칼로 찔런다. 얍!!!”
눈에 힘을 잔뜩 넣어 노려보며, 칼날을 비스듬히 겨눈 제법 그럴듯한 폼으로 녀석의 공격은 계속되었습니다.
얼결에 시퍼런 칼날의 희생자(ㅠ.ㅠ)가 되어버린 똥이엄마.
엑스칼리버 흉내를 내며 긴 팔을 무기 삼아 반격을 시도합니다.
"똥이 얍! 엄마 칼 받아랏. 얍!!!"
"얍! 죽언다. 얍, 얍, 얍!!!"
,,^.^,,
"할머니! 고기하고, 과자하고, 칼 사러 얼릉 나가자."
할머니를 졸라 상가 나들이를 다녀온 똥이녀석 엄청난 집요함으로 기어코 장난감 칼을 손에 넣었답니다.
손잡이에 예쁜 술이 달린 플라스틱 칼.
형광색 칼집은 빼내 저만치 던져 놓고, 자그마한 손으로 손잡이를 꼭 쥐고선 가상의 적을 향한 끊임없는 칼부림(^.-)을 하루종일 계속하고 있답니다.
신이 나면 나오는 엉덩이를 들썩이며 걷는 특유의 몸짓으로 집안을 휘저으며 어찌나 설쳐댔던지,
견디다 못한 할머니가 ‘칼 가져다 버린다’고 협박을 하기에 이르렀답니다.
"비싸게 산 걸 버리면 어떡해! 똥이껀데 버리면 어떡해!"
-.-…….
녀석의 반격에 말문이 닫힌 할머니는 “엄마 돌아오면 똥이 야단치라고 해야지”라며 체벌을 예약해 놓았답니다.
퇴근해 돌아오는 엄마를 향한 똥이의 선제 공격은 이런 사건의 결과였던 것입니다.
할머니에게는 칼집을 집어주고, 엄마에게는 권총을 들려주곤 3각 싸움을 집전(^.^)하던 똥이의 격전(?)은 그러고도 한참이나 계속되었습니다.
-.-…….
집안에 누가 싸움을 거는 사람도 없고, 특별히 호전적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형이 있어 그런 놀이를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똥이녀석의 관심과 놀이는 이제 자연스럽게 ‘총․칼’로 대표되는 죽고 죽이는 싸움으로 옮겨가 있습니다.
“할머니 죽연다.”를 태연히 뱉어내기에 비록 철모르는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일지라도 사뭇 민망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녀석은 가끔씩 욕을 입에 올리기도 합니다.
어찌나 상황과 잘 맞아떨어지는지 황당하면서도 웃음을 참기 어렵게 만드는 욕설을 듣노라면 어찌 해야 할 지 참으로 난감한 느낌에 빠지곤 합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주변에는 온통 싸움과 욕설로 가득한 것 같습니다.
할머니가 늘 보시는 연속극에도 갈등과 다툼이 가득합니다.
권력과 돈을 놓고 벌이는 비열한 싸움과 가족 안에서, 또 밖에서의 갈등. 심지어 사랑하는 연인들의 이야기 대부분에도 갈등과 오해의 장면이 훨씬 많이 차지합니다.
사극에서 펼쳐지는 처참한 칼 싸움과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아귀다툼도 그렇고, 아이들을 위한 만화 영화에도 악당과의 ‘싸움’으로 온통 도배되어 있습니다.
언성을 높여 핏대 올리며 상대를 강압하는 소리들로 가득합니다.
얼마 전.
중독증까지 회자되었던 ‘텔레토비 시리즈’ 같은 이야기는 그래서 ‘참으로 귀한 작품이구나’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일상이 무척이나 흥미진진한 놀이이기도 한 아이들에게 그렇게 흥미진진한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줄 더 많은 이야기가 우리 가까이에 많이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해 봅니다.
꼬마 강아지가 주인공인 ‘스팟’
온갖 엉뚱한 해결법을 찾아내는 이야기 ‘패트매트’
병아리 가족의 이야기 ‘꼬꼬’
우체부 아저씨의 일상을 그린 ‘우체부 아저씨’
…….
그래서 이런 이야기들은 참 귀하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똥이와 세상 파도 헤치기 27개월 4일 째 날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