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생신이 며칠 남지 않아 지난 일요일 식구들이 모여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여럿이 먹을 음식을 장만하고, 차려 내는 일이 만만한 것이 아니지만 똥이아빠와 똥이엄마는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정기 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가셨던 똥이할머니는 '일요일 아침에 고모님이랑 함께 돌아오시라'는 똥이엄마의 부탁을 듣지 않고 토요일 밤에 돌아와 음식 만드는 일을 하셨습니다.
40이 가까운 '며느리와 아들(이미 넘김:ㅠ.ㅠ)'이 아직도 못미더우신 겝니다.
그래도 이번 생신은 똥이엄마와 똥이아빠가 많은 것을 준비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기회마저 똥이할머니는 독점(?)하시기 때문입니다.
똥이엄마는 요리책을 뒤져 메뉴를 정하고, 토요일 퇴근 후에 똥이와 똥이아빠 셋이서 쇼핑을 하고, 음식 만들기에 들어갔습니다.
생강과 계피를 끓여 수정과를 만들고, 밀가루를 참기름에 반죽해서 바삭바삭 튀겨 조청을 입히고 고소한 깨를 뿌려낸 약과를 만들고,
고사리, 오이, 당근, 쇠고기, 양파, 당면…….
온갖 재료를 볶아 무쳐서는 황 백 지단을 나누어 올려내는 근사한 '궁중잡채'를 만들고,
사과, 배, 방울토마토에 양상추를 듬뿍 얹고, 기름을 완전히 빼서 데쳐낸 참치를 넣고 케찹에 마요네즈를 섞고, 레몬 오일과 후추를 넣어 감칠맛 나는 소를 끼얹어 내는 샐러드를 만들고, 거기에 똥이 할머니가 만드신 버섯과 호박전까지 올라가니 푸짐한 상차림에 되었습니다.
…….
똥이 할머니는 이번 생신 날 큰 딸(똥이 큰고모)로부터 일흔여섯 송이의 장미꽃을 장식한 꽃바구니와 "엄마 사랑해요"라는 진한 포옹에 용돈까지 선물로 받으셨습니다.
'그 돈 있으면 나나주지!'라며 꽃바구니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으셨지만 속으로는 무척 좋은 눈치이십니다.
-.- …….
여러 식구들이 모여 북적거리며 치른 생일 잔치.
식구들이 모두 돌아가고, 똥이 할머니는 피곤하신 지 일찍이 코를 골며 잠이 드셨습니다.
늘 켜놓는 텔레비전을 역시나 켜놓으신 채로…….
똥이 아빠도 편도선이 부어 1주일 째 회사에 못 가고, 말못할 고통에 시달리다가 끝내는 피고름을 짜내는 수술을 받은지 며칠 안되어선지 '왠지 피곤하다'며 일찌감치 잠자러 들어가고 똥이와 똥이엄마 둘만이 거실에 남겨졌습
니다.
똥이녀석도 오랜만에 만나는 사촌 수경이 누나와 신나게 놀아선지 반쯤 감겨진 게슴츠레한 눈으로 즐기는 비디오를 틀어 달래서 보고 있습니다.
그런 아들 옆에 가만히 누워 녀석을 바라봅니다.
엄마의 눈길이 느껴진 때문이겠지요, TV에 못박혀 있던 시선을 돌려 엄마를 보며 묻습니다.
"엄마! 피곤해?"
"응, 엄마 피곤해요."
"똥이도 피곤해!"
"윽~~~~~~~!!!!!!"
ㅠ.ㅠ
텔레비전에서 귀여운 강아지 '스팟'이 친구들과 노는 모습을 보며 뒹굴뒹굴 하던 똥이녀석.
"엄마! 똥이 우유 항번만 주세요."라며
검지 손가락을 곧추 세우고 우유를 달라고 요구합니다.
아직도 우유병을 빨다 잠드는 버릇대로 '이제 잠들겠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생우유를 우유병에 따라다 줍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하는 옛 이야기를 똥이버전(주인공을 똥이와 수경누나, 엄마로 바꾼 이야기)으로 들려주자 이제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
곤하게 잠들어 있는 아들녀석의 모습은 보아도 보아도 다시 바라보고 싶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그러고 보니 녀석이 부쩍 큰 것 같습니다.
손 발도 제법 커진 것이 우람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반들반들한 볼과 볼록한 이마에 가만히 입맞춤을 해줍니다.
"똥이야! 사랑해. 잘자렴!!!"
그렇게 분주했던 하루가 닫히고 있습니다.
똥이와 세상 배우기 26개월 28일 째 날에
